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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시합에서 ‘거리’가 주는 의미

무술시합에서 ‘거리’가 주는 의미

얼마 전에 개봉된 영화 ‘영웅’을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보기 바란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연걸이 맞선 상대와 숨이 막힐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일정한 ‘거리(여기서는 각 무술이 추구하는 그 무술 만의 고유한 ‘거리’를 논하는 게 아니다.)’ 두고, 장님인 악사 노인에게 거문고인지 가야금인지 모를, 악기 연주를 부탁하고 눈을 감은 채 이미 상상 속에서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무술 시합에 있어서 상대와 나 사이에 만들어진 ‘거리’가 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그건 아마 서로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치열하게 펼쳐내는 접전 상태 이전에 갖는 팽팽한 ‘긴장 상태’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무술 시합에 있어서 ‘거리’가 주는 의미


자유대련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묵시적으로 정해진 거리 안으로 접근했을 때 자신도 모르는 일종의 심한 ‘압박감’을 경험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그것을 두고 ‘벽’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기의 장벽’이니, 또는 서로가 펼쳐놓은‘거리의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등, ‘거리’에 대한 표현 방법은 실로 다양하기만 하다.

격투기 시합에서 서로 치고 받는 본격적인 ‘공방’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어느 한 순간의 계기에 의해 틈이 생기면 그 거리가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공방전이 시작된다.

대련 상태에서 ‘거리’를 두는 행위는 비단 타격계 무술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유도로 대표되는 유술 계통의 시합에 있어서도 공방에 앞선 탐색 전에서는 일정한 거리(물론, 타격계 무술에 비해 근접한 거리를 형성하고 있겠지만)를 유지한다.

무술 시합에 있어서 ‘거리’, 또는 ‘벽’의 정체는 마주하는 두 사람이 본격적인 공방전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즉 탐색하는 동안 서로 상대의 기세에 눌리지 않기 위해 뿜어내는 강렬한 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한다.

‘벽’이라고 표현되는 거리


서로의 기에 의해 만들어진 ‘벽(=압박을 느끼는 거리)’ 안으로 진입하게 되면, 상대 역시 심한 ‘압박감’ 극복하지 못하고 급기야 공격을 감행해 오기 마련이다.

과연, 압박감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마주선 상대에게서 분출되는 것은 강렬한 기운도, 자신과 상대가 분출하는 기의 장벽도 아닌, 시각과 청각이 느끼는 ‘위기의식(=위험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신호는 시각과 청각 뿐만 아니라, 유술기의 경우에는 상대의 신체에서 전달되는 촉감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압박감도 귀마개와 눈가리개를 하게 되면 그 누구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즉, 그것은 상대에게서 느끼게 되는 압박감이나 위기 의식은 오감을 통해서만 극대화 될 수 있는 것인데, 이미 그것을 느낄 모든 수단을 차단해버렸으니 더 이상 위기감이나 압박감을 느낄 근거가 소멸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상대가 공격에 앞서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중심 이동의 징후와 같은 미묘한 ‘신호’가 바로 여러분이 느끼는 ‘벽’의 정체일 수도 있다.

‘벽’이 갖는 의미, 숨 막히는 긴장상태의 또 다른 표현!


가장 기본이 되는 거리에서 강한 압박감을 느낀다면, 전방으로 향해 한 발자국을 옮기기도 지극히 부담이 될 것이다. 약속이 아닌, 자유 대련을 경험해봤던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사실 이‘거리’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 그런 거리의 개념과는 다르다.

팽팽하게 맞선 상태에서는 단지 일 이 보만 옮겼을 뿐인데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젖을 짓누를 것만 같은 ‘숨막히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물론, 대치하는 장면은 상황에 따라 실로 다양하겠지만, 아무튼 상대를 앞두고 마주선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동안에도 머리 속에서는 이미 상대와의 대결 장면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마치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두터운 벽이 가로 막아선 듯한 느낌일 것이다.한 손만 뻗어도 맞닿을 수 있는 지척의 거리인데도 말이다.


보이지 않는 벽을 무너트릴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면, 이렇듯 팽팽한 긴장상태를 완화시키거나, 깨트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만약, 마주선 두 사람의 실력차이가 눈에 두드러질 정도라면 이런 긴장 상태는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서로 호각(互角)을 이루고 있다면, 그 긴장 상태는 앞으로도 훨씬 오래 동안 지속되거나, 한 사람의 실수에 의해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서로 대등한 상태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곧 패배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대등한 실력을 가진 상대와의 대결에서는 자신의 실수를 줄이고, 상대의 실수를 유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긴장된 대치상태에서 벗어나 대결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실천적인 질문을 해왔을 때를 위해 ‘거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글을 소개해주려고 한다.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글은, 지상 최고의 실전 무술을 표방하는 ‘극진 가라테’의 창시자인 최영의 총재의 저서 ‘극진가라테의 기본’과 ‘가라테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교본’ 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글이다.

잘 읽어 보고 상대와 대치한 상황이 되었을 때 한번쯤 떠올려 보기 바란다. 내가 처한 현재의 상태가 아래에 소개한 글의 어떤 상황에 해당되는 지를…


* 한도 거리 : 마주선 상대와 자신과의 거리가 서로 공방을 펼쳐도 맞닿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는 상태로, 아직은 서로 상대의 동작을 탐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거리.

* 유도 거리 : 마주선 상태에서 어느 한쪽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바로 공방이 펼쳐질 수 있는 거리.

* 상응 거리 : 공방이 벌어지기 직전의 거리. 즉, 일촉즉발의 상태에 놓여있는 거리를 말한다. 실전 ‘쿠미테’에서는 바로 이 거리에서 공방이 펼쳐진다. 서로 공방이 벌어지는 이 상응거리는 다시 세분해서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초단거리의 네 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 들 거리에서 각각 효과적인 공격 기술은 다음과 같다.

△장거리---앞차기, 뒤차기, 옆차기
△중거리---돌려차기, 앞발 하단 돌려차기
△단거리---스트레이트 펀치, 뒷발 하단 돌려차기
△초단거리---어퍼, 무릎차기


댓글 1

애독자 2003.03.24
음.. 참으로 신선한 기사이군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