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치 태권도 경기하는데, 무도 태권도 왜 결부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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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태권도 훼손과 성(性) 상품화 주장을 반박하며

비치 태권도 리허설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이 글을 쓴다.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의 한 해수욕장에서 생소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오는 7월 중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하는 제1회 세계비치태권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리허설이었다.
이 대회는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여러 비치 스포츠 종목이 참가하는 제1회 월드비치게임에 태권도를 신규 정식종목으로 넣기 위한 ‘프레 대회’ 성격으로 열린다.
이날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해변을 배경으로 남녀 선수들은 모래밭에서 품새와 시범경연을 했다. 남자 선수들은 웃통을 벗었고, 여자 선수들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밀착형 유니폼을 입었다. 도복과 띠를 착용하지 않고 탱크톱과 숏팬츠를 입고 품새를 했다. 시범경연은 모래 특성상 점프력을 보완하기 위해 트램플린을 밟고 격파를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품새 및 시범경연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태권도가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개탄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태권도인들은 ‘태권도는 스포츠이기 전에 무도다’, ‘도복과 띠가 없는데 태권도라 할 수 있나?’, ‘변해도 너무 변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자는 WTF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WTF가 추구하는 ‘비치(beach) 태권도 경기화’에 찬성한다. 보수적이고 고착적인 시각에 얽매여선 안 된다.
‘비치 태권도 경기’는 실내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해변가에서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경기규칙과 경기복(유니폼)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또 모래사장을 감안해 보조 경기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가장 큰 논쟁거리는 무도 태권도를 훼손하고, 성(性) 상품화를 조장한다는 것. 도복과 띠가 없는 경기복을 입는다든지, 탱크톱과 숏펜츠를 입고 경기를 하는 것은 태권도의 무도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성(性) 상품화를 초래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지적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WTF가 무엇을 하는 단체이고, 비치 태권도 경기를 왜 추진하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WTF는 태권도 스포츠 기구다. 태권도 경기를 공정하고 흥미있게 만드는 것이 주업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의 아마추어 경기단체라 해서 기능과 활동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 태권도 경기의 친(親) 대중화 및 미디어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 들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을 상업주의라고 매도해선 안 된다.
이런 시도가 자칫 도발적이거나 엉성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도 태권도를 훼손한다고 몰아붙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비치태권도 경기는 무도 태권도와 관련이 없다. 그리고 WTF는 경기단체이지 무도 단체가 아니다. 시대흐름에 맞게, 또 태권도가 메이저 스포츠 종목이 되기 위해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경기방식을 시도하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
태권도 무도 단체를 대표하고 있는 국기원이 비치 태권도 경기화를 추진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경기단체인 WTF에 대해 태권도 무도성을 운운하고, 비치 태권도 경기화가 무도 태권도를 훼손한다고 결부시키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트집 잡기다.
혹자들은 태권도는 스포츠이기 전에 무도라고 주장한다. 태권도의 정체성과 본질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아무 때나 갖다 붙여선 곤란하다. 무도 태권도와 스포츠 태권도는 각자의 영역에서 그 가치를 찾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기원 연수처장을 지낸 이종관 사범은 “누구보다도 내가 무도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대중화하는 차원에서 비치 태권도 경기를 하는 것인데, 여기에 무도 태권도를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말에 동의한다.
또 다른 논쟁은 여자 선수들의 노출, 즉 성(性) 상품화이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탱크톱과 숏팬츠를 입고 경기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경기를 하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많은 여자 품새 선수들은 탱크톱과 숏팬츠를 입고 경기를 한다는 사실에 질색을 하며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태권도는 몸매와 각선미로 승부하는 종목이 아니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비치 태권도 경기는 여름이나 날씨가 더운 곳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해변에서 해야 한다.
따라서 도복을 입고 띠를 매고 경기를 하는 것은 무리다. 비치 태권도 경기화의 콘셉트에도 맞지 않는다. 간편한 옷차림이나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해수욕장에서 도복을 입고 한다는 것 자체가 생뚱맞다.
탱크톱과 숏팬츠를 입고 여자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이 성 상품화를 불러온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논리라면 비키니 스타일의 경기복을 입고 비치 발리볼을 하는 여자 배구선수들은 모두 성 상품화의 피해자이다.
여성의 신체 노출을 금기시하던 스포츠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체조, 농구, 수영, 배구, 육상 등의 스포츠웨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성 상품화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익히 알다시피 성 상품화는 관객과 시청자의 주목도를 높이고, 대중성과 광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스포츠의 성 상품화는 스포츠에 자본이 공생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성 상품화 논리를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비치 태권도 경기의 특성상 품새를 하는 여자 선수들이 탱크톱과 숏팬츠를 입는다고 해서 성 상품화로 몰고 가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
비치 태권도 경기화와 경기복 논쟁은 수련과 단련을 통한 몸과 동작의 아름다움, 즉 미학(美學)적인 접근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WTF도 여자 선수들이 갖는 노출의 부담감을 해소하면서 비치 경기에 대한 세밀한 접근과 타당한 명분을 찾아야 한다.
WTF는 비치 태권도 경기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세부 계획안을 세워 놓았다. 첫 시도라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주위의 우려를 최소화하고 나타난 문제를 보완해 태권도 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길 바란다.

[글.긴급구조 태권도 진행자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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