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도장 제자리 찾기 - (1) 우리들의 영웅? '사범'
요즘에 만나는 관장님들이 한마디씩 던지시는 말씀이 어디 좋은 사범 좀 없냐는 하소연이다. 보통 2시부터 시작되어 저녁 9시에나 끝나는 수업들을 모두 관장님이 지도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도장에서 한두명의 사범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미 한국의 태권도 도장만 8,000여 개(협회 미등록 도장 포함) 기타 무술 도장까지 합치면 약 16,000여곳에 이른다. 도장당 1.5명만 잡아도, 약 2만 4천명이란 어림치가 나온다. 이 수는 결코 작은 수가 아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사범인력이 실제 도장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과연 사범이란 직업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실제로 일선 도장들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사범들은 대부분이 사범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처음부터 도장에서 조금씩 사범이 해야 할 일을 배우면서 적응해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범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범의 능력이 받은 사범보다 꼭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건 전적으로 사범 개개인들의 능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사범의 전문성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아래의 질문에 관장과 사범이 답을 해보자. 사범은 전문 지식과 경험, 노하우가 필요한 직업인가? 아니면 그런 것이 필요없는 단순 일용직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범들과 관장들이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말을 단도직입적으로 바꿔서 사범은 전문직인가? 아니면 일용직인가? 라고 질문을 하면 독자들은 어떻게 답을 하겠는가? 여기서도 전문직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라면, 다음 질문에 답해 보자.
"사범"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좋은가?
"사범"은 평생직장인가?
"사범"은 안정적인 직장인가?
그렇지 않다면, 처우는 좋은가?(월급 / 의료, 산재, 고용보험 가입여부 / 복지혜택)
한국의 현실에서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이 "아니요"일 것이다.
평생직장도 아니고, 안정적인 직장도 아니고, 처우도 좋지 않다고 한다면 이것은 일용직의 성격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즉 역할은 전문직이라고 생각하면서 직업적인 인식에서는 단순 일용직의 성격이 더 큰 2중적인 잣대가 사범들을 인식하는 2가지의 큰 축이 되고 있다.
일반회사에서는 사원이 그만 두게 되면 그 자리로 새로 들어올 사람과 한달여간 인수인계라는 것을 한다. 일선도장에서 사범이 바뀔 시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후임자와 함께 최소 한달 이상 인수인계를 하고 있는가를 반문해 보자. 아이들 하나 하나에 대한 자세한 정보, 가정형편, 아이들 성격, 특징, 도장 내 특이사항, 아이별로 지도 시 주의사항 등등 백 여명에 가까운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인수인계하려면, 한달을 가지고도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과연 일선 도장에서는 이런 최소한의 인수인계라도 하고 사범들이 교체가 되고 있는지를 한번 반문해 보면 현재의 사범에 대한 직업적 인식이 전문직인지, 아니면, 일용직인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전문직은 교체 시에 많은 시간의 인수인계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 일용직의 경우 별도의 인수인계가 필요 없다.
일선사범들은 스스로 사범이란 직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범들 스스로 사범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지도하고 인성을 지도하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일선 도장의 사범을 만나 보았다.
열악한 조건과 대우에도 사범들이 도장을 다니는 이유를 물어보니, 다음 2가지가 대부분이었다.하나는 미래 도장경영을 꿈꾸며, 일을 배우기 위해 다니는 경우와,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전까지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정리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몸과 마음을 지도하는 사범이란 직업이 잠시 거쳐가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인식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아이들에게 무술도장이 전인교육의 장이라고 학부모들에게 감히 말을 할 수 있을까?
사범이 안정적으로 교육자로서의 프라이드와 열정을 동시에 갖기 위해서는 먼저 관장과 사범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범은 엄연히 가장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다. 그런 중요한 자리는 단순한 1종 운전면허증과 단증만 가지고 대충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장들과 사범들은 그것만 가지면 웬만한 자격요건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범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와 책임감을 느끼고 그것을 실천 할 때, 비로소 사범들의 제자리 찾기는 시작될 것이다. 스스로를 가치 있고 소중하게 생각할 때, 그 사범은 수련생과 학부모, 관장들로부터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사범들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도, 위를 향하게 될 것이다.
* 이어지는 기사
도장 제자리 찾기 - (2) 관장인가 사범인가?
도장 제자리 찾기 - (3) 도장과 체육관
도장 제자리 찾기 - (4) 태권도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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