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태권도장에서 이룬 아메리칸 드림

[마스터Lee 美도장탐방] 펜실베니아 주(州) 이어리(Erie) 박동오 사범 편

박동오 사범
이번에 방문한 곳은 이어리(Erie). 펜실베니아 주 북서쪽에 위치한 바다 같이 넓은 이어리 호숫가에 위치한 곳이다. 인구 15만의 소도시다. 인근에 좋은 대학이 많아 학력수준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이어리 호수의 물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끝이 바로 세계적인 명소인 나이아가라 폭포다.한인을 찾아보기 힘든 미국의 땅끝 마을에서 오늘도 힘차게 태권도를 심어가고 있는 Park’s Martial Arts의 박동오 사범을 만나보았다. 박동오 사범은 가장 한국적인 기독교 선교방법으로 알려진 태권도선교를 대한민국에 태동시킨 최초의 창단 멤버이다.
현재 태권도 공인 8단으로 펜스테이트 대학(Penn State Erie)에서 태권도와 호신술 강좌를 15년째 해 오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사범으로서 겪은 경험을 글로써 풀어낸 수필집 <태권에세이 산책, Kicking with Flow>을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어떤 인연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원래 캐나다로 태권도를 가르치러 왔다가 미국으로 옮겨 정착했다. 처음엔 뉴욕에서 도장을 했었는데, 한인사범끼리의 과도한 경쟁을 피해 한적한 시골마을로 터전을 옮겨 새롭게 개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장을 열고 보니 이 작은 도시에 십 여 개가 넘는 무술도장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 미국 뿐 아니라 한국까지 돌풍을 일으켰던 태보(Taebo)의 본산지가 바로 이 곳이었고 태보의 창시자 빌리 브랭크와 그 형제들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 가라데 고신수의 미국 총본부와 미국사범이 하는 ATA 도장이 수백 명씩의 관원을 두고 3파전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한 복판에 멋모르고 자리를 틀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젊어서 장장 8개월간에 걸쳐 미국 전역을 돌며 순회시범을 했었던 경력이 있으니 나름 뭔가 보여 주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맨손으로 벽돌을 깨고 두꺼운 송판들을 부셔 가면서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17년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그 많던 도장들이 하나씩 문을 닫고 이제 이 도시엔 나 말고 작은 무술 도장 2, 3개만 남아 있다.
도장이 상당히 큰 단독건물인데 어떻게 이런 건물을 소유하게 되었나?
처음 열었던 도장이 작았었는데 수련생이 200명 선에 이르렀을 때 조금 여유가 생겨 이참에 남의 집 살이 그만하자고 결심을 하고는 낡은 건물을 구입해 이전을 했다.
낡은 건물을 수리해 고쳐 쓰려니 돈 들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 건축업을 하던 수련생 하나가 일체의 인테리어며 전기배선 등을 책임져 주었고 관공서를 오가며 필요한 설계며 허가까지 다 맡아 주었다. 이러다보니 공사는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서도 공사비는 절반으로 줄었다. 그 친구가 지금의 본관뿐 아니라 지관까지 다 새것으로 고쳐 주었다.
본관 도장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
본관도장은 지상 1층, 지하 1층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각각 4500스퀘어피트의 넓이로 도합 9000스퀘어피트(836제곱미터, 253평) 의 공간을 쓰고 있다. 지상에는 메인 수련장과 더불어 탈의실, 사무실 외에 유아들을 위한 놀이방 등이 따로 있고 지하에는 두 개의 독립 수련장과 웨이트 트레이닝 실, 남녀 락커룸 등의 공간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그 밖에도 수 십대의 차량이 동시 주차 가능한 파킹랏은 이 도시의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덕분에 야외시범공연장으로 쓰기도 한다.


지하의 수련 공간들과 웨이트 트레이닝 룸
물론 대단한 규모는 아니지만 내가 만약 아직도 대도시에 있었다면, 비싼 렌트비 때문에 이런 규모의 도장을 소유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사범이라면 당연 중소도시로 먼저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이 넓은 미국에서 하필 이런 작은 도시를 선택해 뿌리를 내렸는가?
한적한 도시일수록 개척 여지가 크게 남아있다. 영어도 그렇고 미국 문화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 배우고 싶다면 대도시보다 중소도시가 역시 낫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별 표가 나지 않지만 작은 도시에선 노력한 대가가 분명히 돌아오기 때문에 부지런하기만 하면 지역사회에 금방 입소문이 돌아 입지를 마련하기도 쉽다. 더불어 렌트비나 생활비가 싸서 자리 잡기도 수월하다.
요즘 보면 미국에서 규모가 큰 대부분의 도장들은 중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호랑이 없는 산에 여우가 왕을 한다는 말처럼 작은 도시로 가야 왕 노릇도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미국을 향한 도전의 꿈을 품은 젊은이라면 당연 중소도시로 먼저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자녀교육 때문에 중소도시로의 이전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자녀들의 학업성취도는 도시의 크고 작은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문제라고 본다. 대도시에서 교육 받았다고 명문 대학에 가고 중소도시에서 교육받았다고 그만 못한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소도시 사범님들 중에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분들이 많다. 나 또한 여기서 키운 세 딸이 다 유수한 의대에 진학했고 막내아들도 의대진학을 앞두고 있다. 자녀교육 걱정에 대도시를 못 떠난다는 것은 글쎄, 잘 모르겠다.
도장을 잘하는 방법이 있다면?
태권도를 가르치다보면 각계각층의 수련생들과 인연을 맺게 되는데 이게 사범에겐 가장 큰 재산이다. 예를 들어 내가 주최하는 시합만 해도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의료요원들이 필요한데 수련생 중에 닥터들이 자원해 하루 종일 시합장을 지켜준다. 이들을 하루 돈 주고 쓰려면 얼마짜리 인력인가? 내가 몸이 불편하다면 병원에 갈 것도 없이 수업 중에 처방전을 써 준다. 도장 수리를 할 때는 건축업자들이 나서주고 법률 자문은 수련생 중에 변호사들이있으니 그들에게 문의하면 된다. 이렇게 돈 주고도 못 얻을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태권도 안에서 맺어진 끈끈한 정 때문이다.
이 도장엔 유난히 성인 클래스가 활성화 되어 있던데 비결이라도 있나?
우리 도장엔 저녁 성인클래스 뿐 아니라 아침에도 약 20명의 성인들이 모이는 클래스가 15년째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 중에 최고령 블랙벨트 수련생은 75세이신데 그 연세에도 펄펄 나르신다. 10년 째 출석 중인 65세 할머니 수련생 역시 3단이다. 당뇨병, 고혈압을 비롯해서 온갖 병을 몸에 얹고 사셨던 분인데 꾸준히 태권도를 하면서 건강을 되찾은 분이다. 이런 분들이 도복을 입고땀 흘리시는 모습만으로도 젊은 세대에게 귀감이 되니 더 없이 감사하다.
도장에 성인들이 없으면 도장이 탄탄해지기가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성인들을 위한 안전한 수련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성인층 수련인구의 감소에 주원인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똑같은 수련방식으로는 성인들을 모을 수가 없다.
심장과 수술 닥터가 태권도를 하다가 손가락이라도 삐면 어찌 되겠는가? 방송인이 잘못 얼굴에 멍이라도 든다면 또 어쩔 것인가? 부모들이 이리저리 뛰다가 발목이라도 삐면 며칠 운전을 못하게 되니 아이들 생활에까지 상당한 지장이 된다.
이처럼 성인들의 직업과 생활은 고려하지 않고 우리 방식으로만 태권도를 지도해선 우리 손으로 성인들을 도장에서 다 몰아내는 것이다. 그러니 성인들이 안전하게수련방식을 개발해 줘야 성인들도 다시 태권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도장에선 어떤 방식으로 성인들을 지도하고 있는지?
성인들은 실질적인 이익에 관심을 가지고 도장에 온다. 건강이든 호신이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도장에 나오는데 그 목적을 충족시켜 줄 때에만 도장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성인 클래스에선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많이 시키고 나서 기본동작 및 발차기를 또박또박 반복시킨다. 발차기를 할 때는 진중하게 한 걸음 한걸음씩을 내딛으며 차근차근 차도록 이끌어 가다보면 어느 순간 우아해진 자신의 동작에 스스로 재미를 알아간다.

그러다가 호흡이 좀 가빠진다 싶으면 공방의 원리, 힘쓰는 원리 등의 설명을 동작 사이마다 곁들이면서 쉬엄쉬엄 가면 좋다.
더불어 간단하면서도 따라 하기 쉬운 실질적인 호신기법을 많이 반복시키는데 그러다 보면 땀이 나면서 다들 기분 좋게 따라온다. 이렇게 안정적인 동작들로 실질적인 공방을 짜서 재미있게 반복 숙달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 준다.
타격훈련에서도 막고 지르기 등의 손 기술들을 발차기와 조합해서 차고 지를 수 있도록 구성한다. 이러다보면 코디네이션과 밸런스가 익혀지고 몸의 탄력도 좋아지면서 체중조절 효과까지 드러나니 당연 태권도를 좋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성인 클래스를 활성화 시키고 싶으면 무엇보다도 도장의 관장이 도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이 먹은 사람들도 용기를 내어 가입을 하고 젊은이들도 그 모습을 본 받아 자연스럽게 수련을 계속 해 나갈 수 있다. 그러니 관장이 도복을 벗는 순간 성인 클래스는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면 된다.
[글. 무카스미디어 = 미국 이정규 통신원 | 태권월드리서치 | masterjung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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