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익~ 사나이의 劍 전통을 지킨다
“주특기는 ‘쌍검’입니다. 기다란 봉을 쓰는 것보다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지요”
첫 동작을 위해 양 손에 칼을 들고 팔을 힘차게 휘두르자 ‘쉬익! 쉬익!’ 소리가 바람을 가른다. 눈썹이 휘날리도록 내리치는 동작, 퍼렇게 날이 서 반짝이는 두개의 칼…. 빠른 움직임에 맞춰 검이 춤춘다. ‘쌍칼’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언뜻 무협극의 주인공을 떠오르게 하는 최형국씨(28). 검도·천지도에 능하고 24반 무예·태껸 각 4단 등 무예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는, 이미 그 바닥에선 이름이 나있는 ‘고수’다.
그가 최근 ‘수원 화성(華城)의 전통무예를 활용한 관광마케팅 전략’이라는 석사논문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예도 보통지’를 통해 24반 무예를 탄생시킨 정조, 그리고 그가 건립한 수원화성. 수원의 문화유적지인 수원화성 앞에서 24반 무예를 시연해 보이는 행사를 하는 식의 ‘관광 마케팅’을 벌여보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무형의 관광자원을 서로 연결시켜 보자는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들이 논문에 자세히 소개돼 있습니다. ‘24반 무예’는 정조때 발간된 ‘무예도 보통지’에 나왔던 24가지 무예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중국·일본 무예를 우리 것으로 재창조시킨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이 전통무예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겨우 50여명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것을 제대로 전수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을 필요가 있는 거죠”
전통문화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최씨는 섬진강 자락에 위치한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그 지역사람들에게 춤과 풍물은 그대로 삶이요, 생활이었기에 그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문화를 몸에 익히며 자랐다. 최씨가 본격적으로 우리 문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때는 1994년 수원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고부터. 검도부를 시작으로 탈춤 연구회와 경당을 들락거리며 우리 문화를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24반 무예를 만나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칼을 쓰는 검술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마음 가는 대로 칼을 움직일 수 있거든요. 손에 든 도구와 사람의 마음이 합일(合一)하는 순간, 무아의 경지인 거죠. 까딱 정신을 놓으면 칼에 베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칼이나 봉을 연습할 곳은 마땅치 않았다. 때문에 학기중에 그가 찾은 곳은 주로 인근 산속이나 바닷가. 또는 인적이 드문 밤을 이용해 연습에 열중했다. 방학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내려가 인근 대나무 숲에서 칼을 휘둘렀다. 수도 없는 연습으로 100여평의 대나무 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지독하게 수련을 했으니 해프닝도 많았다. 한번은 지리산 8부 능선쯤에 올라가 검술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사람살려~”하는 비명이 들려왔다. 윗옷을 벗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장검을 들고 찌르고 베는 그의 동작을 보고 지나던 사람이 깜짝 놀라 혼비백산 도망가면서 지른 소리였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야밤에 학교 운동장에서 긴 봉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동네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해 경찰서로 끌려간 적도 있다.
그렇게 힘든 수련 끝에 98년 24반 무예 사범 심사에서 ‘장원’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알려지기 시작했다. 99년 고양시 지역 축제극 ‘도원수 권율’(이윤택 감독)에서 일본 무사를 무찌르는 조선무사 연기를 시작으로, 수원 정조시대 전통무예전 시범행사 출연, 화성 축제 백중제 검무(劍舞)시연, 국립극장 ‘전통무예제전’ 출연 등 다양한 무대에 섰다. 2002년 월드컵 때 공연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전통무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최씨는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2002년 ‘무예도 보통지를 통한 한·일 관계 국제 세미나’에 참여하고부터는 상황이 심각하게 생각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24반 전통무예에 대한 연구가 일본에서는 10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조상과 자신을 연결시키는 뿌리가 되는 전통문화. 그것은 우리가 계승, 발전해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관광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24반 무예를 결합시킨 독특한 그의 논문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이 결실을 조금 더 구체화하기 위해 최씨는 오는 가을학기에는 관광마케팅에 관한 연구를 위해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현재 국방부 전통의장대의 지도사범, 24반 무예협회 지도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씨. 그는 우리 문화가 곳곳에서 싹트는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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