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킥, 조용한 성공

안정되고 깔끔한 진행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입장한 선수와 R-Queen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두 가지 느낌을 받았다. 하나는 "어? 잠실학생체육관이 이렇게 좁았었나?"라는 것. 그다지 넓어 보이지 않는 사각 링과 둘러싼 바리케이드를 겸한 무대, 그리고 플라스틱 팔걸이 의자들… 별다른 것이 없는데도 그렇다. 무대 세팅이 상당히 잘 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또 하나는 바로 그 무대 세팅이 지난 스피릿MC를 상당히 의식한 듯 보인다는 것. 링을 둘러싸고 있는 조명 구조물이라든지 경기장 양 측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은 보는 사람 누구나 그렇게 느낄 만 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링과 높이를 맞추어 선수와 R-Queen들이 링 주변을 돌며 입장하도록 한 무대였는데, 단순하면서도 관중에게 선수의 모습을 인식시키는데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입식 타격 대회장에서는 언제나 80년대 댄스 팝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평소 리듬을 타며 훈련하는 입식 타격계 특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 날도 어김없이 그런 음악에 맞추어 R-Queen들이 워킹 연습을 하고 있고, 몇몇 선수들은 링 주변을 돌아보며 경기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었다. 스피릿MC 때와 비교되는 점은 훨씬 편안한 분위기라는 것.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듯 스텝들도 그다지 분주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익숙한 입식 타격 스타일 경기이고, 그에 따라 스텝도 선수도 경험이 충분한 덕이리라.
이 같은 분위기는 대회 내내 안정되고 깔끔한 진행으로 이어졌다. 사회는 SKY KBS SPORTS 채널에서 PRIDE FC와 KOTC 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있는 강준형 아나운서가 맡아 무리 없는 진행을 보여주었으며, 영어 멘트를 맡은 여성의 목소리도 파워 있고 노련한 느낌이었다. 주심은 K-1 공식 레프리인 오나리 아츠시와 국내 심판 4인이 맡았는데, 오나리 주심의 몸을 던지며 선수들을 떼어놓는 브레이크 액션이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오나리 주심이 오픈 게임을 비롯 국내 선수끼리의 게임에서만 주심을 맡고, 한일전에서는 국내 심판이 링에 오름으로써 판정 시비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 주심들의 경기 진행 역시 깔끔했고 실제로 판정 시비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닌가 싶다.
막상막하의 대결, 다운 행진
이 모든 것보다 돋보였던 것은 바로 경기 내용 자체였다. 선수들의 수준과 기량은 그들을 위해 마련된 무대의 규모에 어울릴 정도로 훌륭했다. 첫 게임부터 난타전이 이어졌는데, 막싸움이 아니라 적극적이지만 숙련된 플레이였다. 또 흥분을 적절한 파워와 기술로 이끌어내는 몇몇 선수의 경기 운영 또한 돋보였다.

서정우 vs 전성배 - 펀치를 주고받고 있다
국내전 제2경기에서는 KO가 나왔고, 4경기에서 성난 황소 서정우 선수는 상대 선수를 연거푸 차 넘어뜨리며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계속해서 자신의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상대를 몰아가던 서 선수는 전성배 선수가 뻗은 오른손 펀치를 잡아 업어치기로 메치는 보기 드문 장면까지 선보이며 합기도와 우슈 수련 경험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일전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져 다운을 주고받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오갔다. 특히 일본 선수들은 상당히 비장한 표정으로 링에 올랐고 공이 울리자마자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등, 저돌적인 모습으로 자신들이 한국 선수에게 승리를 바치는 들러리 역할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문정웅 vs 호리카와 - 플라잉 니킥 작렬!
그 가운데에서도 두 번째 경기에서 문정웅과 대전한 호리카와 미츠마사는 앞밀어차기와 펀치로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은 후 플라잉니킥을 얼굴에 찔러 넣는 화려한 플레이를 여러 차례 성공시키는 인상적인 파이팅을 펼치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경기 후반부터는 문정웅 선수는 차근차근 호리카와 선수의 복부에 무릎차기를 성공시키며 다운을 빼앗기에 이르았다. 결국 아슬아슬한 점수 차로 판정패한 호리카와는 분한 듯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링을 내려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경기를 가진 하코자키 유조는 이날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일본 선수로, 링 위에 먼저 오른 그는 박재경 선수가 입장하는 동안 링 바닥에 드러누워 마음을 가다듬는 특이한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박재경 vs 하코자키 - 카운터 펀치가 묵직하다
하코자키의 파이팅은 전반적으로 매우 터프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정확하게 날리는 카운터 펀치가 매우 날카로웠다. 그의 펀치는 여러 차례 정확한 히트로 박재경 선수를 두 번이나 다운시켰고, 적지인 한국 링에 섰음에도 관중의 많은 감탄과 박수를 받았다. 비록 KO승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압도적인 점수 차로 이견의 여지 없는 승리를 거두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가나자와 선수를 대신하여 임치빈 선수를 상대한 시마노 선수도 잔기술보다는 하이킥 위주의 큰 기술 위주로 시원하고 보기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지만, 역시 체력이나 기량이 임치빈 선수의 상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임치빈 선수가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이며 시마노 선수를 여러 차례 다운시켜 낙승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승리 후의 임치빈 선수도 뭔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고, 이 날 경기 중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임치빈 vs 시마노 - 압도적인 기량차로 누른 경기였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좋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를 찾은 미디어 팀이나 관중 수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투자한 비용과 지난 스피릿MC 때의 흥행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라 느껴진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입식 타격이라는 아이템이 조금은 진부하다는 점과 기존 대회들이 가지고 있던 여러 문제점을 보아온 격투기 팬들의 망설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대회와 차이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 같이 입구에 늘어놓은 각종 스트라이킥 상품들을 보면서 저 돈을 홍보하는데 썼더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실상 스피릿MC가 그만한 흥행 성적을 거둔데에는 지속적이며 대대적인 광고의 힘이 컸다.

링사이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어있는 관중석
그러나 대회를 보고 난 관중들의 평가는 오히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던 스피릿MC보다 좋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입식타격 경기는 이해하기가 쉽다. 따라서 관중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이번 경기를 가진 선수들은 모두 화려한 기술과 빠른 연속 공격, 적절한 파워를 고루 갖춘 플레이로 경중량급의 장점이자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서정우 선수의 내려차기, 업어치기, 차넘기기나 임치빈 선수의 뒤돌려차기, 호리카와 선수의 플라잉니킥 등은 자칫 단조로운 로우킥과 펀치 공방 일색으로 지루해질 수 있는 입식 타격 경기의 문제점을 깨끗하게 극복하고 관중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더불어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진 노하우로 무리수를 두지 않은 깔끔한 진행이 대회를 지켜본 사람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저 그런 뻔한 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했던 사람들조차도 상당히 만족스런 대회였다고 평했으니 충분히 성과를 거두었다 할 것이다. 이런 좋은 평가는 금새 입소문을 타고 효과를 드러낸다.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한 상태에서 2개월 후에 있을 다음 대회 때부터 좀 더 다양한 무력의 선수를 출전시킴으로써 진정한 이종격투기 대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주최측의 의지가 이어진다면 스트라이킥은 매우 성공적인 대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9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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