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른 편파판정… 학부모 청탁으로 시작된 ‘승부조작’

해당 경기 주심 ㅊ씨 “5번째와 7번째 경고는 주지 않아도 될 상황” 자백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승부조작 혐의 등을 수사해 온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제시한 증거자료
웬만해서는 태권도로 관심이 없는 대한민국 사회가 지난해 5월은 큰 이슈였다. 태권도 선수를 둔 학부모가 자식의 태권도 경기가 편파판정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국내 스포츠계에 만연된 판정비리와 각종 부정부패에 이르는 체육계 사정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1년하고 4개월이 흐른 지금. 당시 자살을 불렀던 경기가 승부조작에 의한 편파판정이었음이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자살을 선택한 학부모의 상대 학부모가 그 자식의 대학입학을 위해 해당 시도협회 임원에게 청탁해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이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오전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 2013년 5월 28일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의 편파판정에 항의하며 자살한 전 모씨(47, 태권도관장) 사건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 결과를 밝혔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태권도협회가 그동안 조직사유화를 통해 내부규정을 위반해 임원 40여명에게 협회비 11억 원을 부당지급 한 임윤택 전 회장을 비롯한 11명을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시합 전에 상대편 학부모의 청탁을 받은 서울시태권도협회 김모 전무이사(45)가 심판위원장 ㄴ모(47)씨를 통해 승부를 조작케 한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전무이사 김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판위원장 ㄴ씨, 학부모 ㅊ씨(대학 태권도학과 교수, 49) 등 6명을 불구속 했다.
이날 경찰청에는 승부조작 피해자면서 아버지를 잃은 전모군(18)이 나와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늦었지만 경찰조사를 통해 (승부조작이) 사실이 밝혀져 다행이다”면서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 운동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심리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경찰은 문제가 터진지 한 참 후인 올해 초 비리혐의 첩보로 내사에 착수, 3월 협회 사무국과 협회 수뇌부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장부와 문건 등을 확보했다. 승부조작에 대한 혐의를 입증시키기 위해 여러 증인과 참고인 조사 그리고 다양한 태권도 전문가들까지 만나 혐의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피의자인 당시 주심 ㅊ씨가 문제의 시합 당일 심판부위원장으로부터 구두 지시를 받고 불필요한 경고를 남발했다고 자백해 혐의가 밝혀졌다.

경찰이 밝힌 승부조작 체계도
경찰이 밝힌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인 학부모 ㅊ씨는 자신의 아들을 특기자로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메달이 필요했다. 이를 자신의 중.고.대학 후배 D중학교 ㅅ씨 감독에게 부탁을 했다. ㅅ씨는 고교 동문인 서울시협회 김모 전무이사에게 청탁을 하게 된다. 이에 김 전무이사는 ㄱ모 기술심의의장(62)을 비롯한 ㄴ모 심판위원장(49세), 주심 ㅊ씨(47)에게 승부조작을 지시한다. 시합 당일 심판부위위원장은 주심 ㅊ씨를 불러 ‘ㄷ고교 핀급’이라는 구두 지시를 내린다. 주심 ㅊ씨는 경고 8개 중 5번째와 7번째는 주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고 자백했다.
당시 문제가 터졌을 당시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주심의 경기운영 미숙은 인정되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발표한 뒤 해당 주심만 서울시협회 상임심판에서 제명하고, 나머지 관련 위원장 등은 보직사표 처리로 종결했다.
태권도 승부조작과 관련 사법부의 입건은 2001년 이후 13년 만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승부조작을 둘러싼 잡음은 있었지만 형사사건으로 입건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13년 전 그 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승부조작 혐의로 벌금 1천5백만 원에 추징금 2천2백만 원을 선고받은 임윤택 당시 전무이사는 이번 사건이 벌어진 서울시태권도협회장이다.
수사는 승부조작 혐의뿐만 아니라, 서울시태권도협회 임윤택 전 회장의 조직사유화를 비롯해 비상식적인 운영과 부정확한 회계 관리, 심판 운영의 편파성 등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확대했다.
임윤택 회장이 친•인척과 제자 등을 이사와 대의원에 심어 예산을 지원하면서 조직을 사유화 했다고 경찰을 밝혔다. 장기간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예산을 과다집행하면서 이사회나 총회 의결을 거치는 형식을 취하며, 방만 운영해 왔으나 이에 대한 관리감독과 상위단체의 감사가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사에 핵심으로 제기된 임윤택 회장은 우선 불구속 입건됐다. 이와 관련 경찰청 측은 “아직 수사가 끝난 게 아니다. 계속 진행 중이다. 더 큰 혐의를 입증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니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줬으면 한다”며 “이번 수사결과를 문화체육관광부에도 통보해 서울시태권도협회뿐만 아니라 다른 체육단체들도 제도가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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