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do
최신뉴스

竹刀가 회사를 일으켜 세웠어요


도자기는 평범한 사치품이자 생활 속의 파격이다. 구멍난 행주를 삶고 또 삶아쓰는 어머니도 뽀얀 우유빛 도자기에는 그만 욕심 이 난다. 허름한 찬장일지언정 고급스런 자기 한 점쯤 고이 보관 해뒀다 귀한 손님께 내놓고 싶은 욕심이다. 날렵한 품격과 은근 하게 단련된 힘. 도자기에는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다.
한국도자기 김동수(67) 회장은 도자기같은 사람이다. 소탈한 외 모와 170㎝, 66㎏의 자그마한 체구. 하지만 섣불리 넘볼 수 없는 강퍅함이 느껴진다. 검도와 국선도로 40여년간 단련해온 다부진 체력때문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청주에서 아버지 공장일을 돕는데, 동네 불량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괴롭히는 거예요. 혼을 내주고 싶은 데 힘이 있어야죠. 유도라도 배워볼까 하고 도장엘 찾아갔더니 ‘아서라, 늑막염 걸리겠다’면서 말리더군요. 맨몸으로 하는 건 도저히 안되겠대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검도였다. 강단있는 성격답게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도장을 드나들었고, 1년만에 검은 도복을 입을 수 있었다. “매일 자전거에 죽도를 싣고 왔다갔다 하니까 불량배들 이 ‘독한 놈이다’ 싶었던지 더 이상 얼씬도 안해요. 검도 덕분 에 깡패도 쫓고 건강도 얻은 셈입니다.”

아버지의 공장은 말이 좋아 공장이지 가내 수공업 수준이었다. “물려받은 건 가마 하나와 석달째 밀린 직원 30여명의 월급 뿐 이었습니다.” 손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까마득했다. 죽도를 잡는 심정으로 공장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20여년만에 공장 은 ‘기업’의 면모를 갖췄고, 김 회장은 공인 6단의 검도 실력 에대한검도회 회장과 세계검도연맹 부회장이라는 직함까지 덤으로 얻었다. “한동안 고속도로 달리듯 잘 나갔습니다. 그런데 먹고 살 만 해 지니까 사람이 거만해졌어요. 죽도도 10년 동안 손을 놓았죠. 푹 퍼진 채 매일 놀러만 다니니 몸이 배겨나겠어요. 결국 50대 초 반쯤 되니까 탈이 났어요.”

이상 신호는 봇물 터진 듯 한꺼번에 들어왔다. 위장병에 신경통 에 혈압 이상. 멀쩡한 곳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던 건 불면증이었다. “사람이 밤마다 잠을 못자니 어떻겠어요. 4 년 동안 하는 일 없이 병원만 드나들었는데, 의사들이 모두 나더 러 죽겠다고 해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약을 9가지 먹었으니까요 . 오죽하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겠어요. 한강변에서 자살 기도도 했어요.” 꺼져가는 불꽃을 다시 살려준 것은 ‘국선도’였다. “처음에는 하도 아파서 울면서 수련을 했습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모질게 마음을 먹었어요. 꾸준히 하니까 조금씩 차도가 생기더 군요.” 김 회장의 국선도 실력은 이제 프로급이다. 매일 오후 5 시면 모든 일정을 접고 롯데 호텔로 향한다. 자신이 사범으로 이 끌고 있는 ‘단우회’ 회원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길 러낸 제자가 100명을 넘는다. “국선도를 시작한 게 12년째인데, 그동안 감기 한번 안 앓았습 니다. 꾸준히 수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검도를 20년 넘게 했지만 그만 두니까 탈 나는 것 보세요. 건강 관리는 밥 먹듯이 매일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국선도는 여가 활동이 아니라 본 업”이라고 강조했다. “수련에 지장있는 시간에는 아무리 중요 한약속이라도 일체 안 잡습니다. 얼마 전에는 중요한 해외 여행도 국선도 빠지기 싫어 안 갔죠.” 건강 관리를 하고 남는 시간에 돈을 벌기로 마음 먹었더니 신기 하게도 사업이 더 잘 되기 시작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국도자기는 현재 부채비율 0%, 도자기 브랜드 중에서 세계 5 위로 꼽히는 내실있는 기업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어난 900억여원. 오는 3월에는 동서양의 스타일을 혼합한 퓨전 브랜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은 내실이 중요합니다. 허우대가 아무리 멀쩡해도 속이 곯 아있으면 안돼요. 최고경영자(CEO)가 건강해야 직원들이 건강하 고, 기업이 건강해져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사진 한 컷을 부탁하니 김 회장은 뜻밖의 선 물을 선사했다. “발 안 대고 물구나무를 설 수 있어요. 손가락 으로 푸시업도 30개는 거뜬히 할 수 있습니다. 보여드릴까요?”

성성한 백발을 휘날리며 훌쩍 물구나무를 서는 노(老) 회장의 모 습은 또 하나의 신선한 파격이었다. 우아한 자기 그릇에 담긴 고 사리 나물처럼 맛깔나는.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