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태권도 "부끄러운 종주국"
일어탁수(一魚濁水).
24일 오전 11시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대한태권도협회 대의원총회를 정확히 표현한 말이다.
이날은 30년 동안 장기 집권한 김운용 회장 사퇴 후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의미있는 날이었다.
구천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과 이윤수 의원(민주당) 등 두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정견발표에 나섰다.
먼저 구후보는 태권도계의 갈등해소를 피력했다. 이어 이후보는 "경선을 관례로 남겨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하겠다"고 크게 외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아름답고 좋은 분위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곧바로 22명의 대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려는 순간 이후보를 지지하는 장모 관장의 "이번 선거는 부정선거"라는 돌출발언이 찬물을 끼얹었다. 이를 제지하는 측과 심한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으로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장관장은 "회장 선거규정이 없는 데다 후보간의 선거운동 기간에도 차이가 있어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며 회의진행을 막았다. 하지만 대한태권도협회 정관(14조)에 보면 회장 및 임원은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에서 뽑는다라고 명시돼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
방청석에서는 이후보가 판세가 불리하니까 억지를 쓴다고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일부 대의원들은 대의원총회의 권위를 내세워 투표를 강행하려고 했으나 장관장 및 이후보 지지세력들이 의장의 의사봉을 빼앗고 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문제는 이러한 회의 방해가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한태권도협회 이사회 역시 일부 세력들이 힘을 앞세워 저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민주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사그리 무시한 채 몸으로 막으면 어쩔 수 없다는 그릇된 생각만 팽배한 것이다.
모든 태권도인들의 가슴에 태권종주국이란 자존심이 살아 숨쉰다. 과연 우리의 국기인 태권도를 수련하는 외국인들 앞에서 이런 말을 떳떳이 할 수 있을까. 회의 끝에 경희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태권도를 통해 예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광경은 너무 부끄럽습니다."
우리 태권도의 자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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