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와 우슈 산타, 무에타이에 맞서 선전 - 제2회 스트라이킥 『CHAOS』 예선전 결과

국내 입식타격계 선수들의 혼전!
지난 토요일 장충체육관에서는 입식 타격 이종격투기 대회인 스트라이킥 두 번 째 대회 『CHAOS』예선전이 열렸다.이번 대회는 입식타격 이종격투 대회라고 하면서 국내 무에타이 계열 선수들만 출전했다는 문제점을 가졌던 지난 1회 대회 때와는 달리 킥복싱과 무에타이 뿐 아니라 태권도, 합기도, 특공무술, 우슈 산타 등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출전했고, 국내 최정상급 선수인 임치빈 대 김진우라는 빅 게임을 성사시키는 등 스트라이킥의 매치 메이킹 능력도 보여주었다.
2회 대회의 부제인 ‘Chaos(혼돈)’는 아직 어떤 구도도 잡히지 않은 국내 입식타격계 선수들의 난전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종목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해야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그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파이터가 몇 안 된다는 것. 따라서 선수 선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출전 지원을 한 선수 중에서 그나마 객관적인 전적이 인정되는 선수를 고르고 골라서 최종 8명을 선발했다. 종목도 태권도, 합기도, 가라테, 특공무술, 격투기, 우슈 산타 등으로 다양했다. 비록 결승 진출자들은 결국 무에타이 선수 일색이 되었지만, 그동안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태권도의 강한 모습이 확인되었고 산타나 격투기 등의 선전도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평이다.
태권도는 약하지 않다!
이 날 출전한 태권도 파이터는 구광모 선수와 박창석 선수. 이 중에 먼저 경기를 치른 박창석 선수는 태권도만 18년간 수련한 골수 태권도 파이터로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턴돌려차기, 뒤후리기, 뒤차기, 상단 돌려차기 등 화려한 태권도 발차기를 적절한 타이밍으로 날카롭게 구사하며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뒤후리기와 상단 돌려차기는 정확하게 한영진 선수의 상단에 적중하기도 하여, 일반적으로 태권도 수련생들이 보여주는 거리 개념 없는 공격과는 다른 태권도 발차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편 태권도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은 중심으로 인해 자세가 무너지는 모습을 한 차례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상대인 한영진 선수는 맷집과 펀치와 킥 한 방 한 방에 실린 파워가 모두 뛰어난 선수였다. 박창석 선수의 큰 공격을 모두 받아주면서 차분히 기회를 노리다가 드디어 한 방을 날렸고, 이어 박창석 선수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는 것을 놓치지 않고 펀치 러쉬를 쏟아부어 결국 KO 승을 거두었다.

태권도 외길 18년의 수련 성과를 보여준 박창석 선수의 뒤차기
또 한 명의 태권도 파이터 구광모 선수는 나이는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태권도고수회 미르 도장에서 수련을 했을 뿐 아니라 쿵후, 화랑도무예의 유단자이고 지난 3회 KPW에도 출전하여 4강에 오른 고른 실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이번대회에 출전한 이유를 "현재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태권도가 스포츠화된 약한 무술로 치부당하고 있는데, 태권도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링에 올랐다"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이 날 경기에서도 뒤돌려차기, 내려차기 등 태권도 특유의 상단 차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그의 말을 증명했다. 게다가 로우킥과 펀치도 상당한 수준으로 구사했으며 백 스핀 블로우 같은 기습적인 공격도 감행하여 무에타이 챔피언 출신인 김병조 선수를 괴롭혔다.
김병조 선수도 구광모 선수의 의외의 선전에 당황했는지 상당히 많은 펀치를 허용하며 얼굴이 부어올랐다. 그러나 1, 2라운드는 침착하게 방어에 전념하며 다시 전세를 가다듬었고, 틈틈이 스트레이트를 구광모 선수의 얼굴에 적중시켰다. 하지만 구광모 선수의 맷집 역시 만만치 않아 쓰러지지 않고 3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이 이어졌다. 승부를 결정지은 요인은 체력이었다. 구광모 선수는 3라운드 접어들면서 한 차례 다운을 빼앗기며 점점 체력에 난조를 보이는 모습이 역력했고, 김병조 선수는 2라운드까지 참아왔던 것을 모두 발휘하기라도 하려는 듯 플라잉 니킥까지 선보이며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결국 구광모 선수의 기권으로 승부는 마무리되었다.

55전 39승(22KO)의 무에타이 챔피언을 상대로 태권도 실력을 과시한 구광모 선수
우슈 산타 윤상철 아쉽게 결승 진출 실패
이 밖에도 김준태 선수가 복싱 스타일로 소개되었으나, 실제로는 태권도 스타일의 발차기를 구사하며 싸웠으나 우슈 산타 전적 42전 42승에 빛나는 강자 윤상철에게 넉다운 당하고 말았다. 윤상철 선수는 무릎치기, 뒤돌려차기 등 자신의 특기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이 날 출전한 킥복싱/무에타이 계열 이외의 선수 8명 중에서는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다.
4강전에서도 무릎차기 공격 위주의 정지민 선수를 맞아 거리를 유지하며 날리는 뒤차기와 뒤돌려차기로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가며 4강 진출도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정지민 선수의 무릎차기에 복부와 얼굴을 허용하면서 2회전부터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전술을 바꾸어 산타 스타일의 맞잡기로 클린치하고 측면에서 무릎차기를 시도하면서 체력을 아꼈고, 3라운드에서는 카운터 펀치를 한 번 성공하는 것 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결국 승부는 판정까지 갔고, 심판들은 전원 정지민 선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한 윤상철 선수의 위력적인 펀치
절대 강자 임치빈?
이 날의 메인 게임이었던 임치빈 대 김진우의 대결은 과연 메인 게임다운 명승부라고 할만 했다. 김진우는 크진 않지만 확실한 공격으로 임치빈을 공략했고, 임치빈은 과감한 공격과 러시안훅 스타일의 카운터 펀치로 맞섰다. 경기 중반에는 김진우 선수가 미들킥으로 임치빈 선수에게 한 차례 다운을 빼앗아 전세를 리드하나 싶었지만, 임치빈의 카운터도 몇 차례 김진우의 얼굴을 강타하며 포인트를 회복하며 3라운드까지 버텼다. 배심들의 판정은 무승부.
그리고 연장전. 뜻 밖의 결과가 벌어졌다. 임치빈이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김진우의 바디에 펀치를 꽂으며 로프 쪽으로 몰아붙이나 싶더니, 로프를 타고 다시 앞으로 다가서는 김진우의 목에 가볍게 하이킥을 날렸다. 그리고 킥을 맞은 김진우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KO, 카운트 10을 셀 동안 김진우는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임치빈의 극적인 역전승.

임치빈 선수의 카운터 펀치가 김진우 선수의 얼굴을 강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기를 본 관중들 사이에선 승부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어느 정도 김진우가 우세하게 보였던 본 경기의 판정이 무승부로 난 것도 그렇고, 김진우의 다운 역시 일부러 넘어져준 것 같다는 것. 실제로 임치빈의 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김진우가 멀쩡하게 다시 일어난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었다. 물론 임치빈의 킥이 정확하게 김진우의 경동맥과 후두부에 적중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당시 경기를 관전한 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임치빈이 스트라이킥 소속의 간판 선수라는 점은 그가 반드시 결승에 진출해야 할 뿐 아니라, 기왕이면 극적으로 진출하도록 하는 각본이 존재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입식 타격기의 활로는 어디에 있을까
이 날 경기는 단 두 게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KO로 승부를 결정짓는 화끈한 경기가 많았다. 특히 이수환(격투기) 선수와 문정웅 선수의 4강전은 그야말로 두 선수가 3라운드 내내 투혼을 불사르는 명승부였다. 이수환 선수는 강력한 단타 위주의 공격으로 문정웅 선수의 다운을 빼앗았고, 반대로 문정우 선수는 컴비네이션 공격을 구사하며 이수환 선수를 밀어붙였다. 3라운드에서 두 선수가 각각 한 번씩 로우킥으로 상대를 쓰러트렸고, 공격을 주고받다가 동시에 슬립 다운당하기도 하는 등 체력전으로 돌입했다. 먼저 체력의 약세를 보인 것은 이수환 선수. 끝까지 버티며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문정웅 선수의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쓰러진 후 그로기 상태에 빠지고 말았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일어나지 못해 들 것에 실려나갔다.

이 날 승부 중 가장 뜨거운 경기였던 이수환(좌) vs 문정웅(우) 전
이 밖에도 합기도 스타일의 최승필, 김영권, 특공무술 최세경 등도 화려하고 과감한 발차기 공격을 시도하며 선전했고, 무에타이 계열 선수들도 플라잉니킥 등 큰 공격을 사용하기를 꺼리지 않는 적극적인 경기 모습을 보였다. 외국의 경우 입식 타격 이종격투전이라고 해도 거의 로우킥과 하이킥, 펀치 위주의 기술이 대부분으로 가끔 뒤차기 정도가 나와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MMA 무대에서도 이런 화려한 기술들이 곧잘 선보이는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은 체질적으로 발차기에 강한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것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고, 또 세계 어느 관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일 것이다. 이번 대회는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평가할만 하다.

박성환 선수의 플라잉 니킥
그러나 격투기 붐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는 듯 관중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관중이 들지 않았다라고 표현하는 편이 어울릴 정도로 적은 관중이었다. 게다가 예선전이라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무대 연출이나 카메라 등 전체적인 대회 규모가 1회 때와는 너무나도 큰 격차를 보일 정도로 축소되어 있어 경기장은 더욱 초라해보였다. 결승전은 어떤 모습으로 치뤄질 지 모르겠지만 한 네티즌이 여지껏 봐왔던 한국 입식타격대회 중 가장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대회였다고 관전평을 남길 만큼 좋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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