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록의 江湖이야기>옛 중국 환관은 ‘무소불위’ 였다!
무협소설이나 중국 영화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은 환관이다. 우리나라에선 내시, 또는 고자라 불렸던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이 기괴한 종족들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놀라운 능력을 지닌고수로 묘사된다. 비단 무술만 뛰어날 뿐 아니라 수백, 수천의군사를 거느리며 지방의 총독들을 손가락 하나로 이리저리 부리는 권력까지 가지고 있다.
실제로 명나라 영종 때의 왕진이란 환관은 황제의 부마를 말 한마디로 만주땅 오지로 유배시켰으며, 수십만의 군대를 이끌고 몽고와 싸우기까지 하였는데 당시에 군대 안에서 왕진과 대화를 나눌 때는 대신, 장군들 모두 무릎을 꿇은 채로 그에게 다가갔고,왕진을 화나게 했을 때엔 벌로서 초원에 하루종일 무릎을 꿇고있었다 하니 그 권력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어째서 남성의 상징을 거세한 이들이 이처럼 놀라운 무술과 권력을 지니고 있는 걸까?
자금성은 남북으로 3㎞, 동서로 2.5㎞에 이르는 거대한 성이다.786동에 달하는 건물에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살았는데 이중에 남성은 황제와 황태자, 책봉받지 않은 황자들 뿐이다. 나머지는 122명에 달하는 비빈과 이들을 시종하는 여관, 그리고 환관들이다.지금의 수상에 해당하는 내각대학사가 외성에 숙직하면서 황제를 대면하긴 하지만 그것은 한정된 날짜와 시간에만 가능했다.황제의 제반 업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함께 기거하는 환관이수행하게 되므로 이들에게 권력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환관은 우선 황실경제에 깊숙이 관여했다. 1년간 궁중에서 때는땔나무는 대략 2000만근, 참숯이 1200만근, 커튼, 융단 등의 소비품은 30만냥에 달한다. 사치가 극에 달했던 명나라 말기 때는후궁에서 사용하는 연간 백분(白粉)값이 40만냥이었다고 하니 현재의 화폐가치로 따지면 후궁들의 화장품값으로만 120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이에 대한 징수와 집행은 전적으로 환관들이 맡았다.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환관족들은 4사(司), 8국(局),12감(監)을 만들어 운영하였으며 이를 총괄하여 24아문(衙門)이라 하였다. 여기에다 영락제 때 전적으로 창설된 비밀경찰기구는환관들에게 경제와 군사권을 같이 쥐어주게 되었다.
3년의 내전을 거쳐 숙부를 이기고 황위에 오른 영락제에게 건문제 측의 정보를 알려주어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준 사람은 환관들이었다. 전 황제의 군신들이 득실거리는 황궁 내에서 영락제는불순분자를 적발해 내기 위한 방법으로 어릴 때부터 자신을 시중들었던 환관 정화에게 비밀경찰기구를 만들게 하고 총수로 임명했다. 이것이 바로 명대를 통틀어 가공할 공포감찰기관으로 존재했던 동창(東廠)의 탄생이다.
동창의 장관은 내각의 부수상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으며 이때부터 환관들은 나라의 경제권, 경찰권, 군사권을 한 손에 쥐고 정국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우스운 일은, 동창의 권력이 너무 강해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기구로서 다시 서창(西廠)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환관 출신들로서 서로를 비방하고 싸우기를 여반장으로 했다 하니, 권력을 잡으면 놓고 싶지 않은 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남성도 여성도 아닌 존재든 다 마찬가지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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