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vs “룰과 정서의 차이일 뿐이다?!”
프로권법시합이 케이블을 타고 중계 된지 몇 개월이 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로권법의 실전성과 경기의 질(質)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강한 불신을 품는 격투 매니아 들이 있다. 現아시아 미들급 챔피언 이주철 선수의 경기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일방적인 경기운영 끝에 싱거운 승부는 가장 논란이 많이 되곤 한다. 그렇다면 프로권법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그리고 진실은 무엇일까?
현재 국내에서 접하는 매이저 급 이종격투기 대회를 비롯한 중.소 대회에서 채택하는 룰과 진행 방식은 일본과 미국의 이종격투기 룰과 거의 흡사하다. 이미 10여년 이나 먼저 이종격투기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키워내던 그들이 이종격투라는 성격에 가장 잘 부합되는 룰을 만들어내는 데에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현재는 상당히 안정적인 경기를 진행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 국내 팬들은 어떤 거부감이랄 것 없이 ‘BASIC RULE’로 인식한다.
또한 그 관점으로 모든 격투기 시합을 보게 된다. 물론 링 위에서의 정서까지도 반영한다. 링 위에서의 냉철한 승부, 강자만이 살아 남는 戰場, 철저한 승리에 익숙한 격투 매니아 들의 관점에 프로권법이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프로권법시합 중에 간간히 보여지는 의도적인 인터벌, 과장된 몸짓, 무도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컨셉의 선수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만들어진 시합’이라는 의구심을 심어줄 만하다.

이주철선수와 박승호선수의 시합장면
엔터테인먼트와 실전의 경계는 분명히 규정되어야 한다. WWE의 예를 들면 TV로 시청하는 어느 누구라도 그 시합들이 각본과 짜여진 약속으로 만들어진 정교한 하나의 ‘방송용 경기’라는 걸 알 수 있다. 표면에 이미 World Wrestling Entertainment라는 이름을 내걸고 엔터적인 경기를 하는 단체이기에 실전성에 관한 어떤 문제재기도 일어나지 않는다.
보는 사람은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튀어도 그것을 극화된 시합으로 이해하기에 극적인 스토리와 그들의 정교한 연출에 오히려 열광하는 지도 모른다. 스타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도 100여명에 달하는 스토리 작가를 두고 치밀하게 계산되는 것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어낸 미국인들의 ‘상업적 문화’를 다루는 노하우이다. 경계를 분명하게 규정하므로 단체와 시합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그에 따른 수요 층을 겨냥하는 특화 된 상품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프로권법은 앤터테인먼트와 실전의 모호한 경계 점에서 표류하고 있다.
프로권법은 ‘리얼 파이트’를 주장한다. 선수 개개인은 오랜 시간 꾸준히 수련한 무술인 임이 틀림없고 경기 또한 규정된 룰에 의한 공정한 시합이다. 시합 중에 골절상을 당하는 선수도 있고 심각한 부상을 입는 선수도 허다하다. 하지만 프로권법만의 색깔을 대중에게 확실히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프로권법이 가진 몇 가지 한계성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합기도 수도관을 중심으로 한 선수 층의 빈약함이다. 프로권법 시합을 ‘한 울타리 싸움’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원 사이드 한 시합을 빚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실력이 출중한 선수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그에 비해 상대되는 선수의 극명한 실력차가 시합의 ‘조작설’을 만들어낼 요소가 되고 동시에 출중한 실력을 가진 선수역시 평가절하 될 수 있다. 시합 중에 인터벌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경기를 너무 쉽게 끝내버리면 관객들이 즐길 시간도 없이 끝나기에 시간을 좀 끄는 것 아닌가?’
그 진위여부는 선수 본인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의도가 있는 인터벌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흥행을 위한 엔터적 요소의 적절한 삽입’이란 명제가 있었던 것이고 그 삽입부위가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선택은 잘못된 것이다.‘리얼 파이트’란 미명하에 의도적인 승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느 누가 받아 들일 수 있단 말인가.
두 번째로는 프로권법이 말하는 그들의 정서이다. ‘한국적 정서에 맞는 신사적 스포츠로서 높은 수준의 무술기법 공방으로 일반인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준다’라는 말은 보도자료에서 프로권법이 말하는 그들의 정서이다. 이 말에서 프로권법이 갖는 성격의 모호함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정도의 무술적 소양을 가진 사람이 본다면 수긍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실전에서 화려한 공격은 상대방이 그로기 상태가 아닌 이상에야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무방비가 되어버리는 도약이라든지 큰 스윙은 자칫 역전 카운터로 이어진다는 건 실전을 경험해 보지 않아도 여타 스포츠나 무술경기에서 수도 없이 말하는 주의 사항이다. 이미 수준 높은 시합들을 봐온 격투팬 들을 설득하기엔 조금 모자란 느낌이 있다. 시합 내적. 외적인 요소들을 통틀어서 한층 더 프로에 걸 맞는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다.

김영환선수 권준일 선수 시합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프로권법의 한계성은 ‘대중들의 편견’이란 것이다.
위의 지적사항대로 프로권법은 모두가 싫어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분명 프로권법도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프로권법을 아끼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이종격투기의 잔혹함을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권법은 덜 다듬어지긴 했지만 나름의 재미와 만족을 준다.’
이종격투기의 실전성에 비교되어 프로권법 매니아들의 목맨 토로 같지만 이 말이 갖는 의미는 꽤나 크다. 현재 하반기에만도 10여 개 이종격투기 대회가 준비 중이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룰과 대회의 성격은 일본과 미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입식 타격이면 ‘K-1’, Free fight면 ‘PRIDE FC’라는 공식처럼 우리는 이종격투기에 대한 자각을 하기도 전에 격투의 천국’이니 남자의 로망’이니 하는 말에 잠식되었다. 서로 다른 출발선상에서 만들어진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중들의 그러한 시점에 비추어 현재 대중적 호응도를 높이려는 프로권법으로서는 색깔을 뚜렷하게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중역시 확고한 자각이전에 비판일색의 여론은 다양한 가능성들을 잘라버릴 수 있는 무서운 칼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핑퐁vs 최정우선수 시합
서로간의 이해의 격차를 줄이고 대중들의 기호를 반영하고자 프로권법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획이사 겸 시합 해설을 맡고 있는 홍준철씨는 ‘변화는 필요합니다. 프로권법이 지금까지 기획과 운영의 미숙함을 가지 고 있던 점은 인정합니다. 좀더 대중적인 룰로의 변화와 프로권법의 색을 확고히 다지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분명 지난날 모두가 알만한 과오도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다양한 대중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성 있는 프로권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무도인으로서 링 위에서의 자긍심과 프로로서의 승부에 대한 열의를 대중에게 각인 시켜야 되는 책임도 있다. 프로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쉽게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지 않은가.


댓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