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스피릿 그 이후, 태껸의 권익선 선수, 왜 경기를 포기했나


조직위 회의실에서 갈등하고 있는 권익선 선수
스피릿MC 와일드카드 발표 이후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권익선 선수. 한편으로는 택견이 무슨 이종격투기냐라며 매우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택견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상당한 기대를 얻기도 했다. 막상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대부분은 이유야 어쨌든 권익선 선수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어이없게도 링에 올라온 권익선 선수는 고개를 숙인 채, 오른 팔을 감싸안고 기권을 선언했다. 어깨 부상이 이유였다. 이 순간 관중들은 실망 섞인 야유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상대인 이은수 선수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권익선 선수는 왜 경기를 포기해야 했을까.
비록 다친 몸이라 하더라도, 이번에 김종왕 선수가 그랬듯이, 그리고 과거 사쿠라바와 싸웠던 하이안 그레이시가 그랬듯이 멋진 경기를 통해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훨씬 보기 좋은 모습이지 않았을까?
권익선 선수의 부상 소식이 처음 나온 곳은 다름 아닌 대한택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이었다. 권익선 선수의 이름으로 어깨를 다쳐 경기를 포기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지워진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스피릿MC 게시판에 이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주최 측은 사실 확인 후 공지하겠다는 답변만남긴 채 더 이상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
사실 권익선 선수가 부상으로 인한 출전 포기를 대회 주최측에 통보한 것은 2주 전이었다. 그런데, 공증 자료로 제출한 진단서 내용은 염좌로 인한 전치 3주에 불과했다. 대회 주최 측은 다급해졌다. 이미 권 선수의 얼굴로 광고가 몇 차례나 나갔고, 권 선수의 섭외도 어렵사리 이루어졌는데 대체 선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이미 권익선 선수의 와일드 카드 선정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비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체 선수를 구하는 것도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뿐인가, 권익선 선수의 경기 포기를 알리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근거로서 진단서 내용 등을 공개해야 하는데 3주 진단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대부분 미미한 부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누구나 3주 진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를 운영하는 자신들로서도 큰 타격이었고, 대한택견협회로서도 두고 두고 구설수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결국 대회 주최 측은 권 선수를 설득하기로 했다. 권익선 선수도 계속 해서 갈등했다. 경기 전날, 선수들은 일제히 한 호텔에 체크인해야 했는데, 권익선 선수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이 아니라 대회 본부를 찾았다. 다시 한 번 대회 주최 측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사무실에 나타난 권익선 선수는 어두운 표정에 오른 팔에는 삼각건을 두르고 있었다.
약 1시간에 걸쳐 각자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이들은 다시 한 번 권익선 선수 본인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시한은 경기 당일 아침 10시. 대신 기권을 하든 경기에 임하든 링 위까지는 올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결선 아침이 밝았다. 권 선수의 선택은 결국 경기 포기였다.

링 위에 올라간 권익선 선수를 바라보며 타올을 쥐고 있는 세컨
사실, 권익선 선수의 부담은 생각 이상으로 큰 것이었다. 애초에 와일드카드로 지목했던 사람이 아니라는(원래는 헤비급 선수가 지목되었으나, 무릎 부상으로 인해 재활 치료 중이라 대한택견협회 측에서 권 선수를 대체 추천한 것이다) 점부터, 전통무술의 대표자로 실전격투대회에 출전함으로써 전통무술의 실전성 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 등 이래저래 대회 출전을 결정하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무거운 짐이었다.하지만 그는 기왕 나가게 된 것, 잘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타격 발차기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아마추어 레슬러를 섭외하여 나름대로 그라운드 기술을 연마하는등 대회 준비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그라운드 스파링에서 그만 어깨 부상을 입고 만 것이다.
물론 진단서에 나와있 듯 부상 자체가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상 위치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다치고 있는 부분이라는 점, 베스트 컨디션으로도 모자랄 판에 부상을 안고 경기를 해야한다는 점 등에서 심적 부담은 부쩍 늘고 말았다. 주변에서도 만류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부상 전까지는 그런 이야기들을 무시했겠지만, 이제는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권 선수의 부모님까지도 강경하게 권 선수의 출전을 반대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선수가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경기를 포기하고 재활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은 매우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권익선 선수 역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앞으로 반 년 정도는 부상의 완치에 집중하고, 이후 1년간은 다시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부족하지 않도록 보다 완벽한 몸만들기에 집중하겠다는 권 선수의 말에서 그가 아직 이번 대회에 미련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되었건 이번 일이 택견뿐만 아니라 전통 무술 전체에 적잖은 타격을 주었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혹자들은 이번 사건이 대한택견협회에서 의도적으로 꾸민 일이 아니냐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쓰고 있다. 즉, 대회를 이용해 광고 효과만을 취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는 아무리 떠들어댈지언정 도장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일선 도장의 인식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인터넷의 힘은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스카이라이프와 스포츠투데이 광고 몇 번을 제외하면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홍보가 거의 전부였던 이번 대회에 쏠린 세간의 관심은 예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벌써 대한택견협회 게시판에는 이번 일을 놓고 비난과 조소의 글들이 끊임 없이 올라오고 있다. 대한택견협회는 협회 만이 아니라 전통무술의 명예를 위해서도 스스로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가장 많은 비수와 화살을 맞아야 하는 것은 권익선 선수다. 그의 선택은 나무랄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로 인해 스스로 더 큰 짐을 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그 짐을 훌훌 털어버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권 선수의 쾌유를 기원한다.


댓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