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태협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군 '정통성 논쟁'(2000.6.2)
한국의 모든 전통무예가 다 태권도라고?
지난달 11일 한 고등학교 1학년 택견 수련자의 문제제기에 의해 촉발된 태권도의 정통성 논쟁이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최근까지도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바로 대한태권도협회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토론장이다. 문제의 발단은 한 고등학교 1학년 택견 수련자가 우연히 대태협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고우영 화백이 그린 만화로 보는 태권도 역사라는 만화를 보고 자유토론장에 항의의 뜻을 남긴 일이었다.
이 글에 대해 나태권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바로 반박하면서 이 논쟁은 확산되기 시작했다. 문제제기의 요지는 만화로 보는 태권도 역사가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그 택견 수련자는 "만화로 보는 태권도 역사를 보던 중 정말 기가 막힌 걸 보고 말았습니다. 고구려 시대에 선배들이 하던 무예가 태권도고 화랑들이 하던 것이 태권도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일제시대 의병들이 쓰던 것도 태권도고."라고 말하며 태권도는 택견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가라데와 더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태권도는 공수도처럼 끊어치지만 택견은 밀 듯이 찹니다. 또한 태권도처럼 밞날, 손날로 치는 게 아니라 발바닥이나 손바닥처럼 부드러운 곳을 써서 상대방을 배려해주죠. 기술이 근본이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렇게 서로 다른 태권도와 택견을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무예를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자신을 나태권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태권도는 고구려와 신라의 선배와 화랑, 그리고 민족의 고유사상과 철학이 담겨져 있으며 우리 민족의 문화적 사상 즉 예절과 유가의 자연철학(음약, 팔괘), 불교 사상 등 모든 민족 사상이 담겨져 있습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택견과 현재의 태권도 기술체계와 동작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일제탄압에 의한 가라데의 영향으로 태권도의 모체가 가라데라는 주장은 아주 잘못된 상식입니다."라는 주장도 펼쳤다. 물론 그도 "태권도의 기술체계 정립시기에 가라데의 동작이 유입된 부분도 있었겠지만"이라고 말하면서 태권도와 가라데의 관계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태권도는 가라데의 영향을 받았는가?
문제의 그 만화로 보는 태권도 역사를 보면 작가는 태견, 수박으로 불리던 태권도는 무예수련의 기초가 되고 있었다, 화랑도에서도 태권도는 필수과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등 태권도 이전에 존재했던 모든 무술을 모두 태권도로 통칭하고 있다. 이 만화는 대태협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기 때문에 이는 대태협의 공식 입장이다. 이는 물론 세계태권도연맹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이후 논쟁은 다른 여러 네티즌들의 동참으로 확대됐고 최근까지 별다른 진전없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근거자료를 제시하기도 하고 비방성 발언을 하기도 하면서 과연 태권도는 택견과 가까운가? 아니면 가라데의 영향을 받은 무술인가? 라는 주제를 놓고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과는 달리 중간자적 입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 네티즌은 태권도와 택견 모두 우리나라의 전통무술이라고 주장하며 "너무 전통성을 가지고 싸우지 말고 전통무예 택견과 우리나라 무예의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 재창조한 현대적 무술 태권도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안될까요?"라고 말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 태권도계에서는 김용옥이나 양진방의 연구에 의해 가라데 유입설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많은 소장 학자들이 가라데의 영향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당시 태권도를 수련했던 원로들도 자신이 스승에게 배운 것은 가라데였다는 사실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나마 밝히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택견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며 택견 수련자들은 태권도와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밖에 되지 않은 한 택견 수련자는 올바른 태권도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태권도인들에게 중요한 과제를 던져주었다. 태권도의 뿌리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과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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