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오노 사건? 대구U대회 태권도 편파 판정 논란

편파 판정에 눈물 흘린 이란 선수
태권도 판정 논란이 또 한 번 일고 있다. 이번에는 그 여파가 상당히 크다. 기존 판정 논란이 국내 태권도인 사이에서 오간데 비해 이번에는 국제 대회, 그것도 대회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는 2003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편파 판정에 불복하는 외국 선수들의 모습이 TV로 방영되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이 문제가 이슈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남자 밴텀급 결승전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 24일 태권도 남자 밴텀급 결승전. 한국 박태열 선수를 상대로 이란 코다다드 칸요베 선수가 선전에도 불구하고 판정패한 후 눈물을 흘리며 매트에 무릎을 꿇고 판정에 항의하며 시위하는 일이 있었다. 유효한 공격에도 점수가 올라가지 않자 이란 측 코치가 항의하기도 했고, 칸요베 선수 역시 경기 후반에 들어서는 헤드기어를 벗어 던지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13 대 9로 패하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이 날 사건은 몇몇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는데, 특히 YTN뉴스는 이 모습을 방영하면서 대회 기간 동안 이 경기뿐만 아니라 여자 미들급 1회전에서도 미국 크리스티나 박 선수가 무릎을 꿇은 채 판정에 항의하는 일이 있었고, 다른 한국 선수의 경기에서도 판정 시비가 많았다는 사실을 함께 지적했다.
태권도 종주국의 명예는 어디에?
물론 당시 뉴스 보도 내용이 100%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칸요베 선수의 발들어내려차기가 정확하게 얼굴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되지 않은 부분은 오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뉴스 첫 장면이었던 박태열 선수가 쓰러진 장면은 칸요베 선수의 공격에 의해 넘어졌다기보다는 서로 나래차기 등 중심이 높아지는 발차기를 시도하다가 엉킨 상태에서 밀려 넘어지는, 태권도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런 경우 점수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몸통 공격의 경우 정확한 공격 부위가 아니거나 약한 공격이라고 판단되면 점수가 주어지지 않는데, 이 판단은 매우 미묘하며 전적으로 심판의 재량이다.
따라서 당시 박현석 대회 심판부장의 말처럼 우리 선수가 소극적이긴 했지만 점수로는 앞서는 경기였을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 사건이 칸요베 선수의 헐리우드 액션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은 경기 결과에 대해 심한 비난과 야유를 퍼부으며 칸요베 선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한, 뉴스 동영상을 통해 경기 장면을 본 네티즌들 역시 대다수가 당시 판정 내용이 편파 판정인 것 같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번 이란선수의 눈물과 항의 사건은 이번 U 대회만의 작품이 아니라고 많은 태권도인들은 입을 모은다. 그동안 각종 월드컵, 세계대회, 올림픽 등등의 굵직한 세계대회에서 맺히고 맺힌 판정에 대한 불만이 이번 U 대회에서 이란선수와의 경기를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드러났고, 그것이 이슈화가 된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 뉴스는 일부 네티즌들이 뉴스 다시보기 인터넷 페이지 주소를 스포츠 관련 사이트에 올리면서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월간 신동아에 실린 이종우 국기원 부원장의 솔직한 인터뷰 내용도 다시금 끄집어내어지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는 태권도계의 문제를 비교적 솔직히 털어놓고 있으며, 특히 그 동안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태권도 세계 대회에서 어떻게 한국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었는지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심판 배정이었다. 즉 한국 선수를 유리하게 봐줄 심판을 한국 선수의 경기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눈에 보이게 편파적인 경기 판정을 내리는 것은, 이종우 부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금새 들통나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

이번 판정에 대한 네티즌들의 따가운 질책들
고질적인 문제 적극적 해결 의지 있어야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YTN 홈페이지를 비롯, 뉴스 다시보기가 제공되는 대형 포털사이트와 스포츠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판정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한국 태권도가 약해졌나."
"지난 겨울 솔트레이크에서 오노와 미국이 했던 짓을 똑같이 되풀이했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이다. 국제적인 망신이다."
와 같은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에피소드 정도로 다루었던 다른 언론들도 소극적이나마 이번 대회 태권도 관련 소식을 전할 때마다 판정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보도가 나간 다음 날에는 보도 때문에 거꾸로 우리나라 태권도 선수가 불리한 판정을 받아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두 달전 제주에서 열린 제3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의 난동 사건과 같이 심판판정에 따른 논란과 난동이 국내외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말이다. 이에 대한 대안도 많이 나오고 있다. 포인트제와 판정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경기 태도를 버리고, 확실히 실력을 늘리고 기술을 개발해야한다는 근본적인 제안에서부터, 전자호구와 같은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정 시스템의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태권도협회에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전자호구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전자호구 도입이전에 태권도인들의 폭넓은 문제인식의 바탕위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사용이 결정되었으나 실제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전자호구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우리 태권도가 획득한 금메달 수는 총 16개 중에서 10개로 한국이 종합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편파 판정 시비로 얼룩진 금메달은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도, 세계 젊은이의 축제에 참여했던 선수들의 명예도 지켜주지 못했다.
무도로 출발한 우리의 국기 태권도. 태권도 경기에서 심판판정에 불복해 헤드기어를 땅바닥에 던져버리거나, 매트에 않고 드러눕고, 심지어는 경기장 매트를 갈아업는 상황에 우리 태권도인들은 아주 익숙해져 있다. 이런 모습들이 개선되지 않고 다음 올림픽에도 재발된다면, 올림픽 정식종목의 지속 여부를 떠나, 국기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댓글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