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총재, ASOIF 집행위원 '석패' 했으나 ‘강한 인상’ 남겨

28표 중 3차 투표까지 14-14 동수… 사상 초유의 ‘동전 던지기’로 결정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가 하계올림픽 경기단체협의회(ASOIF) 집행위원회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낙선했다.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으나 예상치 못한 선거 방식에 눈 앞에서 집행위원을 놓쳤다. 세 명을 뽑는데 다섯 명이 출마, 두 명은 연임에 도전해 예상대로 재선했고,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선전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동전 던지기’로 져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조정원 총재는 22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ASOIF 총회에서 임기 4년의 집행위원회에 출마했다. 28개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의 국제경기연맹이 속한 단체로 집행위원은 프란체스코 리치 비티 회장(Francesco Ricci Bitti, 국제테니스연맹 회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이 중 임기만료로 공석이 된 3석의 집행위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열렸다.
선거에는 조정원 총재를 비롯한 스위스 출신의 IOC위원이면서 국제농구연맹(FIBA) 사무총장인 패트릭 바우먼(Patrici Baumann), 스페인 여성 IOC위원이면서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 마리솔 카사도 회장(Marisol Casado), 국제하키연맹(FIH) 레안드로 네그레 회장(Leandro Negre, 스페인), 역시 스페인 출신의 IOC위원인 국제카누연맹 호세 페루레나 회장(Jose Perurena) 등 모두 다섯 명이 출마했다.
3석이지만, 이들 후보 중 바우먼 FIBA 사무총장과 카사도 ITU 회장은 임기 4년을 마치고 연임에 나서는 만큼 사실상 재임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결국 세 명이 한 자리를 놓고 겨루는 경쟁이 치열한 투표다. 힘겨운 싸움은 이미 예상됐다. 후보자 중 유일한 동양인이면서 나머지는 유럽이기 때문.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28명 중 유럽이 20, 팬암이 4, 아프리카 2, 아시아가 2명이라 불리했다.

ASOIF 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형 전광판에 조정원 총재가 소개되고 있다.
투표권은 ASOIF 회원인 28개 국제스포츠연맹(IF)에게 있다. 1차 투표에서는 각 IF당 투표용지에 3명을 선택할 수 있다. 선거 방식은 과반수를 득표해야 선출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 3명이 나오지 않으면, 최소 득표자 한 명을 탈락시키고 2차 투표로 이어지는 방식이 채택됐다.
1차 투표에서 예상대로 바우만이 27표로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변은 연임을 전망했던 마리솔 카사도 IOC위원(트라이애슬론)이 11표로 최저 득표로 탈락했다. 이 자리에 네그레 국제하키연맹 회장이 20표를 얻어 선출이 확정됐다. 이어 페루레나 카누연맹 회장이 14표, 조정원 총재가 12표로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2차 투표에서는 3위와 4위를 한 카누연맹 페루레나 회장과 WTF 조정원 총재의 일대일 대결이 펼쳐졌다. 1차 투표와 달리 유권자는 한 명만 선택할 수 있다. 결과는 14대14로 무승부. 결국에 3차 투표로 이어졌지만 역시 14대14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선관위는 이렇게 가다가는 하루 종일 재투표를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것 같다며, ‘동전 던지기’로 선출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두 사람은 어쩔 도리 없이 이를 수용하게 된 것이다. ASOIF 사상 최초의 동전 던지기 였을 뿐만 아니라 어느 선거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조정원 총재는 동전의 ‘앞면’을 페루레나 회장은 ‘뒷면’을 각각 선택했다. 선관위원장이 던진 동전은 ‘뒷면’. 조 총재에게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낙선했지만, 선거 결과를 승복하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조정원 총재(중앙)가 서정강 비서실장(좌)과 로저 피아룰리 프랑스협회장과 회의에 참가했다.
조정원 총재는 <무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참으로 아쉽다. 모두에게 같은 조건이었기에 공정한 선거였다. 애초부터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했다”면서 소회를 밝힌 뒤 “이번 선거는 내게 좋은 경험이 됐다. 앞으로도 태권도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국제 스포츠계에 봉사할 기회가 주어지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스포츠계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는 선거에 첫 출마해 낙선한 조정원 총재는 잃은 것보다 오히려 얻은 게 더 많은 시간이었다. 유럽이 주를 이루는 국제 스포츠계에 과반에 달하는 득표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내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꼴등’을 예상했다. 그럼에도 현역 IOC위원보다 우위의 지지를 얻었다. 오는 7월로 다가온 IF몫의 IOC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ASOIF는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이 위원장에 부임한 뒤 IOC와 대립각을 세우며 사사건건 부딪혔던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스포츠어코드의 전신)의 힘을 빼기 위해 지난 1983년 출범한 단체이다.
앞서 지난 20일 열린 ‘2015 스포츠어코드’ 총회에서 국제유도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마리우스 비저 회장(Marius Vizer)이 인사말에서 IOC의 행정 투명성 결여와 국제경기연맹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서 노골적인 IOC 공격에 이어, 토마스 바하(Thomas Bach) 위원장의 반론으로 IOC와 스포츠어코드 간의 불협화음을 보였다.
이에 ASOIF은 이번 총회에서 IOC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즉각 발표하며, 스포츠어코드와의 결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일부 국제스포츠연맹은 스포츠어코드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SOIF 집행위원 선거에서 IOC 위원들을 더욱 결집시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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