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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와 변명 필요 없는 악습 ‘메달값’… 사라져야

이유와 변명 필요 없는 악습 ‘메달값’… 사라져야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긴급구조 태권도 방송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면 실명폭로 할 것


기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십수 년 엘리트 태권도 겨루기 선수생활을 했다. 누구보다 태권도계에서 일어난 일이나 관행은 잘 알 것으로 생각했는데,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에 그리고 이후 태권도 전문기자로 활동한 상당한 시간 동안 태권도계의 악습 하나를 모르고 있던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메달값’이다.

‘메달값’이 뭘까. 그냥 단어만 보자면, 메달 가격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메달값’이란, 선수가 전국규모 대회에서 실력으로 입상해 메달을 따면 이후에 학부모가 그 해당 코치•감독에게 성적에 걸맞은 사례를 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상납’이다.

이와 관련, 취재를 위해 선수와 지도자 몇 사람에게 묻자 일부는 ‘시치미’를 뗐다. 메달값에 대해 잘 알 만한 사람을 상대했으나 “처음 들어본다”며 오히려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떨림이 컸다. 어떤 의미있까.

비교적 메달값이 자유로운 은퇴선수, 대학•실업팀 지도자들은 ‘뭘 새삼스럽게’라는 반응을 보였다. 갈수록 메달값 시세가 오르고, 보편화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보다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

어렵고 힘들게 훈련해서 값진 성과를 내서 축하받아 마땅할 터인데 오히려 메달을 땄으니까 그 값을 내라는 건 어느 나라, 누가 만든 법인지 묻고 싶다. 이미 특정 팀은 메달값 악습이 뿌리를 깊게 내렸다.

자기 실력으로 어디 하루아침에 전국규모 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겠는가. 실력 있는 스승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믿는다. 그 고마움에 답례로 사회 통념상 식사대접과 적절한 선물 정도면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돈으로 답례하거나 강압적으로 메달값을 요구했다면 큰 문제 아닌가.

한 지역에 있는 학교는 아예 대회 규모와 입상성적에 따라 내야 하는 메달값이 세부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곳이다. 또 다른 팀은 금메달은 3백만원, 은메달은 2백만원, 동메달은 1백만원 등 메달 색깔로 금액이 달라진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감독이 전부 챙기는 곳이 있는가 하면은 일부는 감독과 코치가 배분하는 곳이 있었다.

취재 중 메달값을 이야기 하자 겨루기에는 A, 품새에는 B 식의 유명 팀과 감독이 복수로 제보가 들어왔다. 이들은 메달값뿐만 아니라 대학입시 때에도 그에 걸맞은 사례를 받기로도 유명했다. 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도자도 여럿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태권도계 부정•비리와 악습을 떨치기 위한 리얼리티 방송 <긴급구조 태권도> 시즌2 첫 주제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연말 메달값이라는 충격적인 제보를 받으면서 곧 관련 보도를 하고 있었던 터였다. 태권도 팀들의 ‘뇌관’을 건든 셈이다.

제작진과는 여러 편집회의 끝에 이번 방송에서는 될 수 있으면 실명이나 팀명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녹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뱉은 실명이나 피해자 인터뷰 등은 모자이크와 무음, 변조처리로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이번 방송을 통해 잘못된 관행이 계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목된 일부 인물에는 태권도계에 유명 지도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명예를 되찾을 기회가 반드시 필요해서다. 일각에서는 절대 이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변화와 자정을 믿고 싶었다.

태권도계에 치부를 드러내 누군가를 골탕먹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 취재와 방송 이후에 메달값과 관련 불필요한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이와 유사한 관행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단절하면 된다. 소수 몇 사람으로 인해 전체 지도자의 명예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더불어 올바른 태권도 경기장 문화를 책임져야 할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 KTA)도 메달값을 충분히 인지하고 문제점을 실감하면서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 경기규칙강습회와 매 대회 대표자회의 때마다 근절 메시지를 전하고 관련 상벌규정도 마련돼야 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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