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운용 총재, 지금 물러나서는 안된다!
"외국 태권도인들이 더 이상 한국인 사범에게 존경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각국 협회에서 일하는 임원들의 경우 더더욱 한국태권도인들에게 더 이상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 이제 동등하게 할 말 다한다. 외국 선수들도 한국선수들을 이제 만만한 상대로 생각한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범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 사범의 말이다. 기자가 미국 태권도를 취재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낀 점도 마찬가지다. 외국선수들을 인터뷰할 때 그들은 너무나도 자신감에 차있다. 한국선수들과 같은 대진표상에 있어도 그냥 동료들과 상대하는 것처럼 덤덤하다. 아니 오히려 더 자신있게 몰아부친다. 실제로 지난 2월 20일부터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된 US Open Taekwondo Championships (이하 US Open)에서도 한국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만만한 연습상대를 만나 온갖 기술을 연습해 보듯 몰아부치는 외국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90도로 인사하던 스페인계열 사범이 모협회 임원에게 고개만 끄덕이고 인사를 마치는 것을 보았다. "예전에는 안 그랬지요. 하지만 요즈음은 마치 유행이라도 하듯 저런 양상입니다. 모두가 한국 태권도의 위상이 무너진 탓이지죠. 한국에서는 이런 변화를 알지 못할 것예요. 심각합니다."라며 한 임원은 세계 태권도의 질서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태권도가 2000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태권도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김운용총재의 역할이 지대하였기 때문에 전세계 태권도인들의 김총재에 대한 존경심도 태산을 이루었다. 더불어 같은 한국인들은 모두 존경을 받았다. 작은 잘못도 모두 눈을 감아 주었다. 한인 사범들과 한인 태권도인들은 모두 커보였다. 외국 태권도인들에게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큰 산이었다.그러나 작금의 사태에서 태권도의 종주국인 한국의 대한태권도협회의 임원과 김운용총재 측근의 비리문제가 속속 밝혀지고 연일 언론에서 보도를 통하여 실추된 태권도의 위상을 보여지는 것들이 외국에 알려지고 외국 언론에서 간간히 김총재의 국내 여론들을 집중보도하면서 김총재에 대한 존경심은 땅바닥에 쳐박히고 한국 태권도인들은 모두가 한통속으로 취급되어지고 있다. 더불어 넘을 수 없었던 한인 태권도인의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 같이 존경을 받았듯이 이제는 같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총재는 여론에 밀려 지금까지 맡아오던 수장자리를 하나씩 내주고 있다. 짜증난 듯한 표정으로 알아서들 해보란 듯이 움켜지고 있던 것들을 너무 쉽게 던져 버리고 있다. 태권도협회장이나 국기원장직들은 장관이나 국회위원처럼 하다가 하루아침에 말면 그만인 자리가 아니다. 한사람 때문에 하늘을 치솟을 수도 있고 반대로 땅속 깊숙히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예민한 자리이다.
지난 태권도협회의 회장선거에서의 혼란도 대책없이 물러난 김총재의 무책임으로 일어난 일이다. 현재 태권도 관련 협회의 규정이나 회칙은 모두 김총재가 장기집권하고 있던 차에 만들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김총재가 관리하기 쉽도록 만들어진 것이라 자유로운 경선이나 민주적인 논의 체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 시스템을 이용해 경선을 한다는 것은 동네 분식점에다가 고급 프랑스요리를 팔아보라고 하는 것처럼 문제가 뻔히 발생할 줄 알면서도 자신을 몰아부치는 태권도인들과 여론의 괘씸에 김총재의 마지막 수라고 생각된다.
김총재가 아직 내놓지 않은 자리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직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올림픽 공식 기관으로서 세계 각국의 협회나 연맹도 모두 관리하는 범 세계적인 조직이다. 이 조직의 총재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IOC위원으로서 재기를 노리는 김총재로서는 쉽게 놓을 수 없는 마직막 남은 히든카드이다.그러나 아쉽게도 김총재는 영원히 세계연맹총재직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사람이란 영원히 살지 못하는 법, 길게는 일이십년, 아니면 여론이나 법정에 의해 짧게는 당장이라도 그만 둘 수 있다. 욕심이란 끝이 없게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태권도인들의 대부분이 김총재의 현재 위치에 대하여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변 측근들이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더라도 김총재 본인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김총재가 총재를 그만 두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태권도의 위상이 다시 서느냐 아니면 한없이 무너지느냐의 문제다. 그저 도장에서 태권도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국내 태권도인이나 해외 태권도인이나 총재직을 누가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예전처럼 다시 태권도가 외국인들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도록, 한국의 대표적인 무도로서 강한 정신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다시 세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김총재는 이제 정리를 해야할 때이다. 모두 하나하나 놓으면서 결자해지를 해야 할 때이다. 세계연맹총재직도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세계연맹의 집행위원도 김총재의 위상을 높히기 위해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위주로 구성되었다. 현재 외국에서는 세계연맹 총재직은 물론 사무국도 외국으로 넘어가길 바라고 있다. 사람욕심이라는 것이 누구는 없겠는가! 외국 태권도인들도 이번 기회에 사무국이 외국으로 넘어와야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만약에 이번 김총재 아들에게서 시작된 검찰수사가 김총재에게도 영향을 미쳐 총재직을 자의나 타의에 의해 그만 둘 경우 세계연맹 총재직을 남은 임기동안 부총재 대행으로 운영하게 된다. 이번에 새로 구성된 부총재중 유력한 후보는 외국인 1명과 한국인 2명이다. 외국 집행위원이 많은 이번 체재의 경우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유리하다. 한국 태권도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상태에서 다시 한국인에게 총재직을 줄 정도로 외국 집행위원들의 마음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현재 김총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세계연맹이 외국으로 이전될 경우 태권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영향력은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세계 태권도 인구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한미 양국이 행사할 있는 투표권은 두장뿐이기 때문이다. 태권도인구가 100명밖에 안되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라도 투표권은 1장으로 동일하다. 물론 실질적으로 한미지역 태권도인의 영향력이 크겠지만 향후 수읽기는 상당히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김총재는 지금 물러나서는 안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불신을 잠식시키고 본인이 쌓아왔던 태권도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버려서는 안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속담이 있다. 김총재든 측근이든 문제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두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모든 책임을 지고 김총재는 1년이든 남은 임기동안이든 태권도인들에게 호소하여 기회를 한번 더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제 민주적으로 누가 되도 잘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김총재의 무한한 능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후임자를 내정하거나 경선을 통해 정하거나어떤 경우라도 무리없이 잘 운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태권도를 정치적으로 현재와 같이 만든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이 갖춰지면 깨끗하게 물러나야 한다. 김총재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어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그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잘만 운영되고 태권도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오히려 더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다. 또한 김총재는 영원히 태권도인의 우상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되기를 바라는 것은 곧 태권도의 추락을 위미한다. 김총재는 모든 것을 버려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미국에서 만난 태권도인이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죽으려면 살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김총재는 이 말의 뜻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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