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한번 쏘고…두번 쏘고…자꾸만 쏘고 싶네"
서울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인왕산 자락에 자리잡은 활터 황학정(黃鶴亭). 고종 황제가 세웠다는 이 곳에는 매일 궁사들로 넘쳐난다. 모두 전통활‘국궁’을 즐기는 ‘사원(射員ㆍ활을 즐기는 회원들을 일컫는 말)’들이다.사대에 줄지어 선 궁사들. 한 명씩 화살을 현에 걸고 현을 힘껏 당긴다.과녁을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다고 느낀 순간 화살은 어느새 휘익하고 바람을 가른다. 자신을 붙들고 있던 활을 떠난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고곧바로 타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화살이 과녁을 때렸다는 신호가하늘 높이 울려 퍼지면 마음속까지 개운해진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공중에 뜨는 순간의 황홀한 느낌, 그리고 과녁에 적중할 때의 소리가 주는 통쾌함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몰라 요.생활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죠.” 황학정의 부총지배인격인 곽상용(62) 부사두는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은흡사 골프공이 그린을 향해 날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예찬한다. 한때골프광이었던 그는 활쏘기에 빠진 이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무예인 국궁이 생활 스포츠로의 변신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궁이라면 중ㆍ장년이나 노인층이 찾는 원로 스포츠들로 인식돼왔다.그러나 최근에는 젊은이나 여성, 주부들로 동호인들이 확산되면서 새로운인기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궁은 서서 운동하는 스포츠. 어떻게 운동이 될까. 그런 의문이 들지만실제 운동효과는 만만치 않다. “사대에 서서 화살을 당기고 놓는 과정에는 엄청난 힘이 들어갑니다. 신체 구석구석까지 안쓰이는 근육이 없을 정도니까요.” 황학정 김상중(45) 총무는 “활을 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새 전신운동이 된다”고 설명한다.땀을 흘릴 만큼 격렬하지는 않지만 곧은 자세로 활시위를 당기려면 다리에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사대에 서서 과녁을 겨누는 궁사를 등 뒤에서 밀어봐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장단지를 만져 보면 단단하다. 축구 선수나 마라토너의 다리를 만지는 느낌이다.
또 손끝에 와닿는 팽팽함 또한 결코 간단치 않다. 자연스레 손 끝을 지압하는 효과도 있다. 호흡을 가다듬고 조준하는 순간에는 절로 단전호흡이된다. 그 사이 폐와 심장, 위장, 대장의 운동이 활발해 지고 몸에는 절로활력이 솟게 된다. 정력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 내공(內功)을 중시하는 단전호흡법 등 전통의 얼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최근 국궁을 배우기 시작한 신인가수 마야는 “처음 활을 배울 때 힘이 들고 어렵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막상 해 보니 너무 재미있다”고 즐거워한다.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최근 1집 앨범 ‘Born to do it’의 타이틀곡 ‘진달래꽃’ 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녀는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빠졌다 반복되는 느낌이 너무 상쾌하다”고 말한다.
활을 쏘면 절로 수양도 된다. 과녁을 향해 바라보는 순간 만큼은 경건해지기 때문. “꼭 맞춰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맞아. 마음을 비우고 정석대로만하면 들어맞는 것이 활쏘기지!” 곽상용 부사두는 “호흡을 가다듬는 것은곧 마음을 바로 잡는 것과 통한다”며 “그래야 살도 맞고 운동도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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