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액션스쿨
오늘은 스턴트맨 양성소인 액션스쿨에 입소하는 날.와이어 액션(철사 줄 에 매달려 연기하는 것)까지 날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을 굳게 먹었다. 지난 12일 오후 1시 20분 서울 대방동 보라매공원 내 액션스쿨에 도착하 자 정두홍 무술감독(37)이 겁부터 줬다. “준비 단단히 하고 왔습니까?” 때 마침 류승범과 윤소이가 영화 <마루치 아라치>(감독 류승완) 액션훈련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작은 권법. 기본 자세를 취한 지 30초도 되지 않아 벌써 다리가 후들거렸다. 걱정할 겨를도 없이 윤소이의 대련 상대로 선택됐다. 방심한 사이윤소이가 그 동안 배운 실력으로 맘껏 내 팔을 꺾는 데 눈물이 핑 돈다.이 아가씨야, 난 마루타가 아니야.’
다음은 검술. 무술 영화를 흉내내 나름대로 폼을 잡았는데 사부가 한마디. “배 집어넣어.”
드디어 고대하던(?) 와이어 액션.처음부터 고 난이도다. 2층에 올라가 뛰어내리며 검을 휘두르라고 한다.
난간에 올라 아래를 보니 공포감이 버럭 밀려오면서 자신감은 종적을 감췄다. 다행인 건 류승범 윤소이가 나란히 난간에 선 것.
‘소이도 하는데….’ 폼이고 뭐고 무조건 뛰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매트 위를 구르고…. 혼을 집에 두고 온 듯하다. 정 감독의 일갈. “눈을 떠야지.”그런데 류승범은 재밌다며 난리다.
다음은 공중에서 하강하며 검 대결. 철사에 매달려 솟구치자 방향도 못잡고 엉거주춤이다. 내 상대는 소이. 첫 시도에서 서로 허공만 갈랐다. 아래서 지켜보는 이들이 뒤집어지듯 웃는다.
이번엔 제대로 해야지.’ 칼을 마주치는데, 아뿔싸. 내가 휘두른 검이소희의 이마를 스쳤다. 얼굴이 생명인 여배우의 얼굴을…. 순식간에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당황한 매니저는 쏜살같이 달려온다.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소이가 “괜찮아요”라며 미소 짓는다. 이렇게 이쁠 수가. 휴~ 십년감수했네.
공중 날며 걷기를 하는데 이젠 제법 재미도 있다. 난이도를 높여 공중에서 뒤로 돌기에 도전했다. 한 스탠트맨 선배가 국부가 좀 아플 거라며 겁을 준다. “보물인데 잘 간수해야죠.”
하지만 ‘얼마나 아프랴’ 그냥 덤볐다. 몸이 붕 뜨며 공중에서 뒤로 넘어가는데 무의식 중에 줄을 잡아버렸다. “놔” 정 감독의 호령이 귓전을때린다. 이 밖에도 공중으로 솟구치며 바람개비낮?빙빙 돌기, 뒤로 날며공중 돌고 착지하기, 뒤로 날아 거꾸로 떨어지기 등 끝도 없이 날고 구르고 넘어졌다.
온 몸으로 매트에 나뒹구니 충격이 상당하다. 매트에 굴러도 이 정도인데맨땅에 아낌없이 몸을 던지는 이들의 고충은 어느 정도일까.
“걸어 다니는 병동이죠” 2년차 한 모씨(28)의 말이 정답이다.
철사에 매달려 정신없이 몸을 혹사 시킨 지 4시간. “야호 이제야 끝이구나.” 카메라 앞에선 얼굴을 가려야 되는 스턴트맨들이 묵묵히 헌신하기에영상은 더욱 빛을 발한다는 교훈을 가슴에 품고 문을 나서는데 국부가 아른거렸다. 한바탕 전쟁의 후유증이지만 내겐 훈장 같은 통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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