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일 무예도, 이종격투기 바다에 침몰하다.

정병일 무예도의 등장
지난 8월16일과 17일 양일간 개최된 SkyLife Spirit MC "鬪魂"대회의 등용문대회에서 특별히 주목받은 참가선수가 있었다. 바로, 정병일무예도 도주 정병일 선수이다. 참가 선수 중 최고령 선수(만46세,1957년생)이자, 헤비급 출전자 중 최단신(166cm)이라는 점 만으로도 화제와 관심의 집중을 받을 만 했으나, 정병일 선수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바로, 어린 시절부터 무술 수련을 시작하여 무력(武歷)만도 30년 이상이 되며, 마침내는 기(氣)를 이용한 실전최강무술인 정병일무예도를 창시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정병일무예도는 올해 초부터 여러 무술 관련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본지에 소개되어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정병일무예도 측에서는 정병일 도주가 상대가 공격해 들어올 때 호신기가 발동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으며, 손목을 잡히거나 앞이나 뒤에서 껴안긴 상태에서도 상대방을 수미터 이상 밀려가게 하거나 상대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였고, 그 홍보의 도가 과장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다. 말 그대로를 믿는다면, 그것은 발경이나 합기의 고수들이 보여주는 이상의 것이었고,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정병일무예도 도주인 정병일씨가 선수로 직접 스피릿엠씨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 하였다. 정말 나올까?, 설마. 나온다고 하다가 시합 직전에 포기하겠지., 이번엔 진짜 나온다던데? 등등 그의 참가여부는 대회 참가자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기자 역시 헤비급(80kg 이상)대회가 열리던 17일 당일 오전까지 과연 그가 나타날 지가 궁금했다.
정병일 링에 오르다

정병일선수와 인터뷰
대회 당일, 드디어 정병일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동안 어느 정도 과장되고 신비화된 듯한 홍보와, 강해 보이는 인상 때문에 인터뷰가 까다롭지는 않을까 하는 기자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정병일 선수는 매우 겸손했고, 내내 웃는 얼굴로 대화를 하였다. 그는 크지 않은 키에 단단해 보이는 체격과 다부진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기자는 정병일 선수와 조 추첨 전의 자투리 시간에 간단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래플링 기술에 대해서 준비를 많이 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래플링 쪽은 내가 그동안 해왔던 무술과는 차이가 있지만, 평생 무술을 해온 무술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를 가지고, 준비를 했다"고 하였다. 즉, 무술을 한 사람으로서 상대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나오건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지명도나 인지도 등을 비춰볼 때, 등용문 대회를 거치지 않고, 시드 배정을 받아 예선에 바로 참가하거나 스페셜 매치 선수로 출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래에서부터 직접 이기고, 올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시합을 앞둔 선수의 시간을 많이 뺏을 수는 없었기에 당일의 컨디션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마무리하면서, 경기 후에 인터뷰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양 팔을 치켜들고 관중에 답하는 정병일씨
대부분의 참가자들보다 많게는 20살 이상 연장자인 격투가와 대화를 하면서, 경기 결과가 궁금하면서도 걱정되었다. 사실 기자 역시 정병일선수의 시합에 대해 동료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못해서 심판이 기를 받아서 쓰러지면 어쩌지?", "아래에서 사진찍는 사람들도 위험한 거 아니야?", "관객까지 기를 받을 수 있다던데?"하면서, 농담을 주고 받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관중도 정병일 선수가 들리는 소문처럼 경이의 비기(秘技)를 선보이리라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전통 무술인 합기도를 오래 동안 수련한 사람으로서 어떠한 기술과 대응을 보여줄 것인지가 궁금했던 것이다.드디어 정병일 선수가 링으로 입장하였다. 일부 관객들은 장풍, 장풍을 외치며, 정병일 선수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상대는 부산에서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는 김건우 선수. 그래플링 기술이 주목되는 파이터였다.공교롭게도 참가자 중 가장 어린축에 속하는81년생으로 정병일 선수와는 스물다섯살 가까이 차이가 났다.

마우스피스와 파울컵을 착용하지 않아 실격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확실히 착용하고 나왔다
장유유서의 전통이 남아있어 아직까지 나이 따지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 상, 혹시라도 김건우 선수가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정병일 선수를 주먹으로 무차별하게 가격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경기 초반 서로를 탐색하며 대치중인 두 선수의 모습,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정병일 선수는 아주 기본적인 자세를 취했고, 독특한 행동(예를 들어, 기를 발산하는 듯한)은 전혀 없었다. 김건우 선수는 주짓수 파이터들이 흔히 보여주는 자세를 취하고 정선수와 대치했다. 대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병일 선수의 잽에 가까운 주먹이 왔다갔고, 곧이어 둘은 서로 붙잡은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또 얼마 되지 않아, 김건우 선수의 메치기로 둘은 바닥으로 함께 넘어졌고, 김건우 선수는 줄곧 유리한 포지션을 유지했다.
사이드포지션에서 마운트 포지션으로 바뀌었다가, 김건우 선수의 암바 시도를 정병일 선수가 몸을 틀어 방어하자 김건우 선수가 백마운트 자세로 가서는 정병일 선수의 턱 아래에 팔을 넣고 깃조르기에 들어갔고, 몇초 지나지 않아 정병일 선수가 바닥에 3번 탭을 하며 경기가 끝이 났다. 경기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김건우 선수의 손이 올라가자 정병일 선수는 김 선수의 승리를 박수로 축하해 주었고, 담담하게 링에서 내려왔다.
정병일을 둘러싼 갑론을박

드디어 두 선수 움직이기 시작, 과연 정병일 선수는 기를 사용한 공격을 보여줄 것인가
이 시합에 대한 많은 관심에 걸맞게 결과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분분했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사람들 현혹시키더니, 잘됐다. 그러게 왜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하나?"는 식의 비판에서 부터, "그래도 나온다는 약속 지키고 그 나이에 격투기 대회에 나와서 싸울 생각을 한 건 대단한것 아닌가? 허풍이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술을 한 사람으로서 인정해 줄만하다."는 옹호 의견도 적지 않았다.

별다른 특징 없이 김건우 선수가 메치기를 쉽게 성공시켰다

김건우 선수의 깃조르기에 정확하게 바닥을 세 번 탭한 정병일 선수
그 소리가 너무나 우렁차 혹자는 바닥을 향해 장풍을 쏘았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건우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정병일 선수
경기가 끝나고 선수대기실로 향하는 정병일 선수를 따라가서 이것저것 물어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왠지 선뜻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경기 후 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경기를 보면서 기자는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발경이니, 합기니 하는 것들이 과연 있기는 한가. 만약 있다면, 그것이 이러한 이종격투기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궁금한건, 정병일 선수는 자신이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했을까? 그는 어떤 생각으로 링에 올랐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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