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로 얼룩진 국기원… 임시 이사장 아수라장 '파행'

신규 이사 선임 및 이사장 선출할 '임시 이사회' 결국 무산

한 태권도 원로가 국기원에 오물이 투척해 강한 악취가 계속 진동한다.
세계 태권도 본부라고 자임하는 국기원에서 3년 만에 또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촌극이 재연됐다. 태권도인이 아끼고 위해야 할 소중한 공간에 ‘똥물’을 투척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15일 오전 특수법인 국기원 3기를 이끌어 갈 신규 이사 선임과 신임 이사장 선출이 있는 임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회의는 11시. 임시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태권도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곳과 9단 고단자 등이 회의장 입구를 막아섰다.
16일까지 임기인 홍문종 이사장이 임기 하루를 남기고 후임 이사 선임에 관여하는 것은 국기원 운영에 혼란에 빠트린다는 것. 정치인 낙하산 이사장이 마지막까지 전횡을 한다며 성토하고 났다.
그러나 떠나는 이사장이 그보다 12일 전에 선임한 원장에 대해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이중법적인 주장을 했다. 원장이 없으면 행정공백으로 국기원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미 태권도 제도권에서는 이날 회의가 파행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회의 한 시간을 앞두고 10시부터 현장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못해 난장판 수준으로 변질됐다. 태권도인들 간에 서로 각자의 이해관계와 다른 주장으로 쌍욕을 퍼붓는가 하면, 몸싸움까지 불사했다.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을 안타깝게도 이날 외국인 어린 태권도 수련생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국기원이 태권도 본부라고 들 뜬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왔는데, 태권도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윽박지르고,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인솔자는 이에 아연실색 했다.
자신이 태권도 품새를 만들고 태권도를 뿌리내리게 했다고 소개한 원로 태권도인은 “정치인 낙하산 이사장이 국기원을 망하게 하고 있다. 내가 그 못된 짓을 심판하러 왔다”며 국기원에 준비해온 계란과 분뇨를 투척해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 원로는 염산까지 준비해 왔으나 경찰에게 적발돼 빼앗겼다.
결국 예정된 11시보다 30여분이 지나 회의 무산이 결정됐다. 동시에 국기원은 현장 취재진에게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홍문종 이사장이 ‘태권도인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하의 입장을 발표했다.
홍 이사장은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 선임과 후임 이사장 선출을 마무리하려 했다. 후임자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면서 “그러나 많은 태권도인들께서 후임자에게 맡기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주심으로써 본인은 더 이상 국기원의 임원 선출 등에 관여하지 않고 떠나기로 결심 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날 이사회 무산의 이유는 재적이사 과반수 미달로 성원이 안 된 것. 오현득 원장, 김현성 연수원장 등 상근이사와 김상천, 안병태, 윤상호, 임윤택 이사 등 7명만이 국기원장실에 왔다.
홍문종 이사장은 이사회 성원을 위해 국기원 근처까지 왔지만, 현장의 아수라장 분위기를 감지하고 차를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마지막 이사장의 역할을 막은 ‘인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불쾌한 견해를 피력했다고.
파행되는 이사회를 지켜보면서 다수의 제도권 인사들은 조직적인 방해라고 입을 모았다. 국기원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3일 국기원 원장 선임이 있던 날에는 국기원 주요 출입구가 폐쇄되었지만, 이날은 아이러니하게도 ‘활짝’ 열렸다. 또 경찰 등을 통해 정상적인 회의 개최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상황 정리가 있었음에도 그 의지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의 가장 안타까운 것은 태권도 심장 국기원의 위상추락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국기원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많았지만, 진정성은 없었다. 오히려 아수라장이 되는 상황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국기원 이사회 방해자와 이를 막아서는 국기원과 경찰 그리고 취재하는 언론이 뒤섞여 있다.
국기원이 똥물을 뒤집어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5월 30일 2기 이사회가 시작되는 회의장에 태권도 시민단체라고 자처하는 인사가 난입해 쓰레기와 오물을 투척해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결국에 회의는 무산이 되었다.
이에 당시 국기원 임시 집행부는 업무방해를 한 대상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나 흐지부지 아무런 대응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3년 만에 또 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고, 국기원장실 문짝도 훼손되었지만 국기원이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앞으로 물지 관심사다.
국기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CCTV와 자체 촬영한 영상 등을 확보하고 법률 조언을 받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 3년 전에도 같은 상황이었음에도 조처를 취하지 않았지 않느냐는 반문에 “이번에는 확실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날 국기원장실에서 이사진과 함께 있었던 오현득 원장은 사태가 모두 끝난 후 오후 뒤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임시 이사회와 관련 예상치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데 대해 태권도 가족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 드린다”면서 “이번 상처가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수습책을 마련하고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떨어진 위상, 등을 돌리는 태권도인의 마음을 국기원이 어떻게 다시 잡을지 의문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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