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태권도계 ‘∼카더라’ 통신의 폐해
‘∼카더라’ 통신은 대체로 ‘∼아니면 말고’ 식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의 집행부 교체 시기가 임박해지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오는 29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한 뒤 엘리트와 생활체육 통합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국기원은 오는 5월 하순 (특)국기원 3대 집행부의 이사장과 원장이 취임한다. 행정부원장과 연수원장은 10월까지 임기가 보장되어 있고, 연임 여부에 따라 2019년까지 상근직으로 있을 수 있다.
세계태권도연맹과 태권도진흥재단은 집행부에 큰 변화가 없지만 내부 문제가 맞물려 이런 저런 억측과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다. 대개 특정인을 겨냥한 낭설과 비방이 많지만, 이 같은 풍토는 태권도 제도권과 그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때론 정체불명의 유인물과 괴문서가 나돌아 태권도계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의 ‘괴문서 전문가’ 롯카쿠 히로시(六角弘)에 따르면, 괴문서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분명한 목표물이 있으며,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진다는 것이다. 괴문서가 과거에 비해 신빙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괴문서가 통용되는 세계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불신(不信)과 불통(不通)이 만연해서다.
특히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세간에 떠도는 이른바 ‘…카더라’ 통신은 태권도계를 더욱 혼탁하고 황폐화하고 있다. ‘카더라’는 ‘∼고 하더라’의 경상도 사투리에서 나온 말로 ‘○○가 ∼라고 하더라’ 식으로 정확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거나 그런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트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카더라’ 통신은 대체로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것은 소문을 근거로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의혹을 제기했다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발뺌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특히 저널리즘 세계에서 이러한 ‘카더라’ 식의 보도는 사실만을 보도해야 하는 보도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어서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물론 ‘∼카더라’ 통신 중에는 진실도 있다. 하지만 믿지 못할 정체불명의 소문, 즉 ‘거짓 소문’이 난무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거짓 소문’의 파괴력은 상황에 따라 엄청나다. 개인의 인격모독과 명예훼손은 물론 그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혼란에 빠뜨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폭언이나 근거없는 중상모략 등 언어폭력을 당한 뒤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입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터넷상의 악의적인 댓글(악플)은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태권도계도 예외는 아니다. ‘거짓 소문’으로 피해를 본 태권도인들이 적지 않다. 누가 어디서 무슨 의도로 거짓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상대방과 단체에 대한 음해와 비방, 매도 등이 저변에 깔려 있어 태권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무근의 소문이 재생산되고 확대되는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태권도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심리전문가들은 근거가 없는 거짓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문을 전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소문은 더 멀리 퍼질수록 여러 사람들이 자주 입에 올릴수록 더 큰 믿음을 주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같은 말을 하면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사실인 것처럼 인식된다.
『소문, 나를 괴롭히는 정체불명의 괴물』의 저자 미하엘 셸레는 “거짓소문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확실성에 대한 인간의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문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거짓소문 때문에 편견을 갖게 되어 잘못된 판단을 한 사회 구성원들도 피해자”라고 우려했다.
유언비어와 낭설 등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건강하지 못한 그 사회의 속성 이외에 다양한 네트워킹을 맺고 있는 ‘허브’의 숫자와 정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허브’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허브’들이 우월적 심리가 더해지면 신빙성이 없는 허위 사실과 유언비어가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소문은 세상의 악(惡) 가운데 가장 빠르다. 소문은 움직이면서 강해지고 나아가면서 힘을 얻는다. 처음에는 겁이 많아 왜소하지만 금세 하늘을 찌르고 발로는 땅 위를 걸어도 머리는 구름에 가려져 있다. 밤마다 소문은 어둠을 뚫고 하늘과 대지 사이를 날아다니고 한시도 눈을 감고 달콤한 잠을 자는 일이 없다. 소문은 사실을 전하는 것 못지 않게 조작과 왜곡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태권도계의 이해관계와 역학관계 속에서 사실무근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과 이 같은 소문을 거르지 않고 재생산하는 사람들은 각성해야 한다.

[글.긴급구조 태권도 진행자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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