拳鬪가 뜬다-CF서 스크린서 뮤비셔…
“프로 농구나 축구가 생기기 전, 권투경기 중계를 하면 서울에는 택시가안 다닐 정도였다. 그렇다고 지금 권투가 죽은 게 아니다. 권투경기에 스폰서가 안 잡히고 TV에 중계가 안돼서 그렇지 체육관을 찾는 사람은 작년, 재작년에 비해 50%는 늘어난 것 같다.”
WBA 주니어 플라이급 챔피언 유명우를 키운 대원권투체육관 김진길(62)관장의 말이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권투가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양상이 다르다. 요즘 권투는 TV와 스크린, 뮤직비디오에서 더 활발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뮤직비디오와 CF
최근 방송을 시작한 핑클 4집의 타이틀 곡 ‘영원’의 뮤직비디오에서 그룹 멤버인 효리는 손가락을 다친 여성복서로 나온다.
경기장면 보다는 연습장면이 주를 이루고 샌드백, 글러브 등 권투 관련소품이 주로 보이지만 뮤직비디오가 노리는 것은 강하고, 고독한 여성 복서의 이미지이다.
경찰학교 옥상에서 정우성이 샌드백을 검도로 내려치고, 전지현이 절규한다. 신인 가수 유미의 ‘사랑은 목 마르다’의 뮤직비디오이다.
앞으로 전개될 남녀의 관계와 캐릭터를 암시하는 장면으로 이것은 ‘우리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문구로 유명해 진 ‘2% 부족할 때’ 음료CF로도 방영되고 있다.
제작사 싸이더스의 관계자는 “권투는 검도나 다른 운동 장면에 비해 두배 이상 강하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차은택 감독은 이미 지난해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에 이범수와 중국배우 장첸을 등장시켜 권투를 소재로 멋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히트를 쳤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샌드백을 두들기는 전지현(엘라스틴 샴푸), 권투 글로브를 끼고 에어로빅을 하는 이영애 (LG 카드), 권투를 위해 양손에 붕대를 감은 김원희(골드윈)는 물론 무하마드 알리의 딸이자 프로 권투선수인라일라 알리(프로스펙스), 아마추어 모델 여성이 권투를 하는 장면(KTF)까지 광고를 통해 만나는 권투의 모습은 다양하다.
영화와 방송
3월1일 개봉한 ‘알리’. 주연 배우인 윌 스미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후보에 올랐지만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다.
보름간 전국관객 17만명.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권투 영화=스포츠 화=남자들만 보는 영화’라는 고정관념을 깨지는 했다.
그러나 1982년 사망한 고 김득구 선수의 일대기를 그린 ‘챔피언’(곽경택 감독) 제작사는 느긋한 편이다.
“권투를 통해 70, 80년대의 복고적 향수를 자극하게 되면 폭 넓은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제4회 이스트만 코닥 단편영화제에 당선자인 허종호(26)씨도 권투를 소재로 한 ‘승부’를 7월부터 촬영할 예정이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공주’에서도 스포츠 신문기자 목영(권민중)은권투로 스트레스를 풀고, 맞선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자 권투경기로 녹다운시킨다.
만화 ‘링 위의 히어로’가 2000년 7월 이후 17편까지 나오며 편당 1만7,000권이 팔리고 있는 것이나, 극단 신기루만화경이 15일~4월14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권투를 소재로 한 연극 ‘먼데이 p.m. 5:00’를 공연한다. 권투 바람이 문화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권투는 여자의 운동?
재미있는 것은 CF 속 복서는 대부분 여성의 모습이라는 점. 영화평론가심영섭씨는 “여전사의 이미지가 여수사관이나 군인, 또는 권투선수라는스포츠 스타로 표출되고 되고 있다. 특히 여성 복서가 나올 때는 좀 더 화려한 이미지로 성적인 면을 부각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복싱이 강해진 여성성을 표현하는 또다른 수단이 된 셈이다.
영화나 뮤직비디오가 권투를 소재로 하는 것은 권투가 가진 복고성과 강한 이미지 때문이다.
“운동을 하다 죽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권투는 실제로 죽은 사람이 많아 훨씬 비극적으로 느껴진다”는 ‘챔피언’ 제작사 관계자의 말처럼 권투가 가진 비극성은 짧은 시간 내 강한 인상을 심으려는 뮤직비디오의 속성에 잘 어울린다.
인생과 승부라는 흥미진진한 요소에 액션까지 가미된 ‘권투 영화’가최근 잇달아 소개, 제작되는 것은 사회상과도 관련이 있다.
“청소년들이 고된 운동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는 만화 기획자의 말처럼 여유있는 세대들의 ‘헝그리 정신’에 대한 대리만족 취향도 문화상품으로서 권투의 매력을 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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