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술원 비판 (1) - 운학형과 호학쌍형권


제보자가 보내온 호학쌍형권 교본
얼마 전 한 익명의 제보자가 중국 무술 투로 호학쌍형권 교본을 스캔한 파일 묶음을 보내왔다. 그런데 파일 제목이 Unhak이었다. 언핵? 언학? …운학. 그는 파일에 덧붙여국술원의 고단자형인 운학형이 바로 호학쌍형권이라고 주장했다. 그가보낸 메일 내용을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현재 국술원에서는 국술이 총재의 가문에서 전해져 오는 한국전통무예라고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술원을 배우면서 한국무술답지 않은 동작들이많다는 것을 깨닫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국술원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죠. 지금은국술원이 한국전통무예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으며, 특히 국술원 형(型)들이 어떤 무술의 어떤 동작을 베낀 것인지 거의 모든 증거 자료를확보하고있습니다. 보내드린 자료는 그 중에서도 운학형과 똑같은 중국무술 투로입니다."
보내준 자료와 국술원 교본의 운학형을비교해보니 과연 그가 똑같다라고 자신 있게말할 만큼 많은 부분이 일치하고있었다. 물론 도입과 마무리 부분을비롯하여 약간 순서나 자세, 방향이 다르기도 하고 전혀 다른 동작도 일부 보였지만대체로 대동소이했으며, 특히 중반부에서는 약 10개에서부터 20개 정도까지 이어지는 연결 동작이 그야말로 똑같은 절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정말로 같은 형인가에 대해서 실제 연무를 보고 비교하지 않으면 단정 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비디오 자료와 실제 연무 등 두 가지형을 모두 본 적이 있다는 한 조언자는 "두 투로가 닮긴 했지만, 형을 풀어가는 신법이나 그 용법이 전혀 다르다. 두 가지가 같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대략 100개이상 동작으로 이루어진 긴투로에서 일부 동일한 연결 동작(초식)이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70% 이상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그 풍격이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같은 원형을 가지고 있는 투로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게 한다.

호학쌍형권과 운학형 후반부 동작 가운데 하나. 수형 및 자세, 전후 연결 동작이 모두 같다
호학쌍형권 vs 운학형
잠시 호학쌍형권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호학쌍형권은"○○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권종 또는 문파를 이르는 말이 아니라 특정 투로의 명칭이다. 이 투로는 주로 홍가권 등 남파 소림 계통의 권술에서 익히는 투로인데, 각문파마다 조금씩 그 동작에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큰 흐름은 거의 같다. 또한 실전용초식이 포함되어있는 상급 투로라기보다는 기초 자세와 동작을 숙달시키고 체력을 기르기 위한 초중급 수준의 교습용 투로로서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중국무술 도관에서 공개적으로 전수되고 있다고 한다. 제보자가 제공한 교본도 이미 오래 전에 시중에 번역되어 출시되어 있어 지금도 대형 서점에 가면 쉽게 구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운학형을 살펴보자. 사실 운학형은 국술원 형 가운데에서도 독특한 부분이 많은데, 명칭이나 동작 등에서 실질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여타 국술원 형들과는 달리 상형권의 성격이 강하다. 게다가 다른 형들이 전후좌우 이동이 많은 반면, 거의 제자리에서 동작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이에 대해서 운학형이 최상급형인 만큼 다른 형과 차이가 많은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특징들이 곧 호학쌍형권의 특징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운학형의 기식(起式 - 국술원에는 마땅한 표현이 없어 중국무술 용어를 차용했다)을 비롯하여 몇몇 부분에서는 독특한 수형(그림 참고)이 발견되는데, 이 수형이 바로 중국 남권 계통에서 보이는 독특한 수형이며 다른 국술원 형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기식에서 보이는 수형은 남권 특유의 손모양으로 운학형 전반에 걸쳐 발견된다
그렇다면 정말로 중국무술 투로가 전통무술 국술원의 형으로가르쳐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5단 이상이 배우는 최상급자용 형으로 말이다. 국술원에 상당 기간 몸담았던 한 정보원에 따르면, 서인혁 총재가 국술원을 보급하기 시작하던 당시 이름이 높았던 한 중국무술 노사에게 이 투로를 배웠고, 이것을 기초로 현재의 운학형을 만들었으며 다시 감수까지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80년대에 국술원을 수련했던 또 다른 정보원이 말하는 경험담은 이 소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국술원 내에서 운학형이 호학쌍형권에 다름아님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었음을 시사한다.
"당시에 몇몇 관장님들이 교본 외에도 마치 무공비급처럼간수하던 것이 있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서점에서 파는 해적판 호학쌍형권 교본의 복사물이었습니다.당시 젊은 사범들 중에는 그 사실에 실망한 나머지 국술원 도복을 벗은 사람도 꽤 되었어요."
운학형과 국술원

중반부 특징적 동작 가운데 하나. 운학형은 호학쌍형권의 변형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정보들을 접하다보니 오랜 기간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태권도 전통성시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여기서 국술원이 중국무술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은, 일본가라테의 가타(型)과 태권도 품새를 통해 태권도가 가라테와 같은 무술인가 다른가를 논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결론도 비슷하게 날 것이다. 물론 국술원은 형 이외에도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무술이고,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운학형 외의 형들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운학형 만큼은 중국무술의 변형에 다름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기는 국술이라는 이름조차 중국에서 중국무술을 스스로 이르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지 않은가.
그러나 태권도가 가라테 그대로에서 시작되어 오랜 세월 끝에 변형 발전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어 온 것과는 달리, 국술원은 그 출발부터 중국무술과는 다른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시작되었다는점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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