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 극진회관 서울지부 승급심사 현장

개인적인 일로 부산에 내려갔다가 막 서울로 올라온 22일토요일 오후. 구질구질하게 비까지 내리고 있다. 집에 들어와 짐을 풀고 잠깐 늘어져 있자니 몸이 천근만근, 그냥 이렇게 푹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오늘은극진회관 서울지부 승급심사를 취재하기로 한 날. 개인적으로도 일로서도 놓치기는 아까운 기회다.
극진회관 서울지부 수련 장소를 찾은 것은 저녁 6시를 살짝 넘긴 시간. 아직 김경훈 사범은 보이지 않고, 오정열 지도원과 스무 명 남짓한 수련생들이 심사를 대비해 자유 수련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봉을 양손에 잡고 마치 줄넘기하듯 뛰어넘다가 쿵 소리를 내며 연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가 하면, 물구나무서기가 안 되어서 공중에 계속 두발당상을 내지르는 친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스트레칭에 열중하거나 정좌한 채 조용히 묵상에 빠져있는 사람도 있다. 또 한 켠에선 가볍게 한쌍의 젊은이들이 쿠미테(組手 - 대련)연습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치고 받는 강도가 연습 수준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강해진다. ^^;;; 곧이어분위기가 부산해진다 싶더니 천장에 실로 테니스공 세 개를 매다느라 왁자하다. 꽤 높은 높이에 하나, 그것보다 조금 낮게 하나, 또 좀 더 낮은 높이에 하나. 이것을 차야 하는 모양이다. 매단 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뛰어 차보는 수련생도 있다.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김경훈 사범이 나타났다. 어느새 수련생 수도 부쩍 늘었다. 도장이 점차 좁게 느껴진다. 6열로 서는데도 여섯 줄이 나온다. 김경훈 사범 매단 공을 보고 더높이라고 주문하는 순간 "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가장 높은 것이 2m하고도 20cm. 준비운동이 끝나고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 시각이 저녁 8시.최종적으로 이날 출석한 수련생 수는 70명 정도에 심사응시자는 50명이 넘는다. 대부분 흰띠이지만, 여덟명은 오렌지색 띠를 매고 있다. 모두들 얼굴에 긴장이 감돈다. 자, 이제 시작이다.
1. 기본기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것은 역시 기본기 테스트. 주로 채점기준이 되는 것은 정확한 자세와 기백. 하나도 빼먹는 것 없이 평소 수련하던 모든 손기술과 발차기를 10회 이상씩 반복한다. 눈에 띄었던 기술은 45도 옆차기. 말 그대로 45도 바깥 쪽을 공격하는 옆차기인데, 실전에서 그대로 써먹기 좋을 것 같다.2. 유연성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유연성 테스트에서는 소위 말하는 다리 찢기 등 고관절의 유연성을 주로 본다. 앞뒤로 다리 벌리기, 양옆으로 벌리기에 이어서는 약간 특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앉은 자세에서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려 목 뒤로 넘긴 후 그 자세 그대로 일어나는 것.마치 요가 같은 자세도 어렵거니와 또 그 자세로 일어나자니다들 야단법석이다. 개중에는 일찌감치포기한 사람도 있다. ^^3. 기초체력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기초체력은 팔굽혀펴기로 테스트한다. 흰띠는 30회, 오렌지띠는 50회를 실시한다. 대부분 성공했다.4. 이동수련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기본기에서 익힌 동작들을 실제로 이동하면서 연결해 보이는 순서다. 채점의 중요한 포인트는 안정적인 중심이동과 힘있고 정확한 동작이다. 동작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주문이 나오는 데다가 다들 긴장한 탓인지 늘 하던 동작의 연결일 뿐인데도 의외로 만만치 않다는 듯한 표정들이다. 특히 발차기 후 정확한 자세를 잡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여기서부터는 흰띠와 오렌지띠가 따로 심사를 받았다.5. 봉넘기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도약력과 공중에서의 중심 잡기를 기르고 테스트하기 위한 동작이다.굵은 봉을 넓게 벌려 잡은 채 뛰어서 앞뒤로 총 10회를 넘어야 한다. 몸을 앞뒤로 기울이지 않고 똑바로,그리고 충분히 뛰어오르는 것이 포인트. 뛰어 차는 발차기를 할 때의균형 감각에 매우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인다. 앞에서 뒤로 넘길 때보다 뒤에서 앞으로넘길 때 도약이 부족해 엉덩방이를 찧는 경우가 많았다.6. 물구나무서기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 테스트는 어깨의 힘을 길러서 펀치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특히 김경훈 사범은 과거 일본에서의 경험담까지 들려주며 물구나무서기의 수련효과를 강조했다. 테스트는 물구나무를 선 채로 6m 거리를 왕복하는 것인데, 35세 이상의 장년부는 이동 대신 1분간 제 자리에서 버티는 것으로 대신한다.7. 형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극진카라테에서도 형을 수련한다. 형은이동수련의 연장으로 역시안정적이며 자연스러운 중심이동의 요령과 다양한 연결동작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중요성은 다른 어떤 수련에 비해서도 모자람이 없으며, 이번 심사에서도 같은형을 두 번 이상 반복해서 보았다. 눈에 띄는 것은 족기 태극이라는낯선 형. 수기 위주의 기존 카라테형에서 탈피하여 오오야마 총재가 개발한 형이라고 한다. 이 때대부분의 수련생들이 동작의 순서와 모양에 신경을 쓰느라 힘있고 유연성 있는 동작이 나오지않자, 김경훈 사범이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8. 공차기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드디어 아까 매달았던 세 개의 공을 쓸 차례가 왔다. 가장 높은 공부터 시작해서 모두 뛰어 앞차기로 공을 차야 한다. 마지막의 가장 낮은 공은 뛰어뒤돌려차기로 찰 경우 가산점이 붙는다.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것도 정확하게 발등 그리고 발바닥이나 뒤꿈치로공을 차야 한다. 단지 뛰어 차는 모양만을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발차기를 찰수 있는 지를 보는 것이다. 김경훈 사범은 끝까지 공을 볼 것과 기합을 넣을 것을 계속 강조했다.9. 약속 쿠미테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각자 실제로 쿠미테에서 사용할 수 있는컴비네이션 기술을 구상하여 그 기술을보여주는 단계이다. 정해진 기술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공격자도 받는 사람도 실제로 공격하고 확실히 제압할 것을 요구받았다. "실제로 이렇게 공격하면 상대가쓰러진다는 개념을 가지고 기술을 보여주십시오. 지금 나름대로 힘껏 공격해도 상대가 쓰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그렇다면 실전에서는 그야말로 의미가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몇차례나 반복하는 김경훈 사범의 모습에서 실전 카라테를 추구하는 극진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10. 자유쿠미테

김경훈 사범이 심사에 앞서 주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드디어 가장 긴장되는, 또 한편으로는 가장 기대되는 시간. 1분간의 자유 쿠미테 순서다. 쿠미테를 하는 사람은 손에 작은 봉 하나를 쥐는데, 이봉을 떨어뜨리면 상대에게 절반을 내어주게 된다. 또한 상대를 넘어뜨려 제압 자세를 취할 경우에도 절반, 안면에 정확한 발차기가 들어갔을 때 유효를 얻게 되며, 정확한 타격으로 상대를쓰러뜨렸을 경우 한 판으로 승리한다.자유 쿠미테에서도 약속 쿠미테에서와 마찬가지로 정확하고 안정적인 컴비네이션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즉, 기술의 숙련도를 보는 것이지 승패나 힘이 포인트가 아니라는 뜻이다. 김경훈 사범은 수련생들의 쿠미테를 지켜보면서 계속 해서 "주먹을 꽉 쥐어라", "겁먹지 마라", "진지하게 임하라", "확실히 제압하라","좌우 손발을 같이 써라"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정열 지도원이 여자 수련생과 쿠미테를 하고 있다.
이름이 불리고 상대가 정해지면 한층 더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인사를 하고 기합을 넣으면 그 긴장은 기운찬 동작으로 해소된다. 가슴과 배가 온통 시뻘겋게 붓도록 정권 공격을 주고 받고, 강렬한 로우킥에 바닥에 주저앉기도, 날카로운 하이킥에순간 휘청하기도 한다. 쉬지 않고 오가는 격렬한 공방, 우렁찬 기합 소리와 생생한타격음이 지켜보는 사람까지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것이 극진의 모습이다.모든 심사 내용이 끝났다. 시간은 어느새 11시가 다 되었다.하지만, 다들 아직 뭔가 더 보여줄 수 있다는 듯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김경훈 사범은 다친 사람이 없는 지 확인한 후, "심사도 수련의 연장입니다. 계속해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짧은 당부를 남겼다.
현재 극진 수련생 중에는 타 무도를수련하던 사람이 많다. 물론 그야말로 초심자도있다. 그런가 하면 어린 소녀 수련생도,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 수련생도 있다. 그러나 심사를 받는 이들의 모습에선 그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이들은 모두함께 같은 조건에서 심사를 받는 동지였으며, 똑같이 격렬한 의지와 움직임으로 테스트에도전, 하나의 고개를 넘어섰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은 단지 실전기술로서의 극진카라테가 아닌 무도 극진의 의미를 깨달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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