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진회관 한국본부, 첫 공식 승단심사 개최
지난 6월 28일, 오후 11시. 기자는 부산행 차편에 몸을 실었다. 다음 날인 6월 2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극진회관 한국본부 첫 공식 승단심사를 취재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승단심사는 일본에서 극진가라테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김경훈 사범이 2001년 3월, 부산에 정식으로 극진가라데 한국본부를 설립한 지 만 3년 만에 갖는 첫 공식 승단심사로써 그 의의가 크다.
한국 본부에서 갖는 첫 공식 승단심사의 응심자는 서울지부도장의 오정열 지도원을 비롯하여, 부산 화명 도장의 황치원 씨, 부산 본부 도장의 허윤 씨 등 3인.
첫 승단 심사 현장을, 특히 죽음의 10인 조수를, 그것도 바로 코 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생각에 좀처럼 잠을 청하기 어려웠지만, 내일을 위해 비좁은 차 안에서 잠시 토막 잠을 청해보기로 했다. 자는 둥 마는 둥 그렇게 밤을 지새우며 달려간 부산. 도착해보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도착한 극진회관 한국 본부 도장이 위치한 동래로 향했다.
오전 7시. 도장 안은 잠시 후에 있을 ‘승단심사(승급심사를 겸한)’ 의 열기를 미처 깨닫지 못한 듯, 쥐 죽은 듯 고요한 적막만이 감싸고 있었다. 차 안에서 잠깐이나마 토막 잠을 잤다고는 하지만, 도착하고 나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은 피로를 풀기 위해 같이 내려간 동료들과 함께 사우나를 찾았다.
8시 반이 넘었지만, 아직 도장에는 서울 도장에서 내려간 사람들 이외에는 부산지부 수련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윽고, 9시가 조금 넘어서자 부산지부 수련생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9시 30분. 도장 안은 어느새 아침의 적막함을 만회하려는 듯 승급(승단) 심사자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수련생들은 잠시 후 10시부터 시작되는 승급·단 심사가 걱정되는지 저마다 나름대로 심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2인 1조가 되어 약속조수를 연습하는 사람들, 천장 위에 매달린 공을 차는 연습을 하는 사람들, 쿠미테 연습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 유연성, 봉 뛰어넘기, 물구나무서기 연습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 등등 그야말로 십인십색이었다.
시계의 초침은 승급(승단)심사자들의 떨리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제 할 일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전 10시, 간단한 인사를 마친 김경훈 사범이 응심자들에게 심사에 대비한 주의 사항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다.

승급심사를 하는 김경훈사범
“승급(단)심사는 그 동안 여러분들이 쌓아올린 수련의 척도를 알아보기 위한 중요한 행사입니다. 띠 색깔을 바꾸는 데에 그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닌, 이 행사를 통해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앞으로의 수련에 반영하여 더욱 정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바랍니다. 또, 평소에 익힌 기본적인 방어 동작들을 확실히 펼칠 수 있도록 해서 절대로 부상을 입지 않도록 스스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이윽고, 심사가 시작되었다. 극진가라데의 승급·단 심사는 그 내용면에 있어서 타류 무술의 승급(단)심사에 비해 그 종류도 다양하고, 실전적인 면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다.
승단 심사 역시 그 동안 치러왔던 승급 심사에 그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심사 내용이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승급 심사와 가장 크게 구분될 수 있는 요소라면 ‘10인 조수(대련)’와 ‘이동수련’, 그리고 ‘형(가타)’ 을 꼽을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10인 조수는 승단 심사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피 말리는 10인 조수
모든 심사과정이 끝나고 마침내 응심자들의 피를 말리는 10인 조수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 승단 심사 응심자는 서울지부도장의 오정열 지도원을 비롯하여, 부산 화명 도장의 지도사범 황치원 씨, 부산 본부 도장의 지도원 허윤 씨 등 3인.
극진가라데 한국본부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갖는 심사였던 때문인지 이들 세 사람의 얼굴에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해보였다. 그렇다고, 승단심사에 응한 이상 피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10인 조수는 극진가라데 승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10인 조수에 나온 사람은 부산 본부의 허윤 씨. 그의 첫 상대는 발차기 위주의 공격을 주특기로 하고 있었다. 원, 투 펀치로 거리를 재면서 앞발 앞차기와 뒷발 돌려차기로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며 들어오는 상대를 맞아, 침착히 맞선 그는 원·투 펀치에 이은 앞 발 앞차기로 상대의 손에 쥐고 있던 바를 떨어트리게 해서 간단히 ‘절반’을 따냈다.
두 번째 상대는 이번에 밤 띠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그에 비해 체중과 신장이 월등히 좋아보였다. 두 번째 상대와의 쿠미테는 방어와 받아 치기 위주의 전술을 택한 듯해 보였다. 앞으로 남은 여덟 명의 상대와 대전하기 위해서는 체력 안배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었을 듯.
세 번째 상대는 신장 차이는 없었지만, 체격 조건이 상당히 좋아보였다. 하단 차기 위주로 공격해 들어오는 상대를 맞아, 이번에는 다소 거리를 두고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했다. 그러다가 가끔씩 역습을 가하기도 했는데, 뒷발 돌려차기로 파고 들어오는 상대를 맞아 왼발 뒤 돌려 차기를 날려 상대의 머리카락을 스치듯 건드리며 지나칠 때는 모두들 ‘와~’하는 환호성을 터트리기도 했다.
네 번째 상대는 유난히 리치가 길었다. 상대는 주로 앞발 앞차기로 그의 공격 루트를 끊어버리려는 듯 견제해 가면서 간간히 하단 돌려차기와 중단 돌려차기, 이어서 원·투 펀치를 날리며 그를 괴롭혔다. 초반에는 이 상대를 맞아 다소 고전하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중반 들어 상대의 전술을 파악하면서부터는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섯번째 상대는 손과 발의 컴비네이션이 뛰어났다. 원,투 펀치에 이은 상단 돌려차기나 하단 돌려차기, 내려찍기에 이은 앞차기나, 돌려차기에 이은 뒤차기 혹은 뒤 돌려 차기 등 실로 다양하고 화려한 컴비네이션을 선보이는 상대였다. 그 상대를 맞아 침착하게 맞서 싸우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컴비네이션에 이은 상단 돌려차기로 안면을 가격 당해, 절반을 내주고 말았다.
여섯번째 상대와는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밀어붙이는 상대를 맞아,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오른발 돌려차기로 ‘절반’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심판이 득점 장면을 놓쳐 인정받지 못했다.
일곱 번째와 여덟번째 상대와는 체력 안배를 위한 때문이었는지 다소 소강 상태를 보이면서 받아 치기 위주의 기술을 구사해 나갔다. 아홉번째의 상대와는 쿠미테 시 상대의 뒤차기에낭심을 얻어맞고 괴로운 듯 바닥에 주저 앉기도 해, 응원하러 왔던 그의 부인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마지막 상대와 대전 때는 이제 마지막이란 생각 때문이었는지 전력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기량을 이제 더 이상 체력 안배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10인 조수 도전도 막을 내리고 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10인 조수 도전자로 나선 부산 화명 도장의 지도사범 황치원 씨와 서울도장의 오정열 지도원. 그들 두 사람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10인 조수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서울 도장의 오정열 지도원의 경우, 두 번째 상대와 쿠미테에서 걷기도 힘들 정도의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러시안 킥 등 다양한 기술 들을 선보이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10인 조수에 임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해보였다.
어떤 난관에 부딪쳐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극진정신’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던 것이다.
승급(단)심사에 대해
극진가라데는 1년에 4회에 걸쳐 승급(단)심사를 치른다. 띠 구성은 ▲백색-오렌지색-오렌지색 한 줄-파란색-파란색 한 줄-노란색-노란색 한 줄-녹색-녹색 한 줄-갈색-갈색 한 줄-갈색 두 줄-검정색 순으로 되어있으며, 보통 한 단계 승급하는 데에는 3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녹색 띠를 획득한 후 갈색 띠로 승급하는 데에는 6개월 정도 걸린다. 또, 갈색 띠에서 초단인 검은 띠로 승단하는 데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단, 매일 철저한 출석 체크가 이뤄지기 때문에 출석률이 미비한 사람은 승급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통 초심자가 입관해서 초단(검은 띠, 1단)을 획득하기까지는 대략 3년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극진가라데의 승급·단심사는 타류 무술의 승급(단)심사와는 그 진행 방식과 스타일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언뜻 보면 마치 일상 수련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심사 역시 수련의 연장선 상에 놓여있다는 말을 접하고 나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심사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준비운동 : 공식 심사에 앞서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줌으로써 온 몸의 근육을 이완시켜 심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준비운동은 긴장된 상태에 놓여있는 전신 근육을 손끝에서 발끝까지 부드럽게 이완시켜주는 효과를 준다.
◆기본기 : 지금까지 수련해왔던 동작 중에서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을 중점적으로 체크 한다.삼전서기 자세(우삼전, 좌삼전)에서의 기본 기술과 아울러, 기마서기 자세에서의 기본기, 발차기 자세(반 전굴서기), 평행서기 자세에서의 발차기 동작 등을 체크 한다. 기본기 심사에서는 정확한 공격동작(타격 부위, 자세 등)과 정확한 방어동작을 숙지하고 있는 지의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① 우삼전 서기 : 정권과 이권을 사용하며, 기본 지르기와 치기, 그리고 방어동작이 들어있다. 정확한 타격 부위가 심사의 포인트. 내용을 살펴보면, 중·상단정권지르기, 정권치기, 이권안면치기, 이권비장치기, 이권 돌려치기, 상단막기, 바깥막기, 안 막기, 하단막기, 안 막고 아래막기의 11가지 동작이 있다.
② 좌삼전 서기 : 수도안면치기, 수도 안치기, 쇄골 내려치기, 쇄골 지르기, 수도 비장치기
③ 기마서기 : 팔굽 안면 치기, 팔굽 올려치기, 팔굽 내려치기
④ 반 전굴서기 : 이동수련이 아닌, 서있는 상태에서 발차기를 할 때에는 전굴서기 자세보다 편한 반 전굴서기 자세를 취한다. 반전굴서기 상태에서 행하는 발차기로는 ‘앞 뻗어 올리기’가 있다.
⑤ 평행서기 : 양쪽 발이 평행이 되게 선 상태에서 보폭은 자신의 발 한 족장(발 한 개의 크기)만큼 벌린 상태. 평행서기는 보폭이 좁고 양쪽 발이 평행이 되어있기 때문에 발차기 후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평행서기 자세에서의 발차기로는 금적 차기, 무릎차기, 앞차기, 옆 뻗어올리기, 관절차기, 옆차기, 뒤차기, 돌려차기의 동작이 있다.
◆유연성 테스트 : 유연성 테스트에는 좌, 우, 앞 방향에서 다리 찢기, 이마에 발 대고 일어서기 등의 동작을 테스트 하는데, 말 그대로 과격한 동작이 많은 극진가라데를 수련함에 있어서 수련자가 얼마 만큼 수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나를 체크하는 데에 있다.
◆정권단련 : 팔 굽혀 펴기(푸시업) 펴기와 비슷하지만, 검지와 중지의 정권부위만을 사용한다는 점과 팔을 벌리지 않고 옆구리에 밀착시킨 상태에서 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팔을 펴서 몸을 위로 올렸다가 내려오는 순간을 1회로 간주한다. 승단시험 응심자는 100회 이상, 유급자(색 띠)는 50회 이상, 그리고 무급자(흰색 띠) 는 30회 이상을 해야 한다.
◆이동수련 : 이동수련은 기본 수련의 연장선 상에 있는 수련 방식으로, 기본 수련 때 익혔던 각종 기본기들을 신체를 이동시키면서 펼쳐내는 수련 방법을 말한다. 심사 때 체크 사항은 몸의 밸런스와 보폭, 정확한 동작 등을 체크 한다. 이동수련은 띠 색깔(레벨)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초록 띠 이상이 되면 모든 기본동작을 회전을 하면서 안정되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손동작의 경우 180도 회전, 발차기 동작의 경우에는 360도 회전 수련을 원칙으로 한다.
◆봉 뛰어넘기 : 도약과 착지 때의 몸의 밸런스가 체크 포인트.
◆물구나무서기 : 왕복 12m의 거리를 물구나무서기로 이동해야 한다. 몸의 균형을 정확하게 유지하고, 팔 힘으로만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3회까지는 넘어졌다가 다시 자세를 잡아도 감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형 : 타 무술의 품새와 투로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태극, 족기 태극, 평안, 산친, 얀츠, 츠키노카타, 겍사이다이, 겍사이쇼 등 다양한 형이 존재하며, 급수에 따라 익힐 수 있는 형이 제한되어 있다. 회전을 요구하는 형도 많다. 심사 때는 완급의 조절, 정확한 자세, 방향, 이동 후의 신체의 밸런스 등을 체크 한다.
◆볼 차기 : 허공에 매달린 볼을 도약하여 발로 차는 수련. 천정에 각기 높이가 달리해서 3개의 볼을 묶어놓고, 도약해서 정확하게 발차기를 한 다음 안정된 착지를 해야 한다. 마지막에 가장 낮게 달린 볼은 유급자의 경우에는 ‘뛰어 뒤 돌려 차기’로 찰 수 있어야 한다.
◆약속조수 : 2회에 걸쳐 체크 한다.1회 째는 ‘컴비네이션’ 기술의 구사여부를 체크하고, 2회째는 상대의 공격을 막은 다음 반격하는 동작을 체크 한다. 이때의 체크 포인트는 정확한 방어동작과 반격기술, 그리고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지의 여부를 체크 한다.
◆쿠미테(대련) : 무급에서 파란 띠까지는 1인 조수를 원칙으로 하며, 노란 띠에서 초록 띠로 승급할 경우 2인 조수, 초록에서 밤색 띠로 승급할 때에는 5인 조수, 밤색 띠에서 검은 띠 1단으로 승단할 때에는 10인 조수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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