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학위 붙인 태권도장명,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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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간판주의' 태권도계 병리현상 부추겨
동문도장-학위표기, 도장경영 마케팅 일환 속 갈수록 횡행
'학벌간판주의' 영리추구 산물, 태권도계 배타적 박탈감 조장
동문-학벌 의지하며 자기계발 게을리하는 지도자들 자각해야
[사례 1] 2013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 출신이 아니면서도 △△대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허위광고 해 수련생을 모집한 서울 A태권도장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부당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현혹해 수련새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A도장은 사업장 게시물이나 차량에 '△△대 석사 A태권도', '용인대 대학원 동문도장'등의 광고를 게재했다. A도장에는 △△대 석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없었다.
[사례 2] 2012년 11월, 경기지역 일부 태권도장이 태권도로 유명한 대학명칭을 도용해 학부모들을 속여 가며 수련생들을 모집하다 발각됐다. 일부 도장은 4년 과정의 학부를 졸업한 것이 아니라 학점은행제 또는 최고위태권도지도자과정을 수료한 뒤 마치 그 대학의 학부를 정상적으로 졸업한 것처럼 행세했다.
이러한 실상은 전국적으로 횡행하고 있다. 2014년 11월 현재, 대한태권도협회(KTA)에 가입한 등록(회원)도장은 약 9,400개소. 여기에 미등록도장을 합치면 국내에는 1만 2천 여 개소의 태권도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 대학명칭을 도장명 앞에 붙인 이른바 ‘△△대 동문도장’은 3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각 대학 태권도학과, 특히 수도권 대학의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도장에 ‘△△대 동문도장’이라고 표기한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을 지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우리나라 도장계에 만연되어 있는 ‘△△대 동문도장’ 현상은 태권도계의 병리현상 중 하나다.
태권도 관련 행사나 대회가 열리는 장소의 주차장에 늘어서 있는 각 대학 동문 도장의 차량을 보면 머리가 어지럽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석사-박사취득 도장’이라고 적혀 있는 차량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각종 홍보문구가 너저분하게 적혀 있는 도장 차량은 흡사 나이트클럽 홍보차량을 연상케 할 정도다.
한편으론 이해도 간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지배 사회에서, 또 ‘돈 많이 버세요’가 덕담이 된 세상에서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간판’과 ‘학위’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두고 무조건 손가락질을 할 수도 없다. 막스 베버가 정의한 자본주의 개념은 잘 몰라도 지금은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경제적 자유방임주의(신자유주의)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 즉 동문도장과 학위를 표기한 태권도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고 있고, 돈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회라 할지라도 잘못된 풍조와 세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앞에서 거론한 ‘대학 동문도장’과 ‘학위를 표기한 도장’도 바로 여기에 속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1990년대 말부터 유행처럼 확산된 ‘대학동문도장’은 이제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도장을 개관하면 으레 ‘△△대 동문도장’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인식되고 있다. 도장 명칭 앞에 대학교를 표기하지 않으면 뭔가 불경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동문도장 차량은 넘쳐나고 있다.
[◀ 사진설명 : Y대 태권도학과를 졸업했다며 도장 차량에 이를 표기한 지도자의 허위사실이 들통하자 '태권도학과'를 덧씌워 가린 모습. 2008년 충남에서 포착한 사진이다.]현실이 이렇다 보니 각종 폐단도 발생하고 있다. 태권도학과를 졸업하지 않았는데, 마치 그 대학의 태권도학과를 졸업한 동문인 양 ‘동문도장’을 표기하는가 하면, 사회교육원 또는 최고위 연수과정(1년)을 이수하고 동문처럼 행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를 취득하고 나서 ‘△△대 대학원 동문도장’이라고 표기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이 뿐인가. 소위 학벌이 좋은 대학들은 장삿속으로 태권도 최고위 연수과정을 개설해 이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은 ‘△△대 최고위과정 동문도장’이라며 도장을 홍보하고 다닌다. 이러한 실태를 보고 있으면 ‘나, 이런 대학에서 태권도 전공했소!’라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천박한 학벌 간판주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횡행하는 것일까? 그 까닭을 ‘학벌 간판주의=도장홍보=이윤추구’에서 찾을 수 있다. ‘학벌’은 어느 학교 출신이냐에 따라서 사회적 신분 및 위상이 결정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마치 신라시대에 성골과 진골이, 고려시대에 문벌귀족이 있었던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학벌이 ‘파워 엘리트층’을 구축하고 있다. 태권도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특정 대학의 태권도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한국 태권도계의 파워엘리트층을 형성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대학의 태권도학과 동문이라는 것 자체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부여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 주고 마케팅 홍보수단이 되고 있다.
이처럼 특정 대학의 태권도학과를 졸업했다는 것은 태권도계에서 일정한 질량과 외연을 가지고 활동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강고한 카르텔은 ‘학연(學緣)'으로 이어져, 동문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다른 대학의 동문들을 적대시하는 상쟁(相爭)의 폐쇄적인 구조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동문회의 역기능이다. ‘대학동문도장’ 표기도 동문회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 측면이 더 많이 반영됐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또 동문도장의 본래 의미도 갈수록 퇴색해 주위 사람들에게 심리적 위압감과 박탈감을 주고 태권도계의 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배타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번쩍이는 것은 다 금이 아니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겉모양, 즉 외모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외모’는 얼굴 생김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학벌과 간판도 외모에 속한다. 수도권의 유명한 태권도학과를 졸업하지 못했어도 태권도를 잘 가르치는 지도자는 얼마든지 있다. 또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나, 이 대학을 나왔고 석-박사를 취득했소’라며 호들갑을 떨지 않는 지도자들도 많다. 간판을 내세우기보다 어떻게 태권도를 가르칠 것인지 지도철학과 경영마인드를 터득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존경스럽다.
이제 일선 태권도계도 학벌과 간판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그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또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는 이유로 호들갑을 떨며, 이것을 도장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태권도 간판주의’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특히 지나치게 학벌과 간판에 의지하면서 자기계발을 게을리하는 일선 지도자들이 있다면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여기서 제안한다.
자신의 소신과 지도 철학을 담은 도장명을 지어보자. 대학-학위표기 도장명 풍조에서 탈피해 보자. 경남 거제에 가면 색다른 도장명이 있다. ‘소나무향기 태권도장’. 정종수 관장은 도장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입니다. 사계절 변하지 않고 꿋꿋하며 은은한 향기가 배어 있는 강인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술이자 스포츠로 소나무와 비슷한 것이 많습니다. 이런 의미를 수련생들에게 전해 주고 나도 늘 푸른 소나무처럼 강인하고 향기가 나는 지도자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고구려태권도장, 꿈나무태권도장, 광개토태권도장, 한아름태권도장, 태권마루도장, 까치태권도장…. 이와 같은 도장명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글. 무카스미디어 객원 칼럼리스트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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