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발펜싱=태권도’에 성난 민심…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2012 런던 올림픽 ‘전자호구’ 도입 이후 급격히 변형된 태권도 경기

\n올림픽 태권도가 막을 내린지 열흘. 유례없는 코로나19 여파 속에 치러져 살얼음 속에서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대중 시선은 싸늘하다. 각종 인터넷에 비판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 결과보다는 과정에 문제로 삼았다. 늘 올림픽 때마다 등장하는 “재미없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n\n\n\n
더 깊이 들어가면 앞발 커트 발차기 위주로 공방이 태권도다움을 헤치고 있다는 것. 전광석화 같은 전통적인 나래차기와 뒤차기, 돌개차기, 뒤후려차기 기술은 찾아보기 드물고, 커트에 이어 비비고, 툭 가져다 차고, 붙은 상대에서 상대 뒤통수를 차는 등 볼썽사나운 기술들이 자주 TV에 비쳐서다.
\n\n\n\n
올해도 어김없이 ‘태권도=발펜싱’은 끊이지 않았다. 예년의 경우에는 올림픽을 마치고 나서는 잠잠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대중과 함께 태권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태권도인들이 “이대로 방치해서는 태권도가 망한다”라며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n\n\n\n
가장 큰 문제는 대중의 실망이 극에 다다랐다. 이들이 외면하면 태권도는 스포츠로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올림픽 종목으로 세계 여러 나라, 약소국에 희망을 주는 태권도라지만 그것은 의미에 지나치지 않는다. 또한 태권도인만의 ‘그들만의 리그’가 될 뿐이다.
\n\n\n\n
이보다 심각한 것은 태권도인의 좌절과 분노가 극에 달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 나라 태권도 지도자들은 이대로 경기 태권도를 방치해서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경기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n\n\n\n
미국 태권도 지도자들은 학부모들과 수련생들에게 태권도 경기가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체면이 서지 않고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국내 태권도장 지도자들도 태권도 경기 시청 안내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안 봤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라고들 했다.
\n\n\n\n
경기 태권도의 흥행적 성공은 도장의 성공을 위기는 도장의 위기를 좌우 할 수 있다. 미국은 물론 국내도 UFC와 MMA 등 인기로 태권도 수요가 주짓수와 입식 타격, 무에타이, 합기도로 향하고 있다. 아직 유소년은 체계적인 수련프로그램으로 인성과 신체단련으로 그 가치가 인증된 태권도장을 찾지만, 성인 대부분은 태권도장보다는 타무예를 찾는다.
\n\n\n\n
그러면서 과거의 강력한 발차기로 역동적인 경기 영상이 유튜브와 각종 SNS 등에 화제가 되고 있다. 화끈한 돌려차기와 내려차기, 뒤후려차기 등 상호 공방하는 장면에 유저들은 “이게 태권도지”라고 감탄사와 현재의 태권도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n\n\n\n
그렇다고 과거 태권도가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단조롭고 지루한 경기가 적지 않았다. 화제 영상으로 떠오른 경기는 매우 짧게 편집된 것인 데다 재밌는 경기는 소수라는 점이다. 불과 10여년 전까지 태권도의 고민은 단조롭고, 박진감 부족에 대한 고민으로 ‘재밌는 태권도 개발’에 골몰했다.
\n\n\n\n
그렇게 해서 10초룰이 탄생하고, 기술별 차등 득점제 등이 도입됐다. 점차 개선됐다. 그러나 문제는 심판판정의 불공정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2012 런던 올림픽부터 전자호구와 비디오판독 시스템이 도입됐다. 2016 리우 올림픽부터는 머리까지 도입됐다.
\n\n\n\n
전자호구가 도입되면서 태권도 경기 기술과 전술이 매년 본래 취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기존의 겨루기 경기에서 사용되던 타격식 발기술이 터치 형태로 바뀌었다. 뒤차기와 머리 기술 때문에 발바닥 센서가 들어가면서, 앞발 커트 비중이 월등히 높아졌고, 변형된 발차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해졌다.
\n\n\n\n
경기룰 개정은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이 결정한다. 그 결정에 책임 역시 WT에 있다. WT는 이번 올림픽을 대내외에 성공적 개최라고 자평했다.
\n\n\n\n
남녀 8체급 32개 메달 중 21개국이 획득하고, 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최초의 금메달을 북마케도니아와 이스라엘은 태권도 종목 최초 입상했다며 그 의미를 전했다. 나아가 WT가 태권도를 통한 세계평화에 앞장서면서 난민캠프를 지원해 왔는데, 이번 올림픽에 IOC가 난민선수단을 파견해 태권도 종목에 3명이 출전해 모범 종목으로 인정받았다.
\n\n\n\n
실제로 태권도는 여느 올림픽 종목보다 인종과 종교, 정치적 차별 없이 세계 다양한 나라가 노력과 투자한 만큼 결실을 맺은 희망의 종목으로 거듭났다. 특히 약소국이 태권도 종목에서 건국 이후 최초의 메달 획득하기도 해 세계 언론에 조명을 받기도 한다.
\n\n\n\n
WT는 이처럼 태권도를 경기 스포츠로서만 그치지 않고 세계 평화와 약소국에는 희망을 주는 종목으로 부상했다. 태권도는 이미 충분히 양적 성장을 거뒀다. 과연 대중은 이에 동의할까.
\n\n\n\n
따라서 이제는 내실 있게 해야 한다. 포장지만 멋스럽고 내용물은 맛없는 불량식품이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폭망’할 수 있다. 태권도가 지금 딱 겉만 번지르르한 형국이다.
\n\n\n\n
WT는 2012년 이후 올림픽 때마다 논란이 된 발펜싱과 같은 경기룰을 2024년 올림픽 전에 뜯어고쳐야 한다.
\n\n\n\n
이제는 올림픽 종목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퇴출 위기론은 적어도 없다. 전자호구 탓을 돌려서도 안 된다. 문제의 발바닥 센서 제거 여부, 제거했을 때 대안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전문가와 간담회로 ‘태권도다운’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로 되돌려야 한다.
\n\n\n\n
2004년 WT 수장에 오른 조정원 총재는 비태권도인이지만, 지난 17년간 WT를 이끌면서 누구보다 태권도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갖췄다. 현행 재미없는 경기 문제도 인지하고 있다. 오는 10월 전후 6선에 도전한다. 그간 WT를 국제 스포츠 표준에 부합하도록 충분히 개혁했으므로, 마지막이 될 임기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대중이 사랑하는, 본래의 박진감을 전할 수 있는 파워풀한 태권도 경기 회복이 절대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n\n\n\n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n<ⓒ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