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우리가 바라는 것!
오현득 현 국기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정순기 사범
우리 태권도인에게 국기원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국기원은 태권도의 본산으로서 모든 태권도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며, 최고 권위의 상징이자 정체성의 뿌리입니다.
국기원은 태권도의 수련 가치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교육현장의 사범님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검토 합니다.
국기원은 태권도 발전을 위한 진화적 탐구의 산실입니다.
결코, 단증을 발급하고 사범지도자 자격증을 내주는 행정기관이 아닙니다.
그동안 국기원이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많은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태권도인은 국기원을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인내를 가지고 지원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국기원이 내 것이고, 국기원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국기원과 태권도의 미래를 위해 지금처럼 위기의식을 느꼈던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수많은 태권도인들의 염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온 오현득 씨가 국기원장직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국기원장은 전 세계 태권도인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입니다.
모든 태권도인들로부터 존경받아 마땅한 분, 한 평생을 태권도에 몸 바쳐 오신 분이 오르셔야 할 자리입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국기원을 받들며 함께해야할 명분을 잃고, 국기원을 떠나는 사범님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범님들 사이에 분열과 혼란이 생기고, 이로 인한 상처가 깊어져가고 있습니다.
또한 오현득 원장에 대한 반발과 지지의 갈등 위에서 제도권의 태권도인들 길들이기가 조장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현득 원장을 반대하는 태권도인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생깁니다.
국기원이 1972년에 설립되어 김운용 초대 원장으로 출발한 이후 2대 엄운규 원장님을 비롯하여 이승완, 강원식, 이규형, 정만순 전 원장님 들은 일생을 태권도에 헌신해오신분들 이었습니다.
태권도인에 의한 국기원장의 전통이 확립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초대 원장도 정통 태권도인 출신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왜 안 되는가? 꼭 9단이어야 한다는 조항도 없지 않은가? 논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수십 년 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시 태권도는 세계로 뻗어가고자 하는 태동의 시기였고, 국내 각 관들의 통합이 중요하던 시기였습니다. 국기원 건립의 주역이었던 김운용 국기원장의 추대는 시대적 선택이었습니다.
그 후 40여년이 지난 지금,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의 성지요, 태권도 종주국 권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적절한 비유가 될는지요?
교황의 자리에 사제가 아니고, 불가의 종정에 일생을 다해 불법을 닦은 승려가 아니라면 과연 용납이 되는 일이겠습니까?
태권도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전 세계 태권도인들을 이끌어 가실 분이라면, 당연히 일생을 바쳐 태권도에 공헌하신 분이어야 할 것입니다. 태권도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국기원장의 정통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에는 태권도 최고의 경지인 9단의 반열에 오르신 분들이 수백 명에 이르고, 해외에 계신 분들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그 분들 중에서 추대되어야 합니다.
오현득 씨는 태권도가 아닌 다른 전문 분야에서 많은 세월을 살아온 분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만천하에 뚜렷한데 어찌 태권도계의 수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전 세계의 태권도인들이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이사 임기의 정당성에 대한 법률적 판단에 우선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이제 오현득 원장의 자진 사퇴를 바랍니다.
오현득 원장은 21세기 마지막 분단국가의 최전선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름 없이 음지에서 싸워온 군인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순수한 희생의 의미와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이라 믿습니다.
오현득 원장은 수천년 이어질 태권도 역사에 큰 틀을 세우고, 미래의 초석을 놓는 일에 결단을내려야 합니다.
국기원장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한 단계 내려와 백의종군의 자세로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시기 바랍니다.
국기원의 승계체계를 확실하게 정립해서 추후 국기원장의 추대에 관해서는 일생을 태권도에 공헌하신 9단의 원로 분들 중에서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하도록 정관에 뚜렷이 새겨 넣어 주시고, 명예롭게 소임을 내려놓기 바랍니다.
자기희생 위에 새겨진 위인들의 발자취가 인류 역사에 큰 교훈으로 남습니다. 태권도계가 오래 오래 본받을 귀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오현득 원장의 승리의 영광이며, 우리들 태권도인들에게는 귀중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미국태권도연합(ATU) 정순기 초대회장
World Class Taekwondo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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