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이냐 ‘제국’이냐 ‘무인’이 올시다
◇KBS ‘무인시대’첫방송 ‘헷갈리는 얼굴들’
웅장한 스케일의 KBS 1TV 대하사극 ‘무인시대’가 지난 주말 첫선을 보이며 150부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방대한 액션 연기와 화려한 병장기의 등장에 감탄하며 드라마의 ‘대박’을 점치는 분위기였다. 1~2회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언급한 으뜸 화제 3가지를 살펴본다.
◇“얼굴이 헷갈려요”=‘무인시대’는 ‘태조왕건’ ‘제국의 아침’에 이어 KBS가 10년에 걸쳐 조명하는 고려사 시리즈의 제3편 격이다. 이들 대형 사극은 타이틀 자막에 등장하는 연기자만도 100명을 넘어선다. 그러다보니 몇몇 주연들과 주요 조연들은 겹치기 출연이 불가피한 노릇.
드라마의 ‘빅3’에 속하는 서인석(이의방)과 김흥기(정중부)는 각각 ‘태조왕건’의 견훤 역과 ‘제국의 아침’의 왕식렴 역으로 나온 바 있다. 특히 서인석은 2000~2002년 방송된 ‘태조왕건’의 200회를 완주한 데다 견훤의 초기 모습이 하급 장교였던 이의방의 태생과 흡사해 일부 시청자들이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밖에 이의방의 측근 조원정 역을 맡은 탤런트 김주영은 3개 고려사 시리즈를 개근(‘태조왕건’의 위홍, ‘제국의 아침’의 김견술)했고, 이의민의 참모 두두을 역의 전무송은 ‘태조왕건’에서도 견훤의 책사 최승우로 출연한 바 있다. ‘태조왕건’에서 홍유 역을 맡았던 송용태는 정중부의 측근인 대장군 이소응 역으로 복귀했으며, ‘태조왕건’의 간웅 아지태 역의 김인태는 문신들의 정신적 지주 윤인첨 역을 맡았다. 또한 ‘태조왕건’에서 견훤의 아버지와 계모로 출연했던 김성겸과 이미지는 각각 경대승의 부친과 이의방의 처로 옷을 갈아입었고, ‘태조왕건’에서 고려 학사 왕유로 나왔던 김진태 역시 정중부의 사위 송유인 역으로 재등장한다.
제작진은 “탤런트, 영화·연극배우에 성우들까지 캐스팅 대상에 올려 검토했으나 사극 출연의 필수 요건인 대사 전달력이 뛰어난 배우의 층이 엷어 일부 연기자들의 중복 출연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무인시대’ VS ‘야인시대’?=동시 방영중인 인기 드라마의 제목들이 비슷한 것은 흔치 않은 일. 당초 ‘무인시대’의 제목으로는 ‘장군’ ‘장군천하’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일본어의 ‘쇼군’(將軍)을 연상시키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무인시대’의 실질적 주인공 서인석과 ‘야인시대’의 주연 김영철간의 대결구도가 견훤과 궁예의 대결을 떠올리게 하고, ‘야인시대’에서 ‘쌍칼’이라는 별칭으로 안방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박준규가 ‘무인시대’에서 이고 역을 맡아 쌍검을 휘두르는 장면 등이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KBS 드라마제작국 안영동 주간은 “드라마 제목은 무인들이 집권했던 시대 정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제목을 고른 결과일 뿐 다른 고려사항은 없었다”며 “장수 이고가 쌍검을 썼다는 것도 ‘고려사절요’에 나오는 사실(史實)”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잔인해요”=황제 의종 앞에서 이의방이 몽둥이로 환관 한뢰의 머리를 때려 죽이고, 이의민의 도끼가 장졸들의 이마에 박히는 등 첫회부터 피가 낭자한 장면들이 방영됐다. 시청 가능 연령대는 15세 이상으로 결정됐다. 연출자 윤창범 PD는 “작가와 협의해 잔인한 장면은 밤 10시30분 이후에 방송되도록 매회 대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안방극장의 현실에서 주말 이 시간대는 초등학생들도 TV시청을 즐기는 ‘프라임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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