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단체들의 세(勢) 부풀리기
뿌리조차 부정하는 현실···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가?
일제 강점기 이후 이 땅에서 정식으로 무술 도장이 인가를 받고 수련생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도장과 무술 단체들은 이렇듯 짧은 역사(필자주:도장과 무술단체의 역사가 짧다는 것이지, 무술의 역사가 짧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둔다)를 갖고 있다.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무술 단체와 한 뿌리에서 파생되어 나온 각양각색의 유파들을 일일이 헤아려 본다면 그 수는 어림잡아도 몇 백은 족히 넘어설 것이다. 이들 유파는 똑같은 수련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름은 제각각이다. 한 뿌리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것조차도 부인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 또한 자주 비친다. 마치 부모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도 불구하고 뿌리를 부정하려고 움직이는 모습들이 필자의 눈에는 처절하고 안쓰럽게까지 비쳐진다.
“그렇다면, 왜..?” 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무엇 때문에 뿌리를 부정해야만 하는가? 그리고, 좁디 좁은 이땅에, 아직 무술적 토양이 척박하기만 한 이땅에 왜 이렇듯 수많은 무술단체와 이름만 들어서는 헛갈리기만 할 것 같은 다양한 유파들이 존재해야만 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 몇 가지만 알아보기로 하자. 몇 가지라고 했지만, 가급적이면 그들을 위한 변명 아닌 변명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더 많은 이유를 대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내가 찾아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가 고작인 것 같다.
우선 첫째가 ‘돈’이요, 둘째가 ‘명예(=따지고 보면, 이 명예라는 것도 다 허울 좋은 것 일뿐 돈을 위한 그릇된 사리사욕에 불과하다)’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는..? 아쉽게도 세 번째는 없다. 적어도 그 이유 중 하나에 ‘보람’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무하는 흑색선전, 무더기로 발급되는 라이센스.
무술이 돈과 연계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수련생=돈’, 즉 수련생을 끌어 모으는 것 외에도 ‘무술’로 장사(?)를 하고자 한다면 의외로 그 길은 쉽게 열려 있다. 물론, 그걸 위해서는 철저한 장사꾼 기질과 약간의 무술 실력(과시용)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자, 이제 이쯤에서 어떻게 무술을 갖고 장사를 하는지 슬슬 그 방법을 배워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는 ○○무술 ○단, ○○무술○단 ○○무술○단 도합○○단의 실력을 보유한 사람으로, 이번에 새로운 무술 ○○을 창안했습니다. 이미 신문과 텔레비전을 비롯한 공중파를 통해 그 실력을 충분히 검증받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끊임없이 ○○ 신문사, ○○무술 잡지사 등지에서 취재 요청이 쇄도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지방 네티즌 무술인들의 지부 개설 요청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우리 ○○단체에서도 지방 무술인들의 성원에 보답코자, ○○년 ○월 ○일부터 ○○년 ○월 ○일까지 2개월간 지부 개설을 위한 지도자 연수과정을 개설하오니 많은 참여 있으시길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번으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단, 유의하실 사항은 타 무도 공인 2단 이상 되시는 분만 지도자 연수 과정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그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위와 같이 그럴듯한 선전문구를 내세워 지도자 속성 연수과정을 개설하면, 다소 믿기 어렵겠지만, 그야말로 어디서들 알고 왔는지 속성 지도자 과정을 연수하기 위한 사람들로 본부 도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말 완벽하다. ‘지도자 속성 연수과정’의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기 위한 그럴듯한 문구(타 무도 공인 2단 이상)도 삽입되어 있다. ‘지도자 연수과정에 참가하고 싶어도 공인된 일정 이상의 실력이 없으면 곤란하다는···’얼마나 그럴듯해 보이는가?! 하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웃음 밖에 안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례로, 이미 이 지구상 소개된 무술들은 그 수련체계와 방식에 따라 크게 입식 타격계, 와술계, 유술계, 그리고 무기를 갖고 행하는 무기술(검술 포함) 등으로 나뉘어지고, 세분화되면 더욱 더 다양해진다. 그렇다면 과연 입식 타격계의 고수라고 해도 유술 계통에는 초보자인 사람이 불과 2개월 만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는 유술의 원리를 다 깨우칠 수 있을까? 그와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부터 ‘돈’을 바라고, 분파(본인들은 자신이 창시한 새로운 ‘무술’이라고 말하며, ‘분파’라고 부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를 세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다. “나만 익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새로운 무술(사실 알고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자신이 익혔던 무술에 본인이 느꼈을 때 특이하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기술’만 보태 놓은 것이 고작이니 말이다)을 보급하기 위해, 보다 실전적이고 보다 다양한 심신 수련을 돕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말로 자기 자신을 합리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모든 것이 다 ‘부’와 ‘명예’로 귀결된다는 사실이 필자를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한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마치, 자신이 어떤 무술의 본고장에 가서 그 무술 지도자 자격을 인증 받았으며, 대한민국 본부로 정식인가 받아 자신 만이 유일하게 대한민국 내에서는 오직 자신만이 지부 설립을 인가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파헤쳐보면 십중팔구 거짓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라이센스 하나 없으면서 정식 인가라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수련생=돈’이라는 등식을 도장 지도자들의 머리에서 완전하게 걷어내지 못하는 이상, 상대방을 딛고 올라서야만 하는 안타까운 무술 토양 위에서는 이처럼 무더기로 발급되는 라이센스와 흑색 선전들이 쉽사리 자취를 감추지는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소위 우리나라의 ‘국기’라고 하는 <태권도>도 그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대학교 ○○동문 도장’임을 내세워 수련생 모집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한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까지는 ‘국기원’에서 <단증 발급>을 일원화 하고 있어서 라이센스를 무더기로 발급(이것도 암암리에 각 시도 태권도 협회의 재량에 의해 어느 정도 비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하고 있다는 비난 만은 겨우 피해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말이다.
물론 경쟁 상대를 비방하지 않고, 오직 무술 수련에만 정진한다면야 필자로서는 이들의 싸움에 대해 왈가왈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양쪽을 오가면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 먹을 사람도 아니고 말이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 바가 있다면, 요즘 불고 있는 바람에 편승해서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만을 바라고, 상대를 비방하는 흑색선전만을 늘어놓고 이합집산을 밥 먹듯이 일삼고 있는 무술인들은 하루 빨리 정리되었으면 하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땅에 건전한 무술 토양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의미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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