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 일등공신 조정원 총재 '금의환향'

21년 만에 큰 성과…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집권 후 최대 성과

WTF 조정원 총재가 패럴림픽 채택에 성공 후 장기 출장을 마치고 입국해 마중객과 기념촬영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가 장기 출장을 마치고 입국했다. 여느 때와 달리 공항에는 WTF 최창신 상임고문과 박정애 총괄 사무차장을 비롯한 임직원 그리고 WTF시범단원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 환대했다.
생각지도 못한 마중에 당황한 조 총재는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태권도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에 채택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결과 발표 후 세계 각국의 협회와 장애인 선수들이 고맙다는 전화와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우리가 열심히 한 것이 보람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에 더욱 기쁘다”고 뒤늦은 소감을 밝혔다.
한국시각으로 지난달 31일 저녁.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카타르 도하에 국제핸드볼연맹의 초청을 받아 출장 중이었다. 세계핸드볼선수권대회에 공식 초대된 것. 그러나 조 총재의 온 신경은 아부다비를 향했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의 결과를 기다린 것이다.
마침내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태권도가 2020 도쿄 장애인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는 결과를 전해 들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태권도와 함께 후보종목으로 선택된 배드민턴은 지난 10월 우선 선정된 16종목에 포함됐다. 그리고 이번 총회에서 애초 총 23종목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2개 종목만 선택한다고 하여 신규 진입 후보종목인 태권도로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날 조 총재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결과를 기다렸다. 결국에 노력의 결실을 보았다. 1994년 파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태권도가 첫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경사다. 조정원 총재는 즉각 IPC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세계 태권도인에게 기쁨을 전했다.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되기까지…

지난 2014 모스크바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서 승리한 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2020년 8월 25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리는 2020년 도쿄 장애인올림픽에는 최대 23개 종목이 포함한다. 그러나 IPC는 필요하다고 판단 시 정식 종목의 수를 줄일 수 있는 선택권(option)을 가지고 있다.IPC는 지난 2014년 10월 7일 집행위원회에서 16개 종목을 우선 선정 발표했으며, 이들 16개 종목은 육상, 양궁, 배드민턴, 보치아(boccia), 승마, 골볼(goalball), 파워리프팅(powerlifting), 조정, 사격, 좌식 배구(sitting volleyball), 수영, 탁구, 철인3종, 휠체어 농구, 휠체어 럭비, 휠체어 테니스 등을 확정했다.
선택에서 제외된 카누, 사이클, 5인제 축구(football 5-a-side), 7인제 축구, 유도, 태권도, 요트(sailing), 휠체어 펜싱 등 8개 종목은 마지막 경쟁에 돌입했다. 최소한 한 종목은 선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태권도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이미 2016 리우 패럴림픽 정식종목. 태권도로서는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게다가 22개 종목만 선택하는데, 2종목이 제외되는 상황에 놓였다. 더욱 어려운 과정 속에 태권도가 신규 종목으로 채택됐다. 반면에 기존 정식종목인 축구와 요트가 제외됐다.
이로써 태권도는 영연방 경기대회인 커먼웰스게임을 제외하고, 올림픽과 패럴림픽, 아시안게임을 포함한 5개 대륙 종합경기대회, 유니버시아드 등 모든 주요 국제종합대회에 포함되는 종목으로 거듭나게 됐다.
장애인올림픽 재수 성공, 2010년에 첫 도전 실패… 4년간의 끊임없이 재도전

조정원 총재가 지적장애 품새선수와 함께하고 있다.
이번 태권도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에 가장 큰 공은 WTF 조정원 총재에게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왜냐면 WTF 취임 후부터 줄곧 태권도의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의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이를 이행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기 때문이다.
태권도 세계화를 이끈 김운용 총재에 이어 2004년 WTF의 역사상 두 번째 수장에 오른 조정원 총재는 지난 2013년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총회에서 4선에 성공하면서 세계 태권도의 지지층을 더욱 탄탄하게 하고 있다.
11년 차를 맞은 조정원 총재는 취임 후로 매년 절반은 외국 생활을 이어왔다. 처음에는 태권도를 올림픽을 지키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았다. 국제 스포츠계에 ‘신성’이었기에 얼굴을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이어 올림픽 태권도를 지키기 위한 전방위적인 로비를 직접 몸으로 뛰었다. 실제로 변화와 개혁은 중단 없이 실천되었다. 취임 후 두 차례의 올림픽은 심판판정과 관련 경기 중단과 판정번복, 선수의 심판 폭행 등 대형 사고를 겪었다. 마침내 2012 런던 올림픽은 다른 종목과 비교해서도 매우 성공적으로 경기를 치렀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개혁’을 꺼내 들었다. 올림픽 스포츠로 태권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와 개혁이 반드시 필요해서였다. 심판판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교육을 강화했고, 결국에 전자호구와 비디오판독을 도입했다. 재미없는 태권도를 박진감과 흥미를 높여주기 위해 경기 룰을 개정했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올림픽 사수를 위한 수비수에서 패럴림픽 진입을 위해 공격수 전환

조정원 총재가 11일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취임 후로 줄곧 공격적인 행보를 해왔지만, 실제로 그의 역할은 축구로 따지자면 수비수 역할이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태권도 지키는 게 큰 사명이었기 때문이었다.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퇴출당하면, 그 순간 전 세계 206개국에서 태권도를 절반 이상 그만둘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가 공격수로 포지션을 옮겨 강력히 추진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태권도의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다. 취임 초부터 태권도는 모든 이의 무도 스포츠로 거듭나야 한다며 장애인 태권도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꿈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선천성 장애인과 전쟁과 사고로 장애를 입은 전 세계에 여러 장애인에게 태권도를 통해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겨준다는 각오로 뛰어왔다. 이를 위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다른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를 비롯한 지적장애, 시각장애, 휠체어 및 절단 장애, 농아 등 국제 장애인 단체들과 개별 접촉해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행보에 WTF 주요 임원은 물론 사무국 직원들조차 무도한 도전이라고 여겼다. 총재가 너무 적극적으로 뛰는 바람에 하는 난감해하는 스태프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비장애인 대회와 비교해서 장애인선수권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큰 온도차이가 났다.
양진방 기술위원장은 “솔직히 이번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거라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운으로 된 것은 전혀 아니다. 오로지 조정원 총재가 뚝심으로 밀고, 한결같이 채택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태권도로써는 대단한 큰 성과다. 태권도계에서 모두 자축할 일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장애인대회 한 번 개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대회라고는 하지만 개최 희망국이 없고, 스폰서도 붙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그게 현실이다. 조 총재는 자존심을 버리고 회원국에 도움을 청했다. 태권도의 먼 미래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렇게 한두 나라가 십여 나라로 확대돼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1%의 기적은 이제부터 시작

선수단이 너나할 것 없이 경기장으로 뛰어나가 신나는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지난 2009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역사에 남을 제1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가 창설됐다. 이 대회를 만든 목적은 장애인올림픽을 가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그리고 2010년 IPC에 2016 리우 패럴림픽 정식종목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당연한 결과다. 역사도 짧고, 올림픽 무대에 올릴 준비가 안 됐다.
그리고 이듬해 러시아 생피터스버그, 2012년 아루바 산타크루즈, 2013 스위스 로잔, 201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대회를 이어갔다. 지난해 모스크바 대회는 역대 어느 대회보다 중요했다. 그 해 10월 IPC의 정식종목 채택 총회를 앞두고 열린 대회여서다. 개최지 러시아는 역대 최고 규모의 대회를 성황리에 치렀다.
이 대회 개막식 공연은 그동안 여러 국제대회에 볼 수 없었던 매우 특이한 관경이 연출됐다. 신 나는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자 선수단이 경기장으로 몰려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댄스 대결까지 벌어질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들의 표정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이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조정원 총재는 당시 기자에게 “저기 보이느냐. 저들의 행복한 모습을. 저 중에는 어려서 장애를 가진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고, 또는 불의의 사고로 아픔의 시간을 가졌다. 한때 삶을 포기하려던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행복해하고, 뭔가 큰 꿈을 갖게 하는게 태권도의 힘이다. 그러니 어서 태권도가 패럴림픽에 정식종목이 되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전 세계 태권도 인구에 장애인태권도 인구는 1%도 채 안 된다. 그러나 이제 그 수치는 점점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가 정식종목 채택을 계기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절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청각, 시각, 지적장애 장애인 등에 이르기까지 태권도 수련 참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적장애인 태권도 선수의 품새 시연
장애인 태권도 선수들의 꿈은 태권도의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이다. 한국의 유일한 절단 장애 태권도 국가대표인 한국현 선수는 태권도의 패럴림픽 진입이 확정되자 자신의 SNS에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 눈물 나는 감동. 장애를 입은 지 벌써 17년. 꿈에 그리던 꿈이 현실이 되었다”고 감격해 했다.
지난 해 세계대회에서 몽골은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들은 2012 아루바 세계선수권을 출전하기 위해 비행기 네 번을 경유해 사흘 만에 도착했다. 비행기 값을 줄이기 위한 것. 지난해 모스크바 대회를 위해서는 닷새 동안 기차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일반인도 체력적으로 힘든 여정인데 오자마자 대회를 치르고 곧바로 닷새간 또 귀국했다.
우크라이나 장애인 태권도 선수 비카 마르축. 그는 선천성 고아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고아원에서 자랐다. 말도 없고, 대인기피증이 있었다. 그러나 태권도를 시작한 후로 달라졌다.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했는데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재능을 발견했다. 게다가 세계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잡으면서 큰 꿈이 생겼다.
2012 아루바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해 첫 우승을 차지하는데 이어 2013 스위스 로잔, 2014 러시아 모스크바 대회에서 연달아 정상을 지키며 3연패를 달성했다. 태권도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던 비카는 “태권도가 패럴림픽에 정식종목이 되어 꼭 성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자신처럼 삶은 포기했던 세계 여러 나라의 장애인들에게 태권도는 큰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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