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정정당당(正正堂堂)과 한무대와(恨無大鼃)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50
포천 무너미 낚시터에서 밤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 아버지가 “한무대와(恨無大鼃)”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들은 수수께끼를 대를 건너 나에게 내었습니다. 나는 과거 아버지처럼 답을 알 수 없었고,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정답을 알려줍니다.
조선의 왕들은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민심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 가지 근황을 살펴보기 위해 보통사람으로 변장을 하고, 일 년에 몇 번씩 궐 밖으로 나가 시찰을 했습니다. 이 임금의 이름이 지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 어째든 임금이 수행원 한명을 데리고 시찰을 나갑니다.
산을 하나 넘다가 어느덧 날이 저물어 곤란해 하고 있는데 산마루 어귀에서 불빛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느 선비의 글 읽는 소리가 낭낭하게 울려 퍼집니다. 쓸어져가는 허름한 초가집이 한 채 보입니다.
“주인장 계십니까? 지나가는 과객이온데 산중에 길을 잃어 이슬이라도 피할까 하는데 하루만 묵어갈 수 있는지요?”
기품 있는 선비가 나와 집이 누추하지만 그렇게 하시라고 하며 방으로 안내합니다.
시장하시냐고 묻자 임금은 점심과 저녁을 못 먹었다고 말 합니다.
선비의 아내가 보리죽 한 사발에 백김치를 반찬으로 내옵니다. 임금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집안을 둘러보는데 선비의 책상에는 여러 가지 책들로 가득합니다.
“이보시오 선비, 나도 글을 좀 읽었다면 읽은 사람인데 책상 앞에 붙여놓은 한무대와(恨無大鼃)라는 글귀가 무슨 뜻이오? 도통 알 수가 없소이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나의 생각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라고 말하고는 바로 글이 적힌 종이를 벽에서 떼어냅니다.
임금이 아무리 생각해도 글귀를 알 수도 없고 너무 궁금해서 다그쳐 묻습니다.
선비가 여러 번 사양을 하다가 입을 엽니다.
내용인 즉 이렇습니다.
옛날 에는 산속에서 여러 새들이 모여 누가 노래를 잘 부르는지 노래자랑대회 열었습니다. 노래의 심사를 맞은 동물은 경험 많고 노련하다고 자처하는 부엉이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대회전달 두루미가 부엉이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낮에 논에서 잡은 커다란 개구리 한 마리를 부엉이 앞에 떡 갖다 놓습니다. 부엉이가 눈알을 굴리다가 개구리를 한입에 꿀떡 삼키고 입맛을 다십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숲속에서 노래 좀 한다는 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뻐꾸기도 노래를 부르고, 옥구슬이 굴러가듯 지저귀는 종달새도 파랑새도 휠리리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드디어 두루미 차례가 왔습니다.
두루미가 퍼덕 퍼덕 날개 짓을 몇 번 하더니 그냥 “꽥!”하고 소리를 칩니다.
옆에 있던 부엉이가 박수를 치면서 평생 처음 들어 본 환상적인 노래라 칭하면서 일등상을 줍니다.
곳곳에서 새들의 불평불만이 쏟아졌지만 그렇게 노래자랑 대회는 끝이 납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임금이 이야기를 다 듣고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을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매년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데 올해로 다섯 번째입니다. 대부분 장원급제를 하는 사람들은 고관들의 자손이고 우리같이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글재주가 좋다고 해도 과거에 급제할 수 가없습니다. 한마디로 한무대와(恨無大鼃)일 뿐입니다.”
“한무대와(恨無大鼃): 큰 개구리가 없는 것이 한이로다.”
지금으로부터 수백 전에 있었던 관리들의 행태가 21세기의 현재에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듯합니다.
공무원들의 안일한 생각과 근무태만으로 인하여 삼풍백화점 붕괴와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얼마 전의 세월호 사건까지 정부의 총체적 위기관리 부실로 인하여 국민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결국 죽는 사람만 억울하다.”라는 아버지의 말이 어쩌면 진리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자식을 기르는 한 사람으로써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똑같은 일들이 뒤풀이되어도 누구하나 책임질 사람도 없고 책임진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큰 개구리만 있으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 29일까지 선거사범 구속건수는 1건에 3명이 구속됐으며 13건에 25명이 불구속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12건에 17명이 선거법위반 여부 등으로 수사중이며 내사중인 사건도 40건에 4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상대 후보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는 후보가 17건에 2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품·향응제공 혐의가 16건에 27명으로 조사결과 나타났습니다.(공간언론 뉴시스)
선거 때만 되면 금품 향응에 대한 뉴스가 우리의 눈을 어지럽게 합니다. 금품을 제공한 사람은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지만 금품을 제공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과거의 왕권정치는 대대손손 자손이 왕에 즉위하여 독자적인 정치체로서의 기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부는 어떻습니까? 국민에 의해서 탄생됩니다.
잘못된 정부가 만들어진 것도 국민이고, 선진화된 민주주의의 탄생 또한 국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말단 공무원부터 고위공무원까지 모두 국민 중에 한 사람인 것입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한없이 관대한 반면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하지 못하는 시민의식도 현재의 대한민국의 표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국민들은 정부를 비판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약40%는 투표 당일 날 기권을 하고 산으로 들로 놀러갔던 사람들입니다. 투표를 하 던 안하던 그것 또한 민주주의로써 본인 자유의사지만 그 결과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결국 훌륭한 정부가 탄생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시민의식과 일등국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가을에 있는 과거 시험에 꼭 응시를 하십시오. 내가 보기에는 이렇게 허름한 옷을 입고 있어도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는데 그대 관상을 보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오.”
한무대와(恨無大鼃)라는 뜻을 이해한 임금이 선비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임금의 말대로 선비는 가을이 되자 한양에서 과거시험을 봅니다. 이때 시험의 감독관이 주제로 가지고 나온 내용이 “한무대와(恨無大鼃)에 대해서 아는 데로 쓰시오”입니다.
그 글귀 자체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단어이므로 시험은 한마디로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해 선비는 장원급제를 했고 임금 앞에 마주섭니다. 선비는 임금의 은혜에 감동을 받습니다. 그는 높은 관직에 까지 올랐으며 백성을 위하고 충신으로써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아버지가 들려준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야기 속의 임금은 정 많고 인재를 잘 등용하는 사리가 깊은 임금일지는 모르지만 임금 또한 정정당당(正正堂堂)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나도 이제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겠지요. 똑같은 내용이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아마도 나와 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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