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예를 익히는 백운경당 여 검사들
배추 흰 나비 펄럭이는 나른한 봄날의 일요일,
덕성 여대 캠퍼스의 푸른 잔디 위를 누비는 여 검사들의 칼 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절도 있는 움직임과 상대방의 기맥을 끊는 듯한 단호한 기합소리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 울림이 꽤나 번져 나갔다. 전통 민족무예 24반 무예를 수련하는 덕성여대 ‘백운경당’ 여 검사님 들의 첫 느낌은 청초함과 수줍음을 덮는 ‘예기’ 였다.

백운경당 동아리 여검사들이 테이블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전 수련을 마무리하고 본 기자와의 첫 인사를 나누던 그녀들의 활기찬 모습은 여느 동아리 새내기들과 다르지 않았다. 여대에 하나 뿐인 무술동아리이기 때문에 혹시 남성미(?) 넘치는 분들이 모여 있는 게 아닐까 했던 내 우려는 생기 넘치는 새내기 여 검사들의 인사말 한마디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자리를 옮겨 잔디밭 모퉁이에 있는 목조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백운경당 동아리 회원들이 인터뷰 중에 웃고 있다.
백운경당이란 동아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24반 무예를 수련하는 모임이다. 경당과 24반 무예를 쉽게 소개 하자면 이렇다.`경당-[명사] 고구려 때, 각 지방에서 평민층의 자제들에게 경학(經學)·문학·무예 등을 가르치던 사학(私學).`이란 의미로 과거에 쓰이던 것이 현세에 와서는 ‘24반 무예를 수련하는 곳’ 또는 ‘24반 무예’를 뜻하기도 한다. ‘24반 무예’는 우리나라 전통 무술들의 정통성에 관련된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무예도보통지’의 복원된 모습이라고 한다.
24반 무예는 우선 검을 기초로 하는데 본국검, 제독검, 쌍수도, 예도, 왜검, 쌍검으로 검법이 6가지이며 예도에서는 기본자세 24가지를 먼저 배우게 된다. 왜검은 숙종 때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토유류, 은광류, 천유류, 유피류, 등 4가지 검법이 있고 교전이 따로 독립되어 있다.
검 이외에 장창 ,죽장창, 기창, 당파, 낭선, 등패의 창 종류와 관우가 썼던 월도, 협도 이밖에도 편곤, 공방,권법 그리고 마상술 6가지 등 총 24가지 기예로 이루어져 있다. 백운경당의 여 검사님들은 24반 무예의 기초가 되는 검술을 위주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 폭 넓은 24반 무예의 모습 중 유독 검술을 연마하는데 어떤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권과 기창등을 수련하는 경당도 있지만 저희는 체격조건이 다른 남성의 거친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도약에 약하기에 검법 위주로 수련을 합니다."
대학교 생활에 어떤 환상을 불어 넣어주는 요소 중 하나인 동아리 활동. 다른 많은 동아리들을 뿌리치고 백운경당을 선택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새내기 여 검사님들의 대답은 당차다.
"친구 따라 왔는데요…."
‘푸하하하’ 한 바탕 웃음이 터지고 나서야
"뭔가 다른 동아리와는 다른 특이함에 처음 끌리게 되었고 24반 무예를 배우면서 나름대로 전통 무예를 아끼는 마음이 생깁니다. 아직 까지는 전통을 고수한다는 책임감 보다는 운동을 하는 재미가 커요.”
여성들로만 구성 되어서 수련이나 동아리 활동에 불편함이 있지않느냐고 물었다.
"여대에 여자들만 있는 건 당연한걸요. 수련은 선배들과 가끔씩 다른 경당에서 오시는 범사님들께서 도움을 많이 주시기에 불편은 없어요." (경당에선 ‘범사’의 의미가 ‘사범과 같다고 한다.)
앞으로 동아리 활동 계획이나 방향을 묻자, 특별한 계획은 따로 없고 이번 대동제때 시연을 한다고.
"남들 앞에 서는 자리라서 부담도 되지만 주말시간을 투자해서 모두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까 잘 되겠죠. 이번 신입생이 11명이나 들어와서 참 다행이고 앞으로도 많은 신입부원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지하게 수련에 임하고 있는 동아리 회원들
가벼운 대화를 마치고 쌍수도 시범을 볼 수 있었다. 본명은 장도이며, 지금 쌍수도라고 부르는 것은 쌍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유연함과 절도가 엿보이는 시범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과거에는7척에 달하는 검을 썼다고 하는데 요즘은 요도로만 연습 한다고 했다. 물론 여 검사님들은 목도를 사용했다. 생글생글 웃던 그녀들의 상냥함은 가만히 손에 목도를 집어 들면서 출검에 이르자 진지한 검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 진지함은 시범을 보는 내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들었다.
백운경당 여 검사님들은 흔히들 말하는 고수는 아니다. 기술적인 숙련도나 경력은 전문적으로 수련하는 분들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들이 한 층 돋보이는 것은 그런 때 묻지 않은 진지함이 아닌가 한다.

동아리회원들의 연무 모습
대학이란 배움의 터가 요즘은 많이 퇴색된 느낌이 있다. 많은 젊은이들은 소비세대의 주축으로 상징 되듯이 새로운 유행과 시대적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순수 아마추어 무술동아리를 기획 취재할 당시만 해도 과연 내가 찾는 아마추어리즘이란 것이 아직 캠퍼스에 남아있을까? 하는 걱정도 됐었다.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격투기 일색의 무술을 대하다가 순수 아마추어 무술동아리를 만나본 소감은 ‘초심의 아름다움’이었다. 어떤 의도나 목적보다는 좋아하는 무술을 배우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는 소탈한 모습이 바로 배움을 지향하는 대학생의 참 모습인 듯 했다.
끝으로 취재에 흔쾌히 응해주신 덕성여대 전통무예 동아리 ‘백운경당’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드리며 지금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국전통무술의 혼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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