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구조로 살펴본 현대무도의 문제
허건식(사단법인 대한무도학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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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무술이 그동안 오랜 역사를 지니며, 수련형태와 구조의 다양화를 띤 이면에는 기존 동양문화의 틀속에 한 영역으로서 존재했기 때문이다. 동양문화라는 큰 덩어리로 생각할 때 무술은 동양문화의 구조에 표층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술이라는 덩어리만을 생각할 때는 그 역시 또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동양문화 저변에 깔려있는 사상과 가치관과 같은 내층구조와 더불어 이에 따른 공격과 방어의 운동양식이 있는 기층, 그리고 표층에 들어난 운동형식이 형성되었다.
여기서 국내 수많은 무술들에 대한 기준을 두고, 많은 무술연구가들은 고민해 왔다. 그것은 전통이라는 관점과 정통이라는 관점을 놓고 해석을 시도했다. 하지만 문화적 구조의 틀속에서는 또다른 해석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들이 등장한다.
기존 무술에 있어 문제점은 내층구조라 할 수 있는 철학적 부재다.최근 들어 무술이 의식화 및 세계화의 방향을 표방하면서 그 무술이 지니고 있는 정신과 의식적인 면이 미비할뿐 더러 학문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능 중심의 무술발달만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무술이 지니고 있는 운동기능의 체계가 미흡하다. 이것은 이미 첫번째에 언급했던 철학적 부재로 인한 짜맞추기식 무술의 체계로 구성되어 있고, 무분별한 이론적 체계의 난립이 있다보니, 표층의 무술형식은 난잡하기 이를 때 없다. 검도가 유행하면 각종 검술이 난무하고, 호신술이 유행하면 온갖 호신술이 등장하는 등 표층의 혼란은 수련자들로 하여금 무술의 난잡함과 수련의 딜레마를 겪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무술의 표층현상의 주된 요인은 상업성이 지배적이다.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무술의 원조(?)라고 하는 중국무술역시 소림사의 소림권의 경우를 보면 개방과 더불어 상업성 무술로 전락해 중국정통무술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역시 이러한 표층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업화된 무술로 오늘날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무술에 대해 그 해결점을 찾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군소 전통무예라고 하는 수많은 무술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무예들이 이름만 달리하고 무분별하게 난립한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문화적 구조로 살펴보면 표층구조에서 일어나는 난장판(mess)으로 표현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은 기층과 내층의 구조마저도 어거지식 짜맞춤으로 합리화시키고 있는 무술도 많다. 이러한 해결점에 대해 무술단체들의 병립적 존재보다는 통합적 존재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문제는 해당무술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무술들이 유사한 기술과 유사한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표층구조에 기생하는 신흥무술의 형태는 합기도 아냐?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합기도의 기술에서 변형된 기술로 새로운 무술이름이 등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생겨나기 시작한 검도와 관련된 80여개의 단체들 역시 전통성보다는 신흥 무술의 성격을 띠고 변형에 변형을 거듭해 만들어낸 검술들이다.
한편, 동양무술의 가장 큰 표층변화는 경기화인 스포츠화일 것이다. 이미 스포츠화된 무도를 무술이라 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 최근 무도계에서는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학자들은 무도스포츠 와 수련무도 등으로 어떻게든 구분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역시 모호한 관계로 생각되기는 하나, 문화적 구조에서 표층의 변화라고 본다면 무도스포츠역시 무술의 한부분으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스포츠화된 무도는 또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을 지닌다. 그것은 문화, 개인, 사회라는 구조를 생각했을 때, 스포츠화된 무도는 선수를 필요로 하고, 선수로 구성된 팀이 있게 되며, 경기를 운영하기 위한 규칙들이 만들어진다. 문화, 개인, 사회라는 구조로 보았을 때 선수는 개인이 되며, 사회라는 것은 선수로 구성된 팀으로 개인의 집단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문화는 개인적인 선수들과 그 선수들이 모인 사회를 기반으로 무도스포츠라는 특정한 운동경기를 하게 할 수 있는 규칙들의 총합체에 해당된다. 이런 현상은 스포츠의 규칙과 규범의 내층구조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미 스포츠화된 유도, 검도, 태권도의 특성을 살펴보면, 그 무술이 지닌 표층은 스포츠이지만, 내층과 기층의 구조는 스포츠에서의 경기규칙에 지배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즉 그 무술이 지니고 있는 가치규범과 운동형식은 배제된 채 겨루기식 혹은 격투기식 중심의 경기화를 촉진해 왔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무술이 지니고 있는 운동의 특색과 가치관있는 개체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서구의 스포츠라는 한 양식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질적 무술이 아닌 양적 무도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예법의 중요성, 전통 수련과정의 사장(死藏), 사범과 수련자의 모습 등 이미 스포츠화된 무도는 많은 부분에서 무도성을 상실하고 있다. 심지어 수련도장에서 마저도 경기력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시합을 위한 무술트레이닝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화된 무도는 표층현상에서 가장 진화한 무도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해석의 문제는 앞으로 무도가 스포츠에 지배되는 위험한 해석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스포츠가 무도를 지배하는 구조보다는 무도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무도계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동양의 무술이 서구사회에 올바로 인식되기 위해 세계의 문화와 융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원화된 세계문화속에 동양의 무술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기화된 스포츠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술이 지니고 있는 특색을 살리고, 무술이 지니고 있는 표층의 특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기층구조에 따른 수련적 측면의 무술, 시연적 무술(武劇), 실전을 이용한 겨루기(현, 스포츠화된 무도) 형태 등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며, 다원적인 문화속에 관련있는 영향력을 잘 융합해 표층에서 나타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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