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소녀 유세빈… 꿈만 같은 세계선수권 2관왕 달성

제9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청소년 페어에 이어 개인전까지 석권

복식과 개인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유세빈
허약한 몸을 단련하기 위해 태권도를 시작한 유세빈이 세계 태권도 정상에 섰다. 그것도 두 번이나. 욕심 없이 도전했던 게 좋은 성적을 낳았다.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도 세계선수권 2관왕 한 것도 아직은 꿈만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수련하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제대로 태권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두 딸을 가진 부모도 둘째 유세빈이 태권도 품새 선수를 희망하자 두말 않고 지원에 나섰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고강도 훈련에 매일같이 울며 그만둘까도 여러 번. 그때마다 부모님이 이왕에 시작한 거 결실을 맺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라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줬다. 그때 포기했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유세빈(서울아이티고, 2년)은 지난 달 30일부터 나흘간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제9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첫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청소년부 남녀 복식에 이어 개인전까지 모두 휩쓸며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최근 세계품새선수권에서 주니어부는 계속해 우승을 놓쳤다. 그래서 유세빈도 국가대표가 된 것에 만족하며 금메달의 욕심을 크게 내지 않았다. 마음을 비워서일까. 낯선 국제무대에서 떨려 실수를 할 만한데 오히려 연습 때처럼 경기가 쉽게 잘 됐다.
특히 복식은 대회 출전을 짧은 시간 호흡을 맞춘 게 전부. 개인전 우승이 목표이기에 함께 금메달을 딴 조정현(서울아이티고, 2년)과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우리 즐기면서 하자”고 대회에 나섰다고 말했다.

결승전 경연 장면
이튿날 개인전에서도 결승에서 대만의 히아오 치 후왕을 꺾고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장 큰 소득은 메달보다 평소 금강품새 회전동작에서 중심을 잃는 실수에 대한 트라우마를 깨트린 것이다.
“발차기가 있는 품새는 자신 있다. 오히려 발차기가 없는 품새가 내게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 중에 금강 품새 중 회전하는 동작이 있는데 그게 가장 어렵다. 늘 그래서 하기 전에 무섭다. 그런데 이번에 그 두려움이 사라졌다. 큰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었나보다”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는 “여기가 고지대라고 하더니 품새를 한 번하고 나면 숨이 막히고 머리가 띵했다. 중간에 힘들어 울었다. 평소에는 품새를 여러 번 해도 힘든 적이 없었는데, 다른 환경에서 대회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대회 2관왕을 한 소감을 묻자 “꿈만 같다. 사실 금메달은 기대도 안했다. 첫 국제대회라 낯설었지만 즐거웠다. 그래서 불필요한 긴장과 힘이 들어가지 않아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며 “평소 이춘우 단장님의 각별한 지도아래서 많이 성장했는데 대회장까지 오셔서 중요한 순간 조언을 해주셔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교 1학년 때 제대로 품새를 하기 위해 품새부가 있는 서울 아이티고로 전학을 했다. 다른 경쟁 선수들 틈에서 수련하다보니 실력이 급성장했다. 그 덕에 올해만 전국대회 금메달만 9개를 획득하고, 국가대표 자격까지 얻게 됐다.

2관왕이 확정된 가운데 상대였던 대만팀 선수와 우정을 다지고 있다.
첫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성장의 기회를 얻었다. 연령별로 세계를 호령하는 최고의 선수들에게 대표팀 훈련 때부터 대회 현장에서까지 세심하게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점과 부족함을 준비 기간 여러 선배 선수들에게 특별 지도를 받은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평소에 좋아하는 선수로는 경희대 김한별 선수(WTF시범단)를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품새를 한다”며 “선수들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한별 언니는 힘으로 스피드를 내는데 그게 멋있다. 그래서 나도 그 스타일로 품새를 한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직접 본 소감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이렇게 잘할 거라고는 상사도 못했다. 큰 키에 동작도 크고, 큰 힘이 느껴져 더욱 멋져 보인다. 금강품새에서 학다리서기 중 국내 선수들은 많은 실수를 하는데 오히려 중심을 잘 잡더라. 그게 참 신기했다”고 견해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내가 원해 시작했는데 도중에 너무 힘들어 그만둔다고 여러 번 때를 썼다. 그때마다 부모님이 따뜻하게 격려해줬다. 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태권도를 안 했을 것이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유세빈의 목표는 내년에도 국가대표에 선발돼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것이다. 장차 미래에 대한 꿈은 외국에 진출해 다양한 경험과 지도자 생활 그리고 국내로 돌아와 대학 강단에 서는 것. 그 꿈을 향해 지금부터 더 열심히 수련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무카스미디어 =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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