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남의 극진인생


미도리파 한국지부 김일남 사범
한국 극진 가라테에 또 다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극진관 분열의 여파가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극진회관 미도리파 한국지부가 도장을 열고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극진회관 미도리파는 새로운 분파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극진회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극진회관 즉 마쓰이파와는 완전히 독자적인 활동을 해 나가고 있는 단체이다. 이는 故 최영의 총재가 타계하면서 발생했던 법정 공방의 결과이다.“아니, 연락도 없이 어쩐 일입니까? 어서 들어 오이소.” 미리 연락도 없이 찾아갔지만 도장 문을 들어서자마자 구수한 사투리로 반겨 주는 이 사람이 바로 미도리파 한국지부를 낸 주인공,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 극진가라테의 대표적인 젊은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일남 선수다(이제부터는 김일남 사범이라고 해야겠다).

기술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어린이 수련생
극진회관 미도리파 한국지부 도장이 자리한 곳은 부산 장전동. 공교롭게도 김경훈 사범 도장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다. 게다가 김일남 사범은 한 동안 김경훈 사범의 도장에서 지도원 생활을 하기도 했던 인연도 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는 뭔가 둘 사이에 불편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만도 하다.“제가 비록 마쓰이파를 떠났지만 여전히 마쓰이 관장을 존경하며 김경훈 사범 역시 훌륭한 극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이적을 결심하게 된 것에도 그만한 이유와 고민이 있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거니와, 설령 사연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서로 으르렁대며 지낼 필요도 없지요. 개중엔 동래 도장에 다니다가 이 곳으로 옮겨 온 수련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리 상 편의라든지 취향과 같은 것에 따른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녁부 수련을 마친 수련생들, 우측에서 두번째가 김일남 사범
취향 문제란 말에 흥미가 당긴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 호기심에 대한 해답은 마침 시작된 저녁 수련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에 김경훈 사범의 수련 지도를 지켜보았을 때 느낀 점은 철저하게 기본을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시간상으로도 기본기 수련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였으며, 상대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는 확실한 기술과 힘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 비해 김일남 사범의 수련 방식은 기본의 중요성은 잊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대련에 써먹을 수 있도록 하는 감각과 체력, 그리고 테크닉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수련 내용의 대부분은 짝을 지은 상대와 마주한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목표에 따라 다양한 훈련 방식과 도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김경훈 사범과 김일남 사범의 스타일 차이이겠지만, ‘일격’를 강조하는 마쓰이파와 ‘사력달성(죽을힘을 다해 이룬다)’을 강조하는 미도리파의 성격 차이와도 묘하게 통하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결국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은 자연히 찾아가게 되는 것일까?“미도리파 이적을 결심하고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 일본 본부도장에서 지도와 테스트를 받는 동안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무엇보다도 너무나 자유로운 수련 분위기가 그랬지요. 본부도장에서는 정말 정석 그 자체인 수련을 할 줄 알았는데, 사범님들은 하나 같이 권위적이기보다는 편안하고 재미있으신 분들이었고, 한 분 한 분마다 독특한 지도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제 스타일에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지요.”
문득 재작년 쯤 한국에 팔극권 열풍이 불던 시절이 생각난다. 국술관 팔극권을 시작으로 무단팔극권, 오씨개문팔극권 등의 정식 교습소들이 연이어 선보이던 그 때 말이다. 그 때만 해도 한국에서 팔극권을 배울 수 있다니 하면서 감탄했는데, 이제는 팔극권 뿐 아니라 극진가라테, 브라질유술 등 접할 수 없는 무술이 없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만화나 비디오로만 접해야만 하는 줄 알았던 환상의 무술들을 마음만 먹으면, 그것도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골라서 배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시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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