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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태권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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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1/3 이상이 숲으로 뒤 덮여있으며 6층 이상을 넘어가는 건물이 거의 없는 조용하고 깨끗한 독일의 세계적인 관광명소 뮌헨, 그곳에 약 20여 년 전 독일에 건너가 정확하고 빈틈 없으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인들에게 태권도를 전파해온 사범이 있다.

하얀 머리와 빨간 츄리닝이 너무 잘 어울리는 고의민 사범. 올해나이로 60을 맞는 그는 1996년 독일의 무술용품 종합브랜드인 "권" 사장의 권유로 20 여년 전 독일로 건너가 제자들을 길러내며, 오늘의 독일 태권도를 만들어낸 숨은 공로자 중의 한 명이다.

S1의 김세혁 감독, 가스공사의 주신규 감독 등 국내 최고의 실업팀 감독 뿐 아니라 이름만 대도 다 알만한 무수히 많은 태권도계의 실력자들을 제자로 둔 그는 나이 60에 접어든 환갑이 되어서도 제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독일의 흰머리(?) 사범이다.

무토는 훌륭한 제자들로부터 끝없는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고 독일에서도 성공적으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고의민 사범의 도장을 방문해 도장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세심한 배려와 세련된 감각이 접목된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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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에 들어서자마자 기자의 눈에 들어온 도장의 인테리어 컨셉은 그야말로, 편안함 그 자체였다. 수련장과 대기실이 유리 벽을 통해 분리되어 있고, 수련장 밖에서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련장 밖의 대기실은 도장의 아이덴티티와 한국적인 멋스러움을 조화롭게 표현해내는 분위기 있는 조명아래 도심의 카페에서 접할 수 있는 감각적인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기자는 도장에 와있다기보다는 마치 분위기 좋은 카페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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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공간에서 수련생들이 타 수련생을 기다리기도 하고 비오듯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 후에 샤워를 마치고 나와 삼삼오오 모여서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고, 태권도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이 장소는 단순한 휴게실이 아니라, 관원 커뮤니티의 장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서 디자인 된 것이다.


천장의 조명은 정말 전문가가 봐도 억소리가 날만한 작품이었다. 창호지에 붓글씨로 고의민 사범의 이름을 써놓고 댓살을 붙인 뒤 뒤에서 조명을 비춰주는 천장 등은 조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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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범은 대기실을 소개한 뒤 바로 샤워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샤워실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대기실로부터 샤워실까지의 조그만 복도를 통과해야 했는데, 그 복도에는 특이한 게시물이 하나 붙어 있다. 그것은 도장 관원들의 직업과 이름, 전화번호를 써놓은 리스트였다. 관원들끼리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로 부탁하고 이왕이면 관원들이 운영하는 회사나, 가게, 식당 등을 이용하자는 취지의 관원 리스트인 것이다. 이것은 도장내의 수련생 들이 1차 목표인 심신수련의 목적외에 또 다른 하나의 성과를 얻을 수 있게 하자는 고사범의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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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 바로 앞에는 기다란 복도가 하나 있었다. 복도 양옆에는 고사범의 발자취와 활동상들을 잘 알 수 있는 많은 사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관원들은 샤워실과 수련실을 오가면서 복도의 사진을 통해 사범의 경력과 경륜을 매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고사범의 안내로 들어간 샤워실은 한마디로 깨끗했다. 고사범 자신도 샤워실 만큼은 청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성인들이 수련하는데, 샤워실이 지저분 하면 관원생들을 쫒는 격이라며 샤워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빨간 츄리닝, 흰머리, 맥주 그리고 가라오케

고사범은 수업이 시작되자 도장에 들어섰다. 기자가 놀란 것은 고사범이 도복이 아닌 빨간 츄리닝을 입고 관원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 관장이나 사범들이 도장에서 도복을 안 입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는 불문율이다. 도복을 입어야 권위가 서고, 수련생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기자의 생각이고, 아마 대다수 사범님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사범은 빨간 츄리닝을 입고 지도하는 것은 당신이 평소에 빨간 츄리닝을 즐겨 입다보니, 흰머리와 빨간 츄리닝이 트래이드 마크가 되었고, 이미지 연출을 위해 이렇게 빨간색 옷을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모두 계산된 연출이라는 이야기다. 고사범은 의상에서부터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업에 들어가자 고사범은 직접 지도를 시작했다. 사범은 어디 있냐고 기자가 묻자, 특별히 사범이 없다고 하며, 가끔 큰 아들이 도와줄 때가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직접 지도를 한다고 했다. 수련은 에너지가 넘쳐났다. 60의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고사범은 열정과 힘이 넘쳤다. 고 사범은 1시간의 수업을 관원들과 똑같이 뛰며 관원들을 지도해 나갔다.

격렬한 수련이 끝나고 사람들은 더 남아서 수련을 하거나, 아니면 대기실로 나와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때 기자의 뒤통수를 큰 망치로 때리는 듯한 고사범의 한마디가 떨어졌다. "이기자 맥주한잔 하지? 어이, 여기 맥주한잔 줘요!!" 그렇다. 도장에서 음료수와 맥주를 팔고 있었다. 독일이 아무리 물 대신 맥주를 먹는 나라라고 하지만 태권도장내에서 맥주를 마신다는 것은 종주국의 기자에게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참 특이하게도, 그 자체가 기자에게는 충격이면서도, 그 분위기가 너무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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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그에 대해 질문을 하자. 수련생들이 1시간 동안 흘릴 수 있는 땀을 모두 흘려내고, 깨끗한 샤워장에서 샤워 시원하게 하고 나와 앉아 맥주를 한잔 들이킬 때보다 더 상쾌한 일이 어디있겠냐는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기자는 맥주를 한모금 들이키고 있었다.

맥주를 한잔 하고 잠시 쉬는 사이에 테이블 너머로 검은색 기계 한대가 눈에 들어왔다.
대형 tv와 그 옆에 있는 기계는 필시 앰프의 모습과 흡사했다. 고사범의 부인에게 저 기계가 무슨 기계냐고 묻자마자 다시 기자는 아까보다 더 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부인은 그것이 가라오케 기계라고 말을 했던 것이다. 태권도 도장에 맥주는 그렇다 치고, 가라오케는 또 웬 말인가 싶어 물었다. 부인 김석순씨(56)는 우리 도장의 수련생들은 한 가족이라고 설명하며, 300명 정도 되는 관원들 모두 가족처럼 지내고 있으며 가끔씩 파티를 하거나 할 때 사용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체육으로서의 독일 태권도와 한국 태권도장의 정체성 혼돈

아늑한 조명과 테이블, 맥주, 가라오케... 기자는 문득 그 동안 가져왔던 도장에 대한 편견에 대해 한번 돌이켜 볼 수 있는 짧지만 값진 기회를 접할 수 있었다. 아이들로만 꽉 차있는 한국 도장의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장에 대한 개념은 성스러운 곳이거나, 절대적인 권위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보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편견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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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가 무도로써 시작되었지만, 사회가 다원화되고,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태권도의 환경도 많이 바뀌었고, 또 앞으로도 바뀌어 가야 한다는 것에 많은 태권도 인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태권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많은 태권도인들이 입을 모으는 것도 그러한 주변 환경 변화에 대한 태권도의 생존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생활체육 개념의 태권도장은 아이들 뿐 아니라 남녀 노소가 함께 즐기는 체력단련과 문화의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의 도장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체력 단련장으로 변질이 되어 있으면서도 도장에 대한 개념은 아직도 절대권위와 절대공간으로서의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자.

한국의 태권도 도장은 지금 현재 정체성의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이미 도장보다는 어린이 체육관으로 변질되어 버린 태권도장의 현실 속에서 우리 지도자들은 60-70년대의 태권도 도장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를 반문해 볼 일이다. 한국에서 태권도장과 맥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독일에서 태권도와 맥주는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움이다.

성인들이 모여서 열심히 수련하면서 땀 흘리고, 깨끗한 샤워실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편안한 카페에 앉아 맥주를 한잔하는 도장의 모습이 왜 이리도 부럽고 부럽기만 한지, 비록 우리로부터 태권도를 전수 받았지만 이미 멋진 성인들의 생활체육으로 자리를 잡은 독일의 태권도를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은 비록 기자만의 생각일까?













댓글 5

김명종 2002.08.26
모두 권위만 따지고 무도가 어떻고 도가 어떻고... 관장과 사범은 애들앞에서 권위의식으로 폼잡고 자기들끼리 만나면 서로 헐뜯고 성인들이 도장에 갈려고 해도 오히려 피하는 현실.. 샤워장 하나 없는 현실속에서 과연 성인들이 태권도를 할지.. 군대가기전 함 해볼까나.. 자신의 체력관리로, 정신관리로써 과연 태권도를 접할 수 있는지.. 일선관장과 협회들이 생각해 볼문제다. 좀더 성인화에 대하여 고급문화로서의 태권도에 대하여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과객 2002.08.27
우리나라에서도 도장에 조금 투자를 하고 홍보를 하면 저렇게 잘 되지 않을 까요? 문제는 일선 도장에 돈이 없다는 것이 흠이지만, 그것만 잘 해결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잘 될 것 같습니다. 여기 무토가 조금 투자해서 그런 도장을 운영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한번 직접 경영해 보시는 것이 어떨지...
부럽당 2002.08.29
우리 나라에는 왜 저런 도장이 없는지... 글을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밖엔 안든다..
김정선 2002.08.31
뭐 아주 이해가 못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도장에서 맥주를 파는 것은 조금 너무하지 않을까요? 성인 활성화 도장이라고 해도 운동을 하고 도장을 나와서 밖의 술집에서 한잔하는 것이 좀 더 낳지 않나요? 물론 제 생각이 너무 고루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수십년 태권도를 해온 제게는 도장에서 술을 판다는 것은 조금 거부감이 느껴지는 군요. 그 외에는 너무 부럽기만합니다. 한국에도 저런 도장들이 많이 좀 나오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후배들 몫이겠지요.
만월 2002.09.01
매일 어린이들을 위해 축구만 하는 도장에서 있다가 이런곳을 보니 할말이 없군요..기사 읽기전에 사진부터 봤는데 이곳은 정말 도장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태권도라는 무도는 결코 세계 어느곳에서도 뒤지지 않는 무도 임에도 불구 하고 종주국에서는 그것을 너무 가볍게 여기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