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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태권스타’ 아론 쿡의 수난… 영국, 맨섬 이어 몰도바로

‘비운의 태권스타’ 아론 쿡의 수난… 영국, 맨섬 이어 몰도바로

아론 쿡,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위해 몰도바로 국적 변경


아론 쿡을 스타로 만든 2009 WTF 세계태권도투어


비운의 태권스타 ‘아론 쿡’이 이번에는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꿈의 올림픽 무대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본래 국적이 아닌 다른 나라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제1회 WTF 세계태권도투어’는 전 세계 태권도계에 두고두고 회자될 중요한 대회였다. 2009년까지 총 5회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전설이 된 스티븐 로페즈와 신예 영국의 아론 쿡이 이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아론 쿡은 경기 중반 넘어지면서 왼발로 스티븐의 얼굴을 가격했다. 로페즈는 그대로 녹다운(Knock-down) 됐다. 명실상부한 세계챔피언을 쓰러뜨린 스무 살의 아론 쿡은 패기로 일약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런던 올림픽을 앞둔 2011년 영국대표팀과 불협화음을 낸 것. 당시 아론 쿡은 따로 개인 훈련을 하겠다는 이유로 공식훈련에 불참했다.

그로 인해 아론 쿡은 런던 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 명단에서 제외됐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괘씸죄로 대표팀에서 퇴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랭킹 1위였던 쿡의 자리는 59위인 루탈로 무하메드(Lutalo Muhammad)가 대신 채웠다.

쿡은 지난 2012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세계 1위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나는 절대 이 영국태권도 관계자들과 함께 일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명단 제외에 섭섭함을 피력했다. 이후 그의 섭섭함은 섭섭함 자체를 넘어 국가대표 훈련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다.

끝내 꼬인 실이 풀리지 않자 영국대표팀 선발과정에서 자신을 제외한 데 관련된 책임자들이 사퇴하기 전까지 맨섬(Isle of Man)이라는 국가를 대표해 유럽과 세계선수권에 뛰겠다는 약속을 공표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쿡은 2012년 5월부터 영국 대표로 뛰는 것을 거부한 이래 2013년 2월부터는 맨섬을 대표해 국제 대회를 소화했다.

그리고 올해 초 그가 갑작스레 몰도바 시민권을 얻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몰도바라는 유럽 국가 시민권을 획득하게 된 것. 억만장자이자 몰도바태권도연맹 회장인 이고르 이우제포비치(Igor Iuzefovici)의 자금이 큰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올림픽 출전을 원하는 아론 쿡과 올림픽 메달리스트 배출을 원하는 국가의 상황이 서로 잘 충족된 경우라고 보는 편이 지금까지는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쿡은 지난 1일 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나는 이제 몰도바를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로 새로운 장정에 나서려 한다. 모든 국제 대회를 포함해 가능하다면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임을 스스로 밝힌 것.

지난 1년간 쿡의 대변인과 영국태권도, 영국올림픽위원회 측은 쿡의 향후 거취에 대한 토의를 위해 비교적 자주 회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회동을 통한 별다른 합의점이 도출되고 있지 않던 답답한 상태에서 이번 귀화 소식이 터졌다.


한글로 자신의 이름과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띠를 들고 있다.


갑작스런 소식에 영국올림픽위원회 측은 먼저 그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검토했다. 영국령으로 지정된 맨섬을 대표해 뛰었던 이력이 그가 귀화하는데 걸림돌이 되진 않는지 조사 한 것.

세계적인 태권도 선수이자 유력한 자국 내 올림픽 메달후보였던 그를 한 순간에 다른 나라에 빼앗기게 될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쿡은 페이스북을 통해 “영국태권도 측으로부터 내가 작년 성적과는 상관없이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대표선수로 뽑히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영국대표팀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함께 복귀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영국태권도 측은 이후 전혀 그런 얘기를 한 사실이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그야말로 깊어질 대로 깊어진 두 주체 사이, 골의 단면이 드러났다고 하면 맞겠다.

영국태권도 측은 마스태권도(MasTKD)와 인터뷰에서 현 상황과 관련해 “우리는 쿡으로부터 국적변경 요청서만을 받은 상태이다”라고 밝히는 한편 “쿡은 또 다른 국가를 위해 2016 리우 올림픽 준비를 마친 상태인 것 같다”며 한때나마 자국 선수였던 쿡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다. 관련자들과 신중하게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쿡의 귀화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에둘러 마무리 지었다.

관련해 몰도바태권도연맹 제메랄로 알티옴(Ghemeralo Artiom) 사무총장은 <무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에 대한 어떤 말도 현 상태로선 해줄 수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도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접촉은 가능한 피하려고 한다”고 벌써부터 선수보호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쿡은 당장에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2015 유러피안 선수권을 앞두고 있다. 4월 현재 -80kg 웰터급 세계랭킹 2위(세계랭킹점수 278.46점)인 그에게 있어 세계랭킹점수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가 과연 몰도바를 대표해 대회를 치를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 가지 사실이 눈길을 끈다.

귀화와 관련한 올림픽 규정이다. 규정에 따르면 선수는 옛 소속 국가를 대표한 지 3년 이상이 지나면 국적을 바꿀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2012년 5월부터 영국 대표팀을 떠난 쿡은 당장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2015 유러피안 선수권에 다른 국가 소속으로 뛸 수 있게 되는 것. 명시된 3년이 바로 올해이기 때문이다.

2014 WTF 갈라에 정장을 차려 입고 참석한 아론 쿡


2015 유러피안 선수권은 유럽올림픽위원회에 의해 주최됨과 동시에 이번 주 참가선수명단이 나오기 때문에 쿡은 몰도바나 영국 중 최종적으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귀화를 한 현재와 당장 내년에 다음 올림픽이 열리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했을 때 몰도바를 제외한 이외의 결정이 쿡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갖가지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아론 쿡. 겪은 고초만큼 성숙해진다던가. 앞으로의 그의 경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그는 과연 2016 리우올림픽에 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토록 원하고 원하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무카스미디어 = 정길수 수습기자 ㅣ press01@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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