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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F 창설 42년史 첫 ITF와 합동 시범… “우리는 태권도 가족”

WTF 창설 42년史 첫 ITF와 합동 시범… “우리는 태권도 가족”

WTF-ITF 통합 첫걸음… ITF, WTF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청돼 시범공연 펼쳐


WTF와 ITF 양측이 시범공연을 마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과 북이 주도하는 국제 태권도 기구 WTF와 ITF가 통합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12일(현지시각)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이 주최한 ‘2015 첼랴빈스크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총재 장웅, ITF) 임원과 북한 태권도 시범 단원을 포함한 22명이 참가해 눈길을 모았다.

ITF는 북한 시범단원 13명(남자 10, 여자 3)과 체코 2명, 러시아 2명 등 17명으로 구성된 시범단(단장 배능만)이 이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개막식에 20분 동안 ITF의 기본동작과 틀(품새), 호신술, 기술 및 위력 격파 등의 시범을 20분간 선보였다.

이번 WTF 공식 행사에 ITF가 참가한 것은 WTF 창설 42년 만의 처음. ITF 역시도 WTF 행사에 시범단을 파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양 단체 모두 역사적인 통합과 화합의 상징이 될 중요한 역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인웨이브로 절도 넘치는 기본 동작으로 7천 명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큰 경기장의 적막을 깼다. 괴한이 남녀 커플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태권도 유단자가 제압하는 호신술은 관중들의 관심을 사로 잡았다. ITF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힘. 여러 장의 송판과 기왓장을 단숨에 깨트리는 위력격파로 대미를 장식했다.

ITF 시범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WTF 시범이 이어졌다. 시범 공연은 ITF와 상반됐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 그리고 스토리를 곁들어 역동적으로 펼쳐졌다. 특히 한국 단원뿐만 아니라 러시아, 터키 등으로 합동으로 구성해 이번 공연에 섰다. 또 러시아 전통 음악과 국기를 활용해 개막식을 찾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다.

마지막에는 러시아 어린이 시범단원과 WTF-ITF 시범단원이 함께 구령에 맞춰 합동 시범을 펼쳐 태권도는 하나라는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ITF 황호용 수석부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범에 앞서 오후 3시부터 프레스센터에서 양 단체 임원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ITF에서는 황호용 수석부총재, 김승환 사무총장, 조지 비탈리 대변인 등이 WTF에서는 하스 라파티 신임 사무총장, 한국본부 양진방 사무국장, 스위스본부 로제 피아룰리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기대를 모았던 장웅 총재는 불참했다. 이번 방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 참석하지 않은 점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황호용 수석부총재는 장 총재의 불참 이유에 대해 “매우 바빠 이번 대회는 참석하지 못했다”고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답했다.

ITF 수석부총재이면서 기술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9단 고단자인 황호용 수석부총재는 “ITF와 WTF의 뿌리는 하나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오늘 시범을 통해 서로 어떤 기술로 발전해왔는지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ITF 구성은 기본동작과 틀(품새), 맞서기(겨루기), 단련, 호신술로 크게 다섯 가지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WTF와 ITF 두 태권도가 수련과 경기 방식 등 다르지만, 어찌보면 같은 점도 많다”면서 “태권도는 조선의 무술이다. ‘태권도'라는 단어도 우리말이며, 뜻도 발(태, 跆)과 손(권, 拳), 정신수양(도, 道) 모두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문에 대한 소감에 대해서는 “다른 길을 걸어온 양 단체가 통합을 위해 두 단체 총재가 지난 10년 넘게 노력을 기울인 노력이자 결실이다. 향후 협력의 기초가 될 것이다”면서 “이번 시범단 공연은 역시도 태권도가 신뢰하는 길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난징 유스올림픽 기간 양 단체장이 태권도 발전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번 ITF의 WTF 주최 행사에 시범공연은 양 단체의 통합과 화합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난징 유스올림픽 기간 양 단체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함께 한 가운데 태권도 발전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 단체에 소속된 선수들은 서로의 경기 규칙을 준수하면, 양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교차 출전하기로 했다. 특히 IOC가 인정한 태권도 국제경기단체인 WTF에 그동안은 국기원 단증 소지자와 WTF 멤버만 허용이 가능했지만, ITF에 소속된 북한 선수도 기술을 준수하면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가 열렸다.

황 부총재는 또 오는 8월 불가리아에서 열릴 ITF 세계선수권대회에 WTF 시범단을 공식으로 초청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문제는 내가 답할 게 아니고, 앞으로 장웅 총재와 조정원 총재가 합의해서 결정할 문제다”며 조심스럽게 답하면서,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음을 밝혔다.

ITF 내부의 분열로 장웅-최중화-트뢍콴 계로 분리되어 운영되어 것과 관련 ITF 자체의 통합의 노력에 대해 조지 비탈리 대변인(미국)은 “분열로 각자 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통합을 위해 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뢍콴 계열과 특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화합과 통합을 위한 노력은 계속 이뤄질 것이다. 우리 모두 한 가족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온 ITF시범단원이 대회 임원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은 지난 8일 북한에서 고려항공편으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경유해 9일 현지에 도착했다. 도착해서는 별도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오로지 시범 공연 준비만 했다. ITF 일행은 개막식 공연을 마치고 이튿날 새벽에 떠난다.

조정원 총재는 이번 ITF 초청에 대해 “지난해 ITF와 합의된 내용이 실행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태권도가 진정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교류는 일회성이 아닌 점차 확대 될 것이다. WTF와 ITF의 뜻은 세계(W-I) 태권도(T) 패밀리(F)의 뜻을 의미한다. 더불어 IOC 정신에 평화에 기여하는 특별한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무카스미디어 = 러시아 첼랴빈스크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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