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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때문에 손목 잃은 한국현… 월드태권도 챔피언 도전

태권도 때문에 손목 잃은 한국현… 월드태권도 챔피언 도전

# 한국 유일의 절단장애 태권도 선수가 되기까지

한국현(한국)이 WTF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에 태권도 종주국 한국선수로 유일하게 참가한 한국현 선수. 고교시절 사고로 왼쪽 손목을 잃었지만 태권도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21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제5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을 앞둔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최정상에 오르는 게 꿈이다.

올해 서른여섯 살. 열한 살과 세 살배기 사내 둘을 가진 한 가정의 가장이다. 스무 살부터 태권도 사범을 시작해 지난 3년 전에 경기도 평택에 작은 태권도장을 운영 중이다. 수련생이 많고 적음을 떠나 남부럽지 않은 도장의 관장이라는 점이 그의 자랑이자 큰 힘이다.

그는 국내 유일의 절단장애 태권도 선수다. 2009년 창설한 제1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하고 이듬해 설욕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장애인체육회와 국내 태권도 단체의 무관심으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해도 여러 단체에 문을 두드렸다. 커다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마침내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에서 한국현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후원자를 연결해 주었다. 영천태권도협회 이종우 회장(영천제약 대표이사)이 일면식도 없는 이 선수를 대가 없이 돕기로 한 것이다.

꿈에 그리던 세계장애인선수권 챔피언을 재도전하게 된 한국현은 “태권도가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닌 탓에 선수로서 꿈을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협회에서 어쩌면 좋은 소식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 반신반의 했는데, 이번 대회 출전을 지원해줄 분이 생겨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현지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한국현 선수 얼굴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지금껏 자신을 위해 격려하고 도움을 준 여러 사람들에게 답례를 하고픈 마음이다.
# 태권도 때문에 손을 잃었지만, 태권도로 새 꿈을 찾아

한국현이 기자회견에서 장애를 갖게 된 사연을 말하고 있다.


한국현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태권도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엘리트 선수로 고등학교 때까지 진학한다. 그런데 가정의 불화로 동두천에서 오산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이때부터 가정형편까지 악화되면서 운동을 계속하기 어려워졌다. 사실상 운동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태권도를 계속하고 싶었던 한국현은 돈을 벌기 위해 벽지공장에 아르바이트 시작했다. 꿈이 있었기에 공부와 병행하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사고가 터지고야 말았다. 벽지를 펴는 롤러를 닦는 작업을 하다 손이 기계에 빨려 들어간 것.

이때 손과 팔목 뼈가 으스러졌다.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심한 출혈과 큰 충격으로 손목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의수가 닿는 부위에 상처가 심하게 생겨 상처가 아물지 않아 피부이식 수술까지 해야 했다.

1년여 동안 여러 차례 수술과 재활치료가 이어졌다. 유급하지 않기 위해 병원에서 퇴원하면 학교를 빠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손을 잃은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과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태권도를 위해 일을 했고, 그 과정에서 손을 잃은 그는 태권도를 평생의 업을 삼기로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는 사범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상 무급으로 일했다. 이용을 당한 것. 그러나 아는 선배의 도움으로 새로운 곳에 보금자리를 얻는다. 성실하게 태권도 지도자로 생활한 덕에 지난 3년 전 자신이 사범으로 일한 곳을 인수해 어엿한 관장님이 되었다.
#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채택 또한 나의 꿈

한국현이 금메달을 희망하는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10월 또는 내년 3월 중에 열릴 예정인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태권도는 2020 도쿄 패럴림픽 정식종목 여부가 가려진다. 한국현 또한 태권도가 반드시 패럴림픽 정식종목이 되길 간절히 희망하고 또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현은 “2020년 패럴림픽 정식종목 후보로 태권도가 되었다고 소식을 들었다. 채택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만약 태권도가 정식종목이 되면 나를 비롯한 여러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대회 출전을 비롯한 경제적 지원과 훈련에 전념할 환경이 제공되기 때문이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지난 1회 대회 출전 경험을 가진 한국현은 이번 5회 대회에 출전한 소감을 묻자 “1회 대회와 비교해 굉장히 발전한 것을 확인했다. 출전국가도 그렇고 선수들도 크게 늘었다. 그간의 노력의 흔적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때는 처음이라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운동에 소실이 있던 한국현은 2002 부산 장애인아시안게임에 100미터단거리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국가대항 대전에 경험을 가진 그는 종목은 다르지만 대표적인 장애인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육상경기 경험으로 이번 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를 비교했다.

그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전에 없었던 의무분류와 오픈등급 체크. 의무분류는 전 세계에서 초청한 10명의 의사가 출전 선수 개개인을 20여 분간 면담을 통해 장애등급, 운동능력, 균형감각, 체중 등을 체크해 출전 등급과 체급을 결정한다.

이에 대해 한국현은 “의무분류와 오픈등급은 내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출전 때 경험한 것과 거의 똑같았다. 선수 경기력을 모른 상태에서 장애의 중증정도와 체급, 운동능력을 면밀하게 체크해 선수들의 대결을 형평성 있게 조치를 마련한 기본요건이다. 장애인대회는 이러한 디테일이 기본요건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국현(중앙)이 이종우 단장(좌)과 신현무 감독(우)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현에게 세계챔피언에 도전하도록 후원을 자처한 이종우 단장은 “운동을 하고 싶은데 형편이 좋지 않아 그 꿈을 포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는 분의 소개로 두말하지 않고 후원하기로 했다. 한국현 선수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길 바라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에게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한국현의 월드챔피언 도전을 뒷받침에 나선 신현무 감독(수원시장애인태권도협회장) 역시 “한국현 선수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자기관리를 하면서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좋은 결과를 통해 더 많은 절단장애 선수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 국내 장애인 태권도활성화에 기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월드챔피언을 위해 달려온 한국현의 꿈이 이뤄질지 기대가 된다.

[무카스미디어 = 모스크바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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