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무카스 오피니언] 북한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권고… 대한민국 문화외교에 던진 질문

태권도 세계화는 성공했지만 문화유산 외교는 미완성… 스포츠 진흥 넘어 전승·보호 전략 마련해야

[무카스 오피니언] 북한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권고… 대한민국 문화외교에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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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려온 대표적인 스포츠이자 공공외교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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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태권도장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어 구령과 도복, 띠, 예절과 수련문화는 단순한 신체활동을 넘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전달해 왔다. 해외 태권도 지도자들은 정부의 공식 외교가 미치지 못하는 현장에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전파한 민간외교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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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태권도가 유네스코 무대에서 북한의 단독 신청을 통해 먼저 인류무형유산 등재 권고를 받았다. 이는 대한민국 태권도 정책과 문화외교에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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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예-태권도'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평가기구로부터 등재 권고(Inscribe)를 받았다. 최종 결정은 2026년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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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고가 북한 태권도의 역사적 정통성이나 독점적인 문화적 소유권을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네스코의 2003년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은 문화유산의 기원이나 국가적 소유권보다 공동체가 실천하고 세대 간에 전승하는 살아 있는 문화적 가치를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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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북한이 제시한 수박과 평양택견에서 현대 태권도로 이어지는 역사적 계승 주장은 별도의 학술적 검증이 필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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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등재 권고가 갖는 정책적 의미는 작지 않다. 북한은 태권도를 국제경기 종목이 아닌 공동체의 정체성과 전승체계를 갖춘 문화유산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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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한민국은 태권도를 세계적인 스포츠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 문화적 가치를 국제유산 보호체계에 반영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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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태권도의 세계화는 분명한 성과다.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과 세계태권도연맹(WT)의 국제조직 확대, 국기원의 승품·단 심사 및 지도자 교육체계는 태권도의 세계적 확산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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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해외 지도자들의 헌신이 더해져 태권도는 세계인이 함께 수련하는 무예이자 스포츠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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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포츠의 세계화가 곧 문화유산의 국제적 인정과 보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올림픽이 경기의 보편성과 국제적 확산, 경쟁의 공정성을 중시한다면, 유네스코 무형유산 제도는 공동체의 문화적 실천과 전승, 정체성, 보호조치와 참여를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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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제도적 영역이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충분히 기록되고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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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6년 태권도 포럼에서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에도 태권도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고 선언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국제적인 문화유산 보호체계 속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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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등재 권고를 계기로 비로소 문화유산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실은 아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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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태권도계에는 이미 올림픽 종목으로 성장한 태권도를 왜 다시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하느냐는 회의적 인식이 존재했다. 정부와 관련 기관 역시 스포츠 진흥과 문화유산 보호를 상호 보완적인 정책 영역으로 연결하는 데 충분한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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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특정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권도 정책 전반의 구조적 한계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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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앞서 『무예도보통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경험이 있다. 물론 세계기록유산과 인류무형유산은 서로 다른 제도이며, 『무예도보통지』가 현대 태권도의 역사적 기원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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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북한이 전통무예 관련 기록과 문화적 실천을 국제유산 제도 속에서 활용해 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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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아쉬운 것은 남북 공동유산으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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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남북은 전통씨름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공동등재했다. 분단 이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전승된 문화적 실천도 공동의 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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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역시 그러한 가능성을 지닌 무예다. 오늘날 태권도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대표되는 서로 다른 제도적·기술적 체계 속에서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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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규칙과 수련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그 형성과 발전의 역사에는 한반도의 근현대사와 분단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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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는 남북 어느 한쪽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공통성과 차이를 함께 조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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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공동등재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북한의 단독 등재가 최종 결정되더라도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등재 추진이나 향후 다국가 공동유산으로의 확대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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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동 확장등재에는 북한과 전승 공동체의 협의, 신청서 조정, 공동 보호조치 마련 등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 결국 문화유산 외교는 일시적인 정치적 대응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 신뢰 형성을 요구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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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한민국 태권도 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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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연맹 등 관련 기관은 스포츠 진흥과 문화유산 보호를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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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의 형성과 발전에 관한 역사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국내외 도장문화와 수련 관행, 사제관계, 예절과 의례, 전승 공동체의 경험을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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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태권도의 세계화는 정부와 국제기구만의 성과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평생 태권도를 가르쳐 온 지도자들과 수련 공동체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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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경험과 기억을 기록하고 보호하는 일 역시 태권도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지키는 중요한 과정이다. 문화유산의 주체는 행정기관이나 경기단체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 문화를 실천하고 전승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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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태권도의 등재 권고는 축하할 일이다. 북한에서 이어져 온 태권도의 문화적 실천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태권도 전체의 문화적 가치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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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축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뒤늦게 역사적 정통성이나 문화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준비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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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세계에 알린 것이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성과였다면,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전승의 가치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이제 대한민국 문화외교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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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등재 권고를 남북 간 문화적 경쟁의 결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난 10년간의 정책적 대응 부족을 성찰하고, 태권도의 스포츠적 가치와 문화유산적 가치를 함께 발전시키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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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번 문제를 태권도에만 국한해서도 안 된다. 2008년 제정 이후 오랫동안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 온 '전통무예진흥법' 역시 다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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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의 보존과 진흥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도 이를 얼마나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태권도의 문화유산 등재 문제는 우리나라 전통무예 정책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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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태권도를 알리는 데 앞장섰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그 문화적 가치를 지키는 국제무대에서도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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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스미디어 =  허건식 교수 | 서일대 스포츠헬스케어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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