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남들이 모르는 우리의 모습에 관하여(feat.마이진)
내가 나 조차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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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 조차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순간들이 있다. 진짜 같지만 가짜였고, 가짜였지만 진짜였던 순간들이 차고 넘친다. 모든 행동은 공식들이 존재한다. 감동을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야만 하고, 그 위로 눈물 몇 방울을 흘려주면 사람들은 감쪽같이 속고 만다. 카메라가 켜지는 순간 우리는 거짓된 인생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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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까닭에 과거의 잘못과 상관없이 추운 겨울 도복을 입고, 시대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 난세의 영웅이라 칭함을 받고, 협회장들은 여전히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면서, 꼭 지킬 수 있을 거라 확신을 준다. 이뿐이겠는가? 인간이 근본적으로 어리석은 것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서인지 객관적 ‘정의’보다는 주관적 ‘정의’에 열광하여, 선택적 ‘정의’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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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지도자였고, 인성교육을 논하였고, 무도를 논하였지만, 우리는 생계 앞에서 고꾸라지고 말았다. 누군가는 직함이 높았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모습으로 존재하지 못했다. 순진했던 건 아이들이었고, 잘못한 건 지도자들이었다. 정작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했으면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여전히 ‘어쩔 수 없었다.’ 쯤으로 가볍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발뺌하고 있다. 그리고 훗날 시대가 좋아지면 다시 교육에 대해서 뻔뻔스럽게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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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지도 기억이 안 난다. 그때 나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있었다. 반항적이었고, 고독했던 아이쯤으로 기억한다. 나는 시범을 전공했지만, 겨루기가 좋았고, 그래서 틈만 나만 겨루기 선수단에 껴서 함께 운동을 했다. 그런 시절에 그 아이를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캠퍼스에서 그 아이를 볼 수가 없었다. 소식을 들어보니 자퇴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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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날 전화가 왔다.
\n\n“선배 저 화진이에요. 혹시 10만 원만 빌려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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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10만 원이 적은 금액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나의 삶을 아는 사람이라면 10만 원이 나에게 있어선 매우 큰 돈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건 두말 나위 없고, 장학금이 아니고서는 대학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웠기에 나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를 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아침 한 끼는 삼각김밥을 먹었고, 점심과 저녁은 때에 따라 굶기가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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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화진이라는 아이에게는 비슷한 동질감을 느꼈다. 무엇이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홀리듯 돈을 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때 내 시중에는 돈이 없었고, 나 역시 누군에게 빌려서 주었던 것 같다. 그게 대략 15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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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어느 날 화진이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 우리 도장에 찾아왔고, 집까지 와서 함께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술자리가 끝날쯤 내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나조차도 잊었던 지난 그 시절에 대해서 말을 꺼냈고, 그 봉투 안에는 15년쯤 빌린 돈과 얼마간의 이자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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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이가 마이진이라는 이름으로 KBS에서 방영하는 ‘전국트롯체전’에 나왔다. 인기가 대단하였다. 연락하기가 민망을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나의 기질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관계를 못 하는 성격이라 축하한다고 조차 연락하는 게 어려웠다. 그리고 21년 1월 9일 토요일 본방송에서 화진이는 떨어지고 말았다. 그 상대가 일전에 한 번 패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화진이는 그 사람을 지목하였고, 다시 패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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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는 아팠지만, 역시 김화진 답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충분히 이길 대상을 골랐겠지만, 화진이는 그러지 않았다. 질 확률이 높은 승부였지만 그보다, 지난날 서울팀 대표로서 패했던 책임감과, 떨어진 팀원들에 대한 의리가 화진이에게는 더 중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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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함께 운동을 했었고, 한때는 오랬동안 떨어져 지냈지만, 내가 아는 마이진 김화진은 보이는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모습에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쉬운 길을 갈수 있고, 모른 척 할 수 있었지만, 15년쯤 빌렸던 그 돈을 들고, 이미 유명해진 가수가, 내게 찾아왔던 모습을 보면 인생을 공식처럼 살지 않는 건 확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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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진지하게 태권도 지도자를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이 아이들 보기에 떳떳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나 역시도 무엇이 진심인지 모르면서 그동안 ‘진심’에 대해서 떠들면서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거짓된 인생을 살면서 아이들에게 '진심' 에 대해서 이야길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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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이진, 김화진은 나와 달랐다. 그동안 유명했던 태권도인들 중 일부는 거만했지만 화진이는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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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태권도를 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또 한편으로 험한 길을 갈까 싶어 걱정이 된다. 그러나 김화진이 정의하는 진심이라면 대중들 역시 반응할 거라 생각을 한다. 지금보다 더 유명한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역시, 가수 마이진을 통해 참된 태권도인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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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설명보다는 묵묵함이 빛나는 직업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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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칼럼 입니다. 그동안 저의 칼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n[글. 정준철 관장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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