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 수련에 있어 승급, 승단이 주는 의미
과연 무술 수련에 있어서 승급, 승단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현재 무술을 수련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이 의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가?!
난, 지금부터 무술 수련에 있어서 승급과 승단이 주는 의미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태권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술들은 승급(단)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급을 거쳐서 1단, 2단, 하는 식으로 단위가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단위를 인정해주는 모든 무술(까포에라는 예외, 까포에라는 흰띠가 최고의 경지에 오른 마스터를 의미한다.)에 있어서 ‘백띠(흰색 띠)’는 그 무술에 처음 입문한 초보자임을 뜻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태권도 수련체계에 비춰서 급과 단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처음 입문한 태권도 초보자는 흰색 띠를 허리에 두르고 수련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는 가장 기초적인 발차기와 지르기, 그리고 서있는 자세를 익히게 된다. 그야말로 태권도의 기초를 수련하는 단계이다. 이렇게 기초를 익힌 수련자가 본격적인 품새 수련을 시작하는 시기는 띠 색깔이 노란색으로 바뀌게 될 무렵부터이다. 따라서 노란색 띠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띠가 바뀌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그 무술의 초보자가 아님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이때부터 태권도에서 필요로 하는 최저한도의 품새와 기술 수련을 시작하는 것이다. 또 약간의겨루기 기술도 이때부터 교육을 받게 된다.
노란 띠(8급) 수련자는 태권도 품새의 가장 기초가 되는 태극 1장을 수련하게 되는 데, 태극 1장의 수련 내용에는 아래막기, 몸통막기, 몸통 지르기 ,앞차기와 같이 태권도 동작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들을 중심으로 익혀나가게 된다.
태극 1장의 수련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 팔괘의 태(태는 속으로는 단단하고 겉으로는 부드럽다는 뜻이라고 한다)를 의미하며, 기초적인 막기와 차기를 익힐 수 있는 태극 2장의 수련이 시작되는 데, 이 시기가 7급이 되는 때이다.
6급이 되면 태극 3장을 수련하게 되는데 이 시기는 파란 띠로 띠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승급 자격이 주어 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태극 3장에서의 새로운 동작은 손날 목 치기, 손날 막기이고, 새로운 서기 자세로는 뒷굽이, 그밖에도 연속 막고 치기, 연속 지르기 등을 익힐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수련을 거듭하다 보면 유급자로서 마지막으로 익히게 되는 품새인 태극 8장을 수련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 이 시기가 태권도 1급 수련 과정으로, 태극 1장에서 8장까지 총연습 과정을 거쳐 국기원 승단 심사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드디어 급에서 단으로 승단하는 시기이기도 하며, 태권도에 처음 입문하여 약 1년 정도의 수련 기간을 거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정도 수련을 하게 되면 태권도에 대해 어느 정도 눈을 뜨게 되고, 태권도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서기 동작과 지르기 동작, 차기 동작들이 익숙해질 무렵이고, 기본적인 겨루기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
1급(빨간 띠)이 주는 의미는 단순하게 곧 검은 띠로 승단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수련 시기가 1년 정도 되어 태권도인으로써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지는 시기라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때부터 슬슬 태권도인의 풍모와 자질이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본 동작들을 펼치더라도 그 동안 쌓은 내공에 힘입어 기백과 멋이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와는 반대로 이 시기는 이제 1년 정도 수련했으니 스스로 ‘강해졌다’는 자부심과 함께 슬슬 거만(?)을 떨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무릇,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고, 설익은 벼는 고개를 빳빳하게 쳐든다’는 옛말도 있듯이 아직은 설익은 벼이기 때문에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다닐 때이고, 겸손함도 부족한 시기인 것이다.
또, 자신보다 급수가 낮은 사람들과 겨루기를 하게 되면 상대의 동작 하나 하나가 훤히 눈에 들어오고, 마치 슬로우 모션을 취하듯 느껴지기 때문에 천천히 대응하더라도 이런 상대라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게 되어 더욱더 이런 거만함에 부채질을 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련의 정도가 깊어지고 어느 정도 그 무술에 대해 참 맛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은 다시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겸손함이 몸에 스며들게 마련이다. 사실, 하나의 무술 단체에서 검은 띠(승단)를 주는 의미는 ‘이제 우리 무술에 대해 완벽하게 마스터했으니 수련을 그만 두어도 좋다’는 의미 보다는 ‘이제 당신은 우리 단체의 무술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체계와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터이니 더욱더 무술 수련에 정진하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무술 수련의 최종 목표가 ‘검은 띠(1단) 획득’이 전부는 아니지만, 모든 무술 수련자들이 입문 후 최초로 갖는 목표가 있다면, 바로 승단(검은 띠 획득)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 싶다.
여기서 잠깐 다시 ‘태권도 승단’에 대해 언급해 보기로 하겠다.
승단 심사를 보기 위해서는 심사관 앞에서 지금까지 익힌 태극 품새 외에도 승단 후부터 지속적으로 수련해야 할 새로운 품새인 ‘고려 품새’를 시연해야 하며, 품새 시연 외에도 겨루기를 통해 지금까지 배워 온 기본적인 공격과 방어기술을 피력해야만 한다.
심사에서 채점의 기준이 되는 것은, 품새 시연의 경우 ‘부드러운 동작 연결과 기본자세를 얼마 만큼 충실하게 수련하였는가의 여부’를 눈 여겨 볼 것이고, 겨루기의 경우에는 ‘상대를 차서 일격에 쓰러트리는, 이른바 그 사람의 강한 정도를 체크하는 게 아니라, 공방의 부드러운 연결’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발차기 하나만 하더라도 화려한 발차기 보다는 오히려 정확한 자세와 기술의 부드러운 연결동작을 중심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른바 심사관은 그 사람의 강한 정도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무술 수련의 궁극적인 목적을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승급, 승단이 갖는 의미는 비단 태권도 뿐만 아니라 모든 무술에 다 통용되는 일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사실, 무술 수련을 한다고 해서 그 궁극적인 목적이 싸움일 수는 없다. 실제로 치안이 확실한 나라에서 싸움에 휘말릴 기회(?) 또한 그리 많지 않다. 불가피한 상황을 빼놓고는 자신이 수련한 무술을 시험할 무대도 없을 뿐더러 실제로 싸움에 휩싸일 상황이 되면,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경찰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이다.
이렇듯, 현대인들이 무술 수련을 하는 목적의 대부분(이렇게 말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듯 싶다)은 실전에서 강해지기 위한 것이 아닌, 수련을 통한 신체 단련과 정신 건강, 그리고 자기 발전에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된다. 또, 무술 수련 체계에 승급과 승단체계를 도입하게 된 것은 자칫 매일 반복되는 동작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지루함’때문이라고 본다.
단(급)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무술 수련 정도를 평가하여, 그 결과를 공적으로 인정해주는 수단이다. 바로 이렇게 확실한 동기를 부여해 줌으로써 한 급수 한 급수 올라갈 때마다 맛볼 수 있는 성취감, 바로 이것이 오늘날 모든 무술에 있어서 승급,단 체계를 도입한 이유일 것이다.
*참고문헌 : 오성출판사 간, <국기 태권도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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