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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상과 체급이라는 딜레마

[기자의 눈] 부상과 체급이라는 딜레마

지난 11일 제2회 스피릿MC 결선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흥행 저조를 걱정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7천명 가까이 관중 몰이에 성공했고, 가히 명승부 명장면이라 할만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명실상부한 국내 MMA 대회의 최고봉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경기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걱정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선수들의 부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3, 4위 전에 임하는 선수들이 미들급과 헤비급 양 체급 모두 준결승에서 입은 부상과 체력 저하로 인해 경기를 포기했고, 그 밖에도 출혈 등 선수 부상으로 인한 닥터 스톱, 또는 레프리 스톱으로 마무리된 경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물론 부상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격투기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지만 선수 부상이 잦고 또 그것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은 한 번 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술 위주의 경기력길러야


같토너먼 전에서, 혹은 원 매치라 하더라도 잦은 부상은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무술가나 격투가에게는 부상은 반드시 따라붙는 요인이다. 이를 두려워해서 적극적인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이지만, 부상을 당연한 것 혹은 영광의 상처로 여겨버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상대와 맞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것, ‘투지와 근성으로 포기하지 않는 것은 틀림없는 격투가의 사명이다. 또, 그런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하고 감동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격투가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갖추고 링 위에서 자신이 익힌 모든 것을 발휘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자격이지,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무조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뿐’이라며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내팽개쳐버리는 이의 변명 거리는 아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격투기적 재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며 그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인 정교함이나 전술적 수준을 더 높일 필요도 있거니와, 그것을 발휘하기 위한 무대 경험이나 다양한 상대와 같은 실제 상황에 대한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링에 오르는 순간 몸이 굳어 버리거나, 반대로 아드레날린이 지나치게 분비되어 폭주한다. 이런 이들이 링에 올라와서 승리를 추구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자기 능력 이상의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자신에게 혹은 상대 선수에게 필요치 않은 부상을 입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진무관 카라테 한국지부 사범을 맡고 있는 오쿠다 마사카츠는 약 400전에 가까운 MMA 경기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놀랍게도 “이렇다 할 큰 부상을 입어본 적은 거의 없다. 부상을 걱정해야할 정도로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매 경기마다 혹은 심지어 훈련 중에도 심각한 부상을 얻고는 하는 선수라면 진지하게 되새겨볼 말이다.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이 격투가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부상을 초래하는 경기 중 사고는 선수 당사자에게도 큰 문제이지만 또 다른 대회의 주체, 즉 대회 주관자와 관중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납득할만한 경기 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정된 경기가 부상으로 인한 기권으로 치뤄지지 않는다거나, 한창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가 불의의 출혈 등으로 인해 닥터 스톱이 선언되면 관중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적잖은 실망감을 나타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관전의 흥미도 떨어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격투기의 위험성 운운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처럼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선수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은 단지 경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전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온갖 위험 부담을 다 감수하여 큰 부상을 입었는데 또 다른 적이 나타나 덤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나 다음 상대와의 대전을 치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자기 관리 능력과 위험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기술 위주의 경기 능력을 기르는 것은 격투가라면 언제나 명심하고 노력해야할 과제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한편 얼마 전에는 전국 체전에 출전할 어린 학생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가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평소 56㎏ 정도의 체중이었는데, 승률이 높은 체급인 46㎏급으로 출전하기 위해 10㎏ 가까이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체급이라는 것이 생긴 이유는 비슷한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들끼리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게 함으로써, 안전하고 공정한 승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체중 조절은 평소 자기 신체 관리의 일환으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런데 현대 격기 종목 선수에게는 체급과 체중 감량이 전혀 달가운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괴로운 일이고, 때로는 이 때문에 최악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해야할 때도 있다. 게다가 그것이 이번 불행한 사고의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제3자의 강제에 의해 원하지 않는 감량을 해야한다면 그것은 가히 고문과도 같은 것일 터이다.

이는 경기 자체가 순수한 스포츠맨십과 경쟁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회 입상이 사회적·경제적인 상승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선수의 메달에 그 자신 뿐 아니라 가깝게는 가족과 코치의 부와 명예, 멀게는 출신 학교나 지역까지 연계가 된다. 따라서 순수한 실력 이외에도 좀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여러가지 주변 요인들을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체급 역시 마찬가지이다. 체격적인 유리함, 혹은 강력한 동급 선수를 피하여 상대적으로 쉽게 승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자기 체급보다 더 낮은 체급으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고 지금은 그 자체를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곤 한다. 문제는 그것이 당사자인 선수에게는 괴로운 압박에 다름 아니라는 점이다. 보다 합리적인 경기, 보다 윤택한 선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체육 시스템화가 가지고 온 역효과.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부상이나 체급 모두 현대 격기 경기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들이다. 또한 이를 주어진 조건으로 여기고 전술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승리를 얻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하나의 분명하고 정당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눈 앞의 승부와 이득에 집착한 선수를 배려하지 않은 전술이지는 않은 지, 결국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한 꼼수를 마치 정석인양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언제나 경계해야 할 것이다.

댓글 2

음 2003.10.27
지금 시점에서 선수들이 꼭 한 번 되새겨보아야 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머시라고라... 2003.10.27
아무리 스피릿이 던 줘서 띄워 주는건 좋아도 그렇치 칠천명...놀구 계시네 왜들 이러시나 누구 죽이기구 누군 살리긴가 던이 좋긴 좋구나.. 오이~~~~~~~~무토 확인 좀 하구 쓰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