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운, 경이의 무술 정병일무예도를 보다

류운, 경이의 무술 정병일무예도를 보다
지난 1월 초 세간에 정병일무예도라는 신생무술이 그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기를 이용한 실전최강무술이라는 주장을 펼치자 사람들은 증명을 요구했고, 이에 정병일무예도 측은 광주본부도장에서 공개적으로 체험수련모임을 갖겠다고 했다. 과연 그들의 주장이 진실인 지...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정병일 도주의 과거 연무 사진.
약 10년 전이라고 한다.
08:20 A.M.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인 광주까지는 약 4시간. 거른 아침 끼니를 대신하는 사과 한 알로 허기를 달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과연 정병일무예도란 어떤 무술일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 듯 사이비 무술 쇼 혹은 신흥종교 같은 것일까? 어쩌면 정말로 대단한 무술일 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재미있겠는데.
12:10 P.M.
언제 잠이 들었던 것일까? 버스는 어느새 광주 시내를 달리고 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안내소에 들러 시내지도 한 장을 받아 나왔다. 하지만 광주는 초행길이나 다름없는 지라 지도를 봐도 어떻게 움직여야할 지 막막하다. 서울에서 참가하기로 했다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화를 해보았지만 받지 않는다. 결국 광주에 살고 있는 지인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13:50 P.M.
31사단 정문 근처. 그런데 도장 옆에 있다는 삼각교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 불쑥불쑥 솟은 교회 십자가가 한 두 개가 아닌 탓이다. 결국 전화를 걸어보았다. 내심 어떤 목소리일까 궁금했는데, 뜻 밖에 순박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더니 친절히 길을 알려준다. 곧 삼각교회를 찾을 수 있었고, 그 뒤로 정병일무예도차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아, 저기구나. 그런데 차력이라고? 이건 또 뜻 밖의 이야기인 걸. 점점 흥미가 생긴다.
14:15 P.M.
접수대에서 한 남자와 군복을 입은 청년이 방명록을 받고 있었다. 내가 처음이다. 도장은 단단한 온돌 바닥에 장판이 깔려 있을 뿐 매트 같은 것은 없다. 책상과 작은 침대 그리고 쇼파, 작은 장식대가 구석마다 덩그라니 놓여있고, 사무실처럼 꾸며진 방에도 손님을 위한 쇼파와 테이블, 그리고 책상 하나가 전부다. 어쩐지 휑한 느낌에 쭈뼛대고 있는 기자에게 한 남자가 앉으라며 녹차를 권해 주었다. 그리고 검은 도복을 입은 덩치 큰 청년. 한눈에 아, 이성은 사범이구나 싶다. 일단 눈빛이 당당하고 좋다. 단단한 체격에 힘도 있겠다. 그냥 불린 살이 아니다. 캐나다 그레이시유술 챔피언에게 이긴 적이 있다는 소문. 뚜껑은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저만한 몸에 기술만 있다면 그 이야기도 못 믿을 것만은 아니겠군 싶다.
14:30 P.M.
이어 아주머니 두 분이 들어오시며 도장 안에 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어떻게 찾아 오셨냐고 물어보니 이 곳에서 기치료를 받고 있다 한다. 두 달 정도 되었다는데 몸이 아주 좋아졌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으라차찻~!"하는 우렁찬 기합 소리에 이어 우당탕하는 소리와 "어이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위기가 술렁인다. 얼른 내다보니 검은 도복을 입고 있는 청년이 넘어져서 끙끙대고 있고, 통이 큰 흰 도복 바지를 입은 중년의 남자가 서 있다. 이 사람이다. 정병일.
14:40 P.M.
기술을 걸 때는 큰 기합소리가 함께 했고 사나운 호흡과 눈빛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성은 사범은 힘을 잃고 쓰러지거나 뒷걸음질치며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성은 사범의 체중은 120kg, 정병일 도주는 70kg 남짓. 하지만 일부러 넘어가 주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병일무예도, 아니 적어도 정병일이란 사람에게 뭔가 있기는 있구나. 광주까지 온 보람이 있다. 그래도 아직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체험을 하게 해준다니 한 번 당해보면 좀 더 알 수 있겠지. 점점 기대가 커진다.
14:50 P.M.
옷을 갈아입고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아직 나 밖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행사 자체는 포기하기로 하고, 격식 없이 편하게 설명과 시범을 받기로 했다. 정병일 도주가 자신의 이름을 건 정병일무예도라는 무술을 세상에 내보인 것은 올 1월 10일. 그 이전의 무력이 궁금했다. 합기도를 했었다고 한다. 국제연맹 고 명재남 국사에게 배웠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해,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도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80년대 말에는 권격도 대회에 출전한 관원들이 모두 체급에서 우승하기도 했고요. 국제연맹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지금도 광주 정무도장 정병일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을 겁니다. 사실 그 때부터 정병일은 이단아로 알려져 있었어요. 저도 그것이 싫지 않았고요. 명재남 국사님 생전에도 언젠가 저 자신의 유파로 독립하겠다고 늘 이야기했었습니다. 이후 기와 초능력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몸통호흡이라는 새로운 호흡법을 터득했지요."

정병일 도주가 이성은 사범의 손목을 뿌리쳐 날려보내고 있다.
설명과 함께 보여주는 기술은 일견 합기술과 비슷해 보인다. 이성은 사범이 손목을 강하게 잡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 세게 잡아, 잡힌 손이 파랗게 될 정도다. 나중에 기자가 직접 손목을 잡혀보았는데, 잡히는 것만으로도 손이 저절로 오그라들 정도로 굉장한 악력이었다) 기합과 함께 손을 살리고 가볍게 뿌리치자 그 큰 덩치가 힘없이 무너진다. 양손으로 잡아도 마찬가지, 뒤에서 끌어안았을 때는 몸을 터는 것만으로 저만치 뒤로 퉁겨낸다. 그밖에도 펀치를 흘리며 그대로 던지거나, 되받아 퉁겨내는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수련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되었다는
수련생, 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고
잠시 정병일 도주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성은 사범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그는 과거 정병일 도주가 합기도장을 할 때부터 그 밑에서 수련했으며,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씨름과 레슬링을 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저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러 도장을 많이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진짜 대단하신 분은 바로 옆에 있더군요. ^^ 그리고 캐나다에 유학 가서 3년 정도 아마추어 복싱 헤비급 선수로 뛰기도 했죠. 프로 테스트를 받으려다 하던 공부 때문에 포기를 했었습니다."
그럼 캐나다 그레이시유술 챔피언과의 승부는 정말이었을까?
"제가 다니던 체육관에 그 친구도 나오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몇 차례 스파링을 했었는데 저희 홍보담당자가 그 얘기를 그렇게 올렸더군요. 체중 차이가 컸기 때문에 혼합격투 룰로 스파링을 했었고 제가 이긴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렇게 대단하게 이야기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
그도 정병일 도주와 같은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지에 대해 질문해보았다.
"저는 아직 그런 정도의 능력은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자가 된 지는 8년 정도 되었지만, 저도 이 수련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16:00 P.M.
또 다시 시범과 설명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타격기에 가까운 보다 직접적인 공격기술이다. 장으로 가슴을 때리고, 발끝으로 허벅지 급소를 차며 단지 몸으로만 공격했을 때와 머리를 써서 공격했을 때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보기에는 똑같은 공격인데, 이성은 사범은 뒤로 멀리 물러나거나 "억!" 소리와 함께 고꾸라진다. 그리고는 격렬한 고통과 머리아픔, 호흡곤란 등을 호소했다. 설명에 의하면 힘조절을 잘못하거나 받는 사람이 적개심과 반항심을 가질 때 두 사람의 기가 충돌하는데 기가 약한 쪽은 내상을 입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오자 머리 속에 호기심과 경계심이 반반씩 요동친다. 내가 한 번 직접 기술을 받아보고 싶은데, 과연 그리 하게 해 줄 것인가? 그런데, 정말로 저렇게 당하면 어떡하지? 솔직히 겁도 좀 나긴 하는데... ^^;; 하지만, 어차피 그러려고 내려온 거 아닌가. 마음을 정하고 기술을 받아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 곳에 있는 사람 모두 난색을 표한다. 다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 이유는 앞에서 말한대로다.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는 3일 정도 수련을 거쳐 사제의 인연을 맺고 두 사람 사이에 기를 교류시켜서 큰 충돌이 없도록 해야 한단다. 하지만 이성은 사범조차 "제가 스승님 기술을 받은 지도 꽤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여차하면 아, 이제 죽는구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참으세요."라고 만류한다.
기자가 나름대로 많은 기술을 받아봤고, 적개심도 없다고 했지만 역시 거절이다. 결국 기자는 정병일 도주의 손목을 잡아보는 것만으로 그쳐야했다. 손목을 잡힌 그는 더 세게 잡아보라고 주문을 하더니 이내 "너무 힘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손목을 풀었다. 시시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위험하겠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언제든 제대로 며칠만 수련한다면 기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정병일 도주의 제자인 이성은 사범은 정병일무예도를
대표해 외부 경기에 출전하려고 한다.
기술을 받은 이성은 사범이 고통스러워 할 때마다 정병일 도주는 역시 기합과 함께 허공을 향해 손바닥을 뻗어 뭔가를 잡아내는 시늉을 하곤, 그 손으로 사범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주었다. 때로는 자신과 상대 몸의 같은 부위를 번갈아 때리기도 했다. 기를 나누어주는 것일까?
정병일무예도는 실전최강 무술이라고 홍보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적의 활법이라고 스스로를 알리기도 했다. 정병일 도주는 자신의 활법은 일반적인 활법과 다르다고 한다. "제가 하는 활법은 뼈를 맞추거나 지압을 하는 교정이나 마사지가 아닙니다. 주로 몸의 신경을 살리죠. 하지만, 외과적인 부분, 예를 들어 척추 연골이 녹아내렸다거나 한 경우는 의사가 메스를 댈 일이지, 기 치료를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기 치료는 해주는 게 아니고요. 병은 대부분 스스로 지은 죄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병은 스스로 나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죄를 씻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 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길을 안내해주는 것이 저 같은 사람의 역할입니다."
16:40 P.M.
마침 수련한 지 2주정도 되었다는 학생 하나가 도장에 나타났다. 이런 초보자가 들어왔을 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 지 물어보았다.
"초보자를 위해서는 일단 바닥도 이런 맨바닥이 아니라 매트를 깐 곳에서 수련을 해야지요. 그리고 일단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본적인 체력훈련이 주가 됩니다. 예를 들어 팔굽혀펴기 같은 평범한 동작이죠. 다만 우리 특유의 호흡을 동반하는 자세로 수련하므로 일반적인 동작들과는 차이가 있고, 빠른 시간 안에 강한 몸을 만들어 줍니다."
초보자에게 지도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손바닥을 올려 양 귀 아래 협차혈을 방어하고 양발을 자연스럽게 벌리며 허리를 바르게 편 자세가 기본이다. 이 자세로 참장을 하 듯 서있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서기도 하고, 좀 더 자세를 낮추어 오리걸음처럼 걷기도 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자세를 낮추거나 과도한 부하가 걸리도록 하지는 않는다. 점점 기운이 차면 올린 손이 내려온다고 한다. 또, 별다른 자세를 잡지 않고 편안하게 선 채로 도장 안을 가볍게 걷기도 한다. 이성은 사범은 보다 이해하기 쉬운 기격술을 가르친다. 예를 들면 원투스트레이트 같은 기술이다.
17:00 P.M.
시범이 끝났다. 지금까지 본 기술과 정병일 도주의 설명을 통해 나름대로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것이 있었다. 우선 합기도의 이미지. 정병일 도주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기술을 합기와 비교하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오랜 세월 합기도를 했었기 때문에 그 형태가 편하고 익숙한 것이 사실입니다. 명재남 국사님은 제가 정말 존경하는 스승님이시기도 하고, 지금 제가 있는 것은 그 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 무술이 합기도와 다른 것은 힘의 흐름을 이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내 몸을 무로 돌리고,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 힘을 빌리는 것이죠."
전형적인 차력 이론이다. 확실히 그의 기술은 합기술과는 또 다른 면모도 보인다. 적어도 기자가 보고 경험한 합기술은 물리적으로 설명이 되는 기술이다. 그러나 그의 기술은 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구석이 있다.
또 한가지 그는 손발보다는 몸, 몸보다는 머리를 이용해서 기술을 써야 한다고 했다. 특히 머리를 쓴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머리를 쓴다라는 것이 기공이나 요가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상단전이나 아즈나차크라 혹은 사하스라라 차크라의 개념, 그리고 단학선원의 뇌호흡과 유사한 것일까? 그러나 그의 설명은 그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기자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으므로 생략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머리를 쓴다는 개념이 중국무술에서 말하는 의념의 사용과는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그의 시범이 의권 계통에서 보여주는 발력 시범의 일종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같다.
21:00 P.M.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열차 안. 노트북을 열고 오늘 보고들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다. 아직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나는 판단을 유보하려 한다. 하지만 적어도 정병일무예도가 당당하다는 사실만은 인정해주고 싶다.
정병일 도주는 자신의 무력을 숨기거나 역사를 날조하지도 않았고, 어디까지나 능력과 실력으로 자신의 무술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가 아니라 세계로 정병일무예도를 퍼뜨리는 것. 이성은 사범을 필두로 실력 있는 수련생을 많이 키워서 프로 격투기 대회 출전을 통해 실전성을 증명하겠다고 했다(정병일무예도는 한 때 이성은 사범을 국내 유일의 혼합격투경기인 K.P.W 2회 대회에 출전시키겠다고 했으나, K.P.W 주최측이 정병일무예도의 출전을 거부했고, 경기 중 부상 등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없는 아마추어 대회라는 이유로 출전 의사를 번복했다).
3월경에는 정병일무예도가 서울로 올라온다. 시범 행사를 가질 수도 있고, 아예 서울에 도장을 낼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때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눈으로 정병일무예도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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