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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A-GP 현장을 가다

KOMA-GP 현장을 가다

지난 8월 31일, 오후 4시. KOMA-GP(King of Martial Arts-Grand Prix, 이하 KOMA-GP)가 열린다는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1시간 정도 남아있는 시각이었지만, 대회장 주변 분위기와 대회 준비 상황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장충체육관 주변에는 비교적 많은 숫자의 격투기 팬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체육관 관계자가 파악한 공식 입장객은 대략 1,200여명(유료입장객 숫자, 대회관계자를 비롯하여 선수 세컨, 무료 입장객 숫자까지 합한다면 어림잡아서 2,500명 내외였다). 최근 개최되고 있는 타 격투기 대회에 비교해본다면 적은 관중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관람료를 생각한다면 그리 실망할 수준의 흥행 성적이 아니었다.

대회가 시작되지 않은 경기장 내부는 대회주최 측이 최고의 무대가 될 것이라 홍보했던 것에 비해 다소 초라해보였다. 게다가 경기 시작 시간이 다 되어서까지도 관중을 대회장 밖에 그대로 방치(?)하는가 하면, 경기 중에도 링 위에 오른 선수가 낭심 보호대 미착용으로 주심의 지적을 받아 다시 링 밖으로 내려가고, 한국 선수가 상대 선수의 카운터에 맞아 다운 되었을 때 카운트를 하지 않고 시합을 속개 시켜 판정 의혹(이날 판정에 대한 시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매끄럽지 않은 대회 진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점들이 간간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링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걷히고 대회 개막을 선언하는 순간부터 레이저쇼와 3대의 스크린, DJ가 즉석에서 믹싱하는 음향 등 화려한 무대 연출이 돋보였다. 더구나 경기 내용은 여태까지 국내에서 열렸던 타 대회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아니, 태국 선수들의 경기 내용은 일본에서 열리는 K-1에 비교해봐도 전혀 모자람이 없어보였다.

이 날 경기는 크게 태국 선수들이 주역이 된『Attack from Kingdom - 제국의 습격』과 한국과 일본 플라이급 강자를 겨루는 『Flying 4 Star』,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뉘어 원 매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인상 깊었던 경기는 다음과 같다.

▲하코자키 히로야스(일본) VS 펫랍액(태국)


이 대회 첫 공식 경기였다. 1라운드 초반부터 하코자키 선수는 무예타이의 본고장인 태국 선수를 맞아 심적 부담을 느꼈던 때문인지 다소 허둥대는 인상을 보인 반면, 이에 맞선 펫랍액 선수는 전적(250전 228승 22패)이 말해주듯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1라운드 중반 무렵, 하코자키 선수는 아예 1 라운드에서 승부수를 띄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입에 물고 있던 마우스피스까지 링 바닥에 뱉어버리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쉽사리 정확한 타격점을 찾지 못하고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펫랍액 선수는 밀고 들어오는 하코자키 선수를 맞아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카운트 펀치로 포인트를 쌓아갔다. 승부는 2라운드에서 결정되었다. 밀고 들어오는 하코자키 선수를 맞아 펫랍액의 날카로운 왼손 스트레이트가 하코자키 선수의 안면에 정확하게 적중되는 순간, 하코자키 선수는 그대로 링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끝이었다. 카운트 이후에도 일어나지 못해 결국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직행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무에타이 제국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준 펫랍엑 선수



▲석봉준(한국) VS 카노 켄지(일본)


우상신 선수가 코뼈 부상으로 대회에 결장하게 됨에 따라 석봉준 선수가 우상신 선수를 대신해 링에 올라왔다. 석봉준 선수의 낭심보호대 미착용으로 경기가 잠시 지연되었다가 속개되는 등 다소 진행상의 실수가 있기도 했다.

우상신 선수를 대신해 갑자기 링에 오른 석봉준 선수
분투했지만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1라운드는 양 선수 모두 탐색전을 펼치는 듯한 인상이 강해보였다. 간헐적으로 밀어붙이는 석봉준 선수를 맞아 거리를 재며 허허실실 전법으로 침착하게 맞서 싸우는 카노 켄지 선수. 카노 선수는 단신(160cm)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앞차기에 의한 스토핑 능력과 거리에 대한 개념이 뛰어나보였다.

2라운드는 카노 선수의 페이스에 말려든 석봉준 선수가 라운드 내내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 석봉준 선수의 공격을 맞아 차분히 아웃파이팅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다가 순간적으로 다가서면서 펼쳐내는 카노 선수의 깨끗한 손발 컴비네이션 공격이 돋보인 라운드였다. 이에 비해 석봉준 선수는 라운드 내내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보였는데, 경기 도중 자신의 코에서 흘러내리는 코피를 확인하다가 카노 선수의 원투 펀치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는 두 선수 모두 이렇다 할 만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다소 소강 상태를 보였다.5라운드에서는 마지막 라운드임을 의식한 석봉준 선수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라운드 중반 무렵 석봉준 선수의 코피가 심해지자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카노 켄지 선수의 TKO승을 선언했다.


▲서정우(한국) VS 나카니시 시토우(일본)


역시 서정우 선수.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급 선수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경기였다.2라운드에서 밀고 들어오는 상대를 맞아 뒷걸음치다가 나카니시 선수의 행운의 카운터 펀치에 다운(카운트 4)을 당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일어나서 반격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서정우 선수의 왼손 스트레이트에 이은 로우킥 공격이 인상적이었으며.서정우 선수의 팔꿈치 공격에 의해 눈두덩이가 찢긴 나카니시 선수가 링 닥터의 응급처치를 받기 위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 플라이급 최강자 다운 모습을 보여준 서정우 선수



3라운드는 서정우 선수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기 시작했다. 연속 하단차기에 이은 상단둘려차기 공격으로 나카니시로부터 한 차례 스탠딩 다운을 빼앗았던 서정우 선수는 일어나는 나카니시에게 재차 킥에 의한 맹공을 퍼부어 결국 링 바닥에 주저앉혀버렸다. 서정우 선수의 KO 승.

▲뿌아까오(태국) VS 띠모(오스트레일리아)


화려한 와이크루 만큼이나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뿌아카오

이번 KOMA-GP 대회에서 가장 돋보이고, 화려했던 경기였다. 손과 발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뿌아까오 선수의 격투기 능력이 유난히 돋보였고, 이에 맞선 띠모가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특히, 뛰어 상단돌려차기(중단돌려차기 포함) 기술과 스위치 킥, 원 투 펀치에 이어지는 발차기의 화려한 컴비네이션 기술 등 못쓰는 기술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테크닉을 구사해보였다. 이렇듯 뿌아까오의 뛰어난 격투기 자질과 화려한 무대 매너는 태국 무에타이계의 차세대 스타로써 전혀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1라운드는 띠모 선수의 앞차기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띠모는 화려한 전적을 갖고 있는 상대 선수를 맞아 다소 부담스러웠던지 경기를 일찍 끝내려는 듯 경기 시작 초반부터 다소 서두르는 인상을 보이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비해 뿌아까오 선수는 얼굴에 미소까지 띄우며 한껏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과장을 조금 섞는다면 격투기 제왕다운 풍모까지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1라운드에서 뿌아까오 선수가 보여준 스위치에 이은 상단돌려차기 공격은 모든 이의 뇌리 깊숙이 각인될 만했고, 특히 간헐적으로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상단 킥도 띠모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2라운드는 1라운드에 비한다면 다소 소강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경기 중반 띠모가 던진 행운의 왼손 어퍼컷이 뿌아까오 선수의 몸통에 적중되는 순간 꽤 큰 타격음이 들렸지만 별다른 데미지는 없어보였다. 2라운드에서도 뿌아까오 선수는 팬 서비스(?)를 잊지 않은 듯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였다. 경기가 다소 소강 상태를 보이던 그 순간 상단과 하단차기 컴비네이션에서 이어지는 스위치 킥으로 관중의 시선을 일순간에 다시 링 위로 집중하게 했다.

결국 뿌아까오 선수는 3라운드에서도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선수를 어린애 다루듯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다가 상단킥의 반동을 이용한 뒤돌아 팔꿈치치기로 마무리, 깨끗한 KO승을 일궈냈다.

▲김선기(한국) VS유스케(일본)


오른 주먹이 없다는 신체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김선기 선수에게 개인적으로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던 경기였다. 1라운드는 서로 대등한 시합을 펼친 라운드였다. 김선기 선수는 일본 선수의 펀치 공격을 맞아 하단 킥 공격으로 응수하는 등 노련한 플레이를 선보여 백전노장다운 면모를 과시해보이기도 했다.

투혼! 김선기 선수보다 이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선수가 있을까?



2라운드에서는 서로 펀치에 의한 공격을 많이 선보였는데, 김선기 선수의 경우 펀치 공격 후 상반신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약점을 드러냈다. 3라운드 종반 무렵 유스케 선수의 왼손 카운터 펀치에 의해 김선기 선수가 한차례 다운을 빼앗기기도 했지만, 카운트 도중 일어나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등 경기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주었다. 이어 4라운드에서도 유스케 선수의 중단 킥 공격에 대응하여 김선기 선수가 하단돌려차기로 한차례 다운을 빼앗았지만, 카운트는 없었다.

5라운드에서는 김선기 선수의 체력적인 열세가 드러나 보였다. 유스케의 공격으로 두 차례 다운(주심이 카운트를 세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다운으로 인정되지 않았음)을 당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합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 경기는 유스케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쌈코(태국) VS 리코엘


쌈코와 리코엘의 경기는 뒤에 벌어진 남삭노이 선수의 경기와 더불어 이 대회의 메인 이벤트에 해당되는 경기였다. 쌈코는 선수 입장 때 자신의 별명인 배트맨 가면을 쓰고 등장해서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펼쳐진 뿌아까오의 시합처럼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흐름은 없었지만, 왼발의 달인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시합이었다.

왼발의 달인, 쌈코. 그의 킥은 그야말로 일격필살이었다



가드를 한 상대 선수의 손을 무력화 시킬 정도로 강했던 쌈코의 왼발 상단 돌려차기는 상대의 의욕을 분쇄하기에 충분해보였다. 쌈코는 킥에 의해 한 차례 다운을 빼앗긴 리코엘 선수가 일어나는 순간을 노려, 다시 정확히 정강이 부위로 상대의 목 부위를 강타, 그대로 링 바닥에 주저 앉혀 버렸다. 리코엘 선수는 카운트 이후 다시 싸울 의사를 비쳤지만, 세컨 측에서 타올을 던져 경기는 1라운드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다소 싱겁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남삭노이(태국) VS 크레그 오플린(아일랜드)


전설의 챔피언이라 불리는 남삭노이의 날카로운 오른발 상단 돌려차기



KOMA-GP 대회의 메인 이벤트였으며, 경기 전부터 많은 이들로부터 기대를 모았던 전설의 챔프 남삭노이의 경기.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앞서 펼쳐진 뿌아까오의 화려한 경기를 관전했던 때문일까, 아무튼 기대에 비해서는 다소 평범한 시합이었다고 할 수있다. 물론, 간간히 뛰어난 테크닉은 구사해보였지만, 최근 2~3년간의 공백 탓인지 명성에 걸맞는 플레이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보였다.

1라운드는 양 선수 모두 탐색전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각도를 가늠하기 힘든 변형 킥(상단 돌려차기)과 간헐적으로 날리는 위협적인 킥 공격이 1라운드의 전부였다. 2라운드 역시 1라운드에 비해 크게 활발한 경기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화려한 좌우 킥을 구사했던 뿌아까오에 비교해 보면 남삭노이는 단조로울 만큼 오른발 상단 킥에 의존하는 경향이 눈에 띄었다. 3라운드에서는 남삭노이의 점프 상단 돌려차기가 위력을 발휘하는 등 간헐적으로 매서운 발차기를 선보이며 2라운드의 소강 상태를 만회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었지만, 끝내 이렇다 할 만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4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차츰 남삭노이 선수의 공격이 다양해졌다. 오른발 돌려차기에 의존하던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 팔꿈치 내려찍기, 상단돌려차기, 펀치에 이은 발차기 컴비네이션 등 다양한 공격을 구사하면서 오플린의 빈 틈을 파고들었다. 특히, 오플린의 가드가 내려가는 틈을 순간적으로 파고들면서 날리는 상단 돌려차기에서 그의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플린 선수가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쳐 결국 경기는 마지막 라운드인 5라운드까지 접어들고 있었다. 4라운드에 이어 5라운드에서도 남삭노이 선수는 관중들을 의식한 듯, 왼손 펀치에 이은 오른발 하단 돌려차기, 왼발 상단에 이은 오른발 중단 킥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컴비네이션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공격을 펼쳤다.이 경기는 결국 멋진 KO승은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남삭노이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댓글 3

無 2003.09.04
모든 기자들에 대한 격투팬으로서의 요구랄까요. 외부의 관찰도 중요하지만 좀더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기사가 되기 위해서 시합에 뛰었던 당사자들에 대한 인터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선수들에게 듣는 경기를 치룬 상대에 대한 평가 심리적 상태 이런것들이 격투기팬들을 좀더 만족 시키는 요소가 아닐까요. 아하.....통역이 없었을 수도 있었겠군요. 여하간 한국선수만이라도...
조영주 2003.09.05
변명같지만, 사실..선수 대기실 표정이나 선수 인터뷰도 시도해보려고 했었던 것 만큼은 사실입니다. 아무튼 다음부터는 격투기 대회의 전반적인 스케치 외에도 선수들 인터뷰에도 신경쓰도 록 하겠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오쓰~~~
비룡권법 2003.09.10
경기후기는 없는건가요?. 오픈전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