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왕의 교훈 - 우리 "태권도"는 헤드락 같은거 안걸리지! (1)


영화 반칙왕의 한 장면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반칙왕은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풍자한 명작이다. 또한 영화 전반에 걸쳐 보여준리얼한 프로레슬링 장면들은 영화팬 뿐만 아니라 액션과 무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는 볼거리였고, 사람들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던 프로레슬링이 다시금 우리에게 인식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그런데 혹시 이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언제나 직장 상사에게 헤드락을 당하는 송강호가 태권도 사범인 친구에게 찾아가 그 기술을 푸는 방법을 묻는 장면 말이다. 친구는 "우리 태권도는 헤드락 같은 거 안 걸리지. 잡히기 전에 발차기로 끝내잖아."라고 대답한다. 송강호가 그래도 잡혔을 땐 어쩌냐고 묻자, "잡히면? 이렇게, 아니면 이렇게 차지."라고 발차기만을 고집하는 대답을 들려주어 송강호의 기대를 저버리는 장면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고, 개중에는이 태권도 사범의 융통성 없음이나 태권도 기술 없음을비웃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태권도사범의 대답이야말로 한 유파의 길을 걷는 무술인이 갖추어야 할 이상적인 자세라
고 생각한다.
절권도의 길에서 이소룡은 "멱살을 잡혔을 때 어떤 사람은 상대의 손목이나 옷을 맞잡은 후 몸을 틀어 다리를 걸거나 밀어 넘어뜨림으로써 그를 제압한다. 그러나 나는 급소를 차거나 눈을 찌르는 간단한 동작으로 제압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이 말은 결코 이소룡이 유도나 합기도의 유술기를 폄하하려는 의도로 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유술기를 매우 구체적이며 상세하게연구했고, 그 영향인지 미국 쪽 절권도 도장에서는 지금도 그라운드기술을 수련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소룡 자신의 경우 그렇다는뜻이다.

영화 반칙왕의 한 장면
이소룡 처럼 빠르고 위력있는 타격기에 숙달된 사람이 굳이 유술기를 써서 상대를 제압하려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유술기를 수련한 사람이고 그런 기술에 익숙해 있다면 당연히 유술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주 당연한논리인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상대의 행동에 따라 자기 페이스를 잃고 우왕좌왕하곤 한다. 이소룡은 바로 그런 어리석은 오류를 지적하려 한 것이다.다시 반칙왕의 태권도 사범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는 발차기를 전문으로 하는 전형적인 현대태권도 수련자다. 그에게 있어서 발차기는 기술의 시작이자 끝이며, 자기 수련의 자존심이다. 어떤 상대,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가 가장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기술은 태권도 수련을 통해 익힌 다양하고 빠르면서도 위력 있는 발차기인 것이다. 그에게 있어 헤드락은 걸릴 이유가 없는 기술이다. 왜냐 하면 말 그대로 "잡히기전에 발차기로 끝내는 것"이 바로 태권도이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하는 사람이 굳이 상대에게 잡혀서 술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즉, 상대를 나의 거리, 나
의 페이스에 두고 싸우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소룡이 강조했던 절권도의 기본 전투 개념이며, 또한 합기의 개념이자, 모든 유파에 공통적으로추구하는 기본 전략이자 이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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