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 한국 이종격투기문화의 현 수준
최근 이종격투기대회 붐이 한창이다. 스피릿엠씨, WKF, 네오파이트, koma-GP 등등의 메이저급 대회 이외에도 준비되고 있는 격투기대회가 여럿있다. 이러한 이종격투기대회의 붐은 지난 몇 년간 인터넷을 통한 격투기 동호회인구의 확산과 케이블방송을 통한 일본과 미국의 이종격투기대회의 방영이 큰 몫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주류문화로까지 부상하지는 않았으나, 그 가능성 만큼은 분명 기대할 만 하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격투기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히 기대를 모을 만하지만, 현재적인 상황에서 볼때는 여러가지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문화라는 것이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고 볼 때, 한국의 격투기 또는 이종격투기 문화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물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많은 동호인, 애호가들의 역할과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8월 16일과 17일 양일간 두가지 대회가 진행되었다. 스피릿엠씨 등용문대회와 WKF대회가 그것이다. 기자는 이 두가지 대회를 모두 참관하면서 현재의 우리나라 격투기 문화와 수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는 우리나라 격투기 문화의 현재를 크게 ‘참가하는 선수’와 ‘준비하는 사람’과 ‘관람하는 사람’의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먼저 ‘직접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의 경우를 보자.
스피릿엠씨 대회의 경우, 그 날의 진행 자체가 예선의 예선 격인 ‘등용문’대회라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참가한 선수들 대부분이 프로의 냄새를 풍기는 격투가라기 보다는 아마추어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실력과 준비를 보여주었다. 몇 몇 선수는 주목할 만한 실력을 보여주었으나, 64명이라는 참가자의 숫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많은 경우, 대회 룰에 따른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 부족했다고 보인다. WKF대회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스피릿엠씨가 일반적인 참가자들에게 보다 크게 문이 열려있었다고 한다면, WKF는 몇몇 도장이나 체육관을 중심으로 선수가 꾸려지고 준비가 되었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는 아마추어를 벗어난 듯도 보였으나, 그 내용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격투기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데서 지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격투기의 현재 수준이며 위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참가자의 수준에 대한 실망이 향 후 우리나라 격투기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면에서는 대한민국 이종격투기의 원년이라고도 기억될 수 있는 2003년, 많은 사람들이 격투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을 실제 수련과 대회 참가로 이어간다면, 수년 내에 일본이나 미국 선수들의 실력에 버금가는 선수들의 등장을 기대할 만하다고 본다.
두번째, ‘준비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어느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 격투기 대회를 준비하는 ‘프로모터’군이다. 그런데,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이종격투기의 붐을 타고 돈을 벌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문화가 ‘자본’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할 때, 이러한 비즈니스맨들의 이종격투기시장으로의 유입은 피할 수도 없으며, 걱정만 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아서는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시류를 타고 돈이나 벌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제대로된 준비 없이 대회를 만들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이종격투기는 피어보지도 못하고 지는 꽃의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심판진의 자질을 확보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대회를 만들고 진행한다면, 참으로 바람직하겠으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어설픈 대회 진행, 룰에 대한 숙지도 되어 있지 않고, 선수를 보호하지도 못하는 심판들의 자질, 공정하지 못한 결과 등등이 이미 나타났고, 앞으로도 계속될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냉혹한 경쟁을 통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여러 대회 중에서 살아남을 대회는 얼마 되지 않겠지만, 엉터리 대회가 일반인들에게 이종격투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실망을 확대하는 것만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관람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이종격투기 선수들의 수준과 준비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아직 멀었다고 할 때, 그 비판은 고스란히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도 돌아간다. 격투기 대회라는 것이 어느정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요소가 분명 있으므로, 대회장에서 큰소리로 응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진행이 되고, 결과가 나온다고 하여, 미성년자수준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대회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WKF 대회 남자 헤비급 결승전의 경우 판정시비가 있었다. 기자의 순수한 개인적인 관점에서도 판정결과가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으나, 판정결과에 항의하는 일부사람들의 태도는 결코 공감을 살 수 없었다. 링사이드에 있는 의자를 집어 던지고, 음료수병을 집어 던지고 대회 진행자체를 방해할 정도로 항의했다는 것만도 비난받을 만 하였는데, 그 행동을 주동했던 사람들이 시합 당사자와 관련된 단체의 사람들이었다는 점은 결정적으로 그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하였다. 공정하고 말끔하게 대회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WKF측에 우선적으로 잘못이 있었지만, 거의 난동수준으로 대회를 방해했던 일부단체 사람들의 행동은 대회를 관람했던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 이종격투기의 현 위치에 대해 생각하면서, 기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당부를 드리고 싶다. 이종격투기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면, 시간을 내어서라도 직접 대회장에 가 보시라는. 물론 이미 여러 대회를 관람한 독자도 계실 터이지만, 앞으로 계속 열리게 될 격투기 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직접 대회장을 찾아 관람도 하면서, 우리나라 격투기 문화를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참여한다면, 앞선 다른 나라들의 격투기 수준의 경기를 우리나라에서 보게 되는 것도 그리 오래 기다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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